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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노치혜 Chihye Noh | THINKCRAFT</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link>
    <description>노치혜(Chihye Noh)의 개인 아카이브. AI 시대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거버넌스, 기본소득, 데이터에 관한 글, 강연, 보고서를 기록합니다.</description>
    <language>ko</language>
    <pubDate>Mon, 2 Nov 2026 08:24:0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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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agingEditor>노치혜</managing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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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노치혜 Chihye Noh | THINKCRAF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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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환자 데이터 신탁: 권리는 있고 그릇은 없다 | 데이터 거버넌스&amp;middot;마이데이터 종합정리 (2026.07.02)</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24</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환자 데이터는 이미 상품으로 유통되지만 그 수익이 원천인 환자에게 돌아오는 경로는 어느 법에도 없으며, 이 빈자리는 환자 편에 선 수탁 기관인 환자 데이터 신탁으로 메워야 한다. 한국은 전송요구권으로 권리는 갖췄지만 분배, 집합적 권리,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라는 세 겹의 공백이 남아 있다. 환자 협동조합과 신탁 운영체를 두고 이사회 과반을 당사자에게 주며, 수익을 배당과 시민 공유부 기금으로 환류해야 한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color: #888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작성 2026년 7월 2일 &amp;middot; 2026년 10월 제도 현황 보강 &amp;middot; 데이터 거버넌스와 의료 마이데이터에 관한 스터디 자료를 보고서로 옮긴 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국은 내 데이터를 내가 원하는 곳으로 보내라고 요구할 권리를 이미 법으로 갖고 있다. 그런데 그 권리를 실제로 굴릴 그릇은 아직 없다. 특히 의료 데이터에서 이 간극이 가장 크다. 환자의 데이터는 이미 상품이 되어 유통되고 있지만, 그 수익이 데이터의 원천인 환자에게 돌아오는 경로는 어느 법에도 없다. 이 글은 그 빈자리를 환자 편에 선 수탁 기관, 곧 환자 데이터 신탁으로 메울 수 있는지 살펴본다. 규제 지형, 해외 사례, 수탁 기관이 갖춰야 할 조건, 운영 구조를 차례로 다룬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1. 환자 데이터는 이미 유통되지만, 원천에는 분배가 없다&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환자 데이터의 가치사슬을 그려 보면 이렇다. 환자가 진료를 받으며 데이터를 만든다. 병원과 플랫폼이 그것을 모아 보관한다. 비식별 처리를 거친 데이터는 제약사, 보험사, AI 기업으로 흘러간다. 수익은 이 흐름을 따라 발생하지만, 환자에게 되돌아오는 몫은 없다. 클라우드 데이터 마켓플레이스에는 비식별 처리한 환자의 실사용 데이터가 상품으로 올라와 있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의 원메디컬 인수 과정에서 환자 데이터 활용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비식별화를 방패로 한 상업적 환자 데이터 시장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중요하다. '거래를 금지하라'고 주장하면 곧바로 혁신을 막는다는 반론에 부딪힌다. 그보다 '거래는 인정하되 수익의 분배를 강제하라'고 주장하는 편이 설득력이 있다. 비식별화하면 동의가 필요 없고, 동의가 필요 없으면 대가 없이 써도 된다는 논리의 약한 고리를 겨냥하는 것이다. 환자는 단순한 제공자가 아니라 데이터의 원천이자 공동 생산자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2. 데이터가 기록에서 원형으로 바뀔 때&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현행 법은 데이터를 행위의 디지털 흔적, 곧 기록으로 본다. 그래서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보호와 산업에 쓰는 활용을 저울질하는 구도가 생기고, 익명화하면 더는 개인정보가 아니므로 권리도 사라진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생명윤리법이 모두 이 전제 위에 서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유전체와 바이오 데이터에서 이 전제가 무너진다. 유전체 데이터는 무엇의 기록이 아니라 그 자체가 생명의 설계도다. 합성생물학의 발전으로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DSI)만 있으면 생명체를 다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데이터와 물질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생물다양성협약과 나고야의정서의 '유전자원' 정의는 물질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런 데이터를 제대로 포섭하지 못한다. 데이터가 원형이 되는 순간, 소유와 동의, 개인과 집합에 대한 개념을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새로운 틀은 두 가지를 함께 다뤄야 한다. 하나는 분배다. 재런 러니어와 글렌 웨일이 2018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제안한 '데이터 존엄' 논의처럼, 데이터를 만든 사람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흐름이다. 데이터 배당, 협동조합, 수탁 모델이 여기서 나온다. 다른 하나는 존엄이다. 개인정보를 인격의 연장으로 보고, 민감한 속성은 상품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흐름은 거래가 허용되는 범위를 규율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두 입장을 잇는 열쇠는 소유권과 수익권을 나누어 보는 것이다. 익명화와 비식별화는 데이터 주체의 청구권을 법적으로 끊는 장치로 작동한다. 그 결과 수익은 생기는데 원천에 대한 분배는 없는 구조가 반복된다. 대안은 개인이 자기 데이터를 낱개로 파는 것이 아니라, 결사체가 집합적으로 통제권을 갖고 수익을 기금 형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데이터를 공유부로 관리하고 배당하는 방식이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3. 한국의 법제: 파이프는 깔렸지만 분배와 수탁은 비어 있다&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국은 2023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제35조의2)의 근거를 만들었다. 2025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됐고, 2026년 8월 20일부터 공공 분야를 시작으로 전 분야로 확대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 전송자에게는 2027년 2월 20일부터 적용된다. 금융 분야는 이보다 앞서 2020년 신용정보법으로 마이데이터를 도입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보건복지부의 건강정보 고속도로(마이헬스웨이)가 2025년 말 기준 1,269개 의료기관과 연계됐고, 상급종합병원 47곳은 모두 연결됐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권리는 서류상 완성됐다. 그러나 실제 유통은 다른 이야기다. 금융 마이데이터는 누적 가입 1억 6천만 건(2025년 5월)을 넘겼지만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라이선스를 반납한 사업자가 9곳이 넘는다. 의료기관의 건강정보 고속도로 참여는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이고, 대다수 병&amp;middot;의원은 여전히 전송 의무 밖에 있다. 법적 권리가 곧 실제 유통 가능성은 아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관련 법제를 하나씩 보면 공백이 겹쳐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전송 권리를 만들었지만 분배 기준이 없다. 신용정보법의 금융 마이데이터는 수익 모델이 무너졌다. 마이헬스웨이에는 보상 배분 장치가 없다. 2026년 1월 시행된 AI 기본법은 산업 진흥과 고지 의무 중심이어서 학습 단계의 데이터 이용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생명윤리법은 DSI 같은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를 포섭하지 못한다. 협동조합기본법이나 규제자유특구법은 우회로가 될 수 있지만, 데이터 신탁의 지위를 따로 정하지는 않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정리하면 세 겹의 공백이 있다. 첫째는 분배의 공백이다. 데이터 유통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정한 법이 없다. 둘째는 집합적 권리의 공백이다. 법은 개인 단위의 동의와 전송만 규정하고, 신탁이나 협동조합이 여러 사람을 대신해 동의하고 교섭할 지위는 없다. 셋째는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에 대한 공백이다. 유전체처럼 데이터가 원형이 되는 경우를 다룰 틀이 국내법에도 국제 규범에도 없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4. 디지털헬스케어법: 입법은 빨라졌지만 환자 환류는 없다&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의료 데이터 활용의 근거가 될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안은 20년 가까이 표류하다 2026년 들어 속도가 붙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마이데이터, 가명처리, 건강정보 고속도로의 법적 근거를 담은 제정안을 추진하고 있고, 2026년 6월에는 공청회가 잇따라 열렸다. 그러나 9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의료정보의 활용과 보호, 데이터 유상 거래 가능성, 이해 상충에 대한 우려가 나와 계속 심사로 넘어갔다. 복지부는 11월 심사 재개 뒤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해관계의 구도도 드러났다. 병원협회는 의료기관의 데이터 제공에 대한 보상과 거부권, 면책 규정을 보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사협회는 법안이 산업적&amp;middot;상업적 활용에 치우쳤다며 반대하고, 의료인과 환자의 데이터 생산자 권리를 보장하라고 주장한다. 시민사회와 환자단체는 동의 없는 가명정보 활용과 중앙 집적형 구조를 비판해 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병원은 보상을 요구하고, 의사는 생산자 권리를 요구한다. 그런데 정작 데이터의 원천인 환자에게 수익을 되돌리는 조항은 어느 쪽의 요구에도, 제정안에도 뚜렷하지 않다. 겉으로는 데이터 주권을 말하지만 실질은 산업 개방에 가깝다. 법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 이 '환자 환류' 조항이 바로 입법 과정에서 짚어야 할 지점이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5. 해외 사례: 국가 주도 자산화에서 공유부 배당까지&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해외 모델은 한쪽 끝에 국가 주도의 데이터 자산화, 다른 쪽 끝에 시민 결사체의 통제와 배당을 놓고 그 사이에 펼쳐져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상하이 데이터거래소(SDE)&lt;/b&gt;는 2021년 11월 설립된 국유 거래소로, 의료 데이터 자산화를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 상품을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올리고, 담보 대출과 토큰화까지 시도한다. 2024년 10월에는 상하이 제1인민병원의 데이터 상품이 상장됐다. 원본 데이터는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연산 결과만 쓰게 하는 '신뢰 데이터 공간' 기술도 도입했다. 그러나 익명화한 파생 데이터는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논리로 거래를 합법화하기 때문에, 환자는 수익 분배 사슬에서 완전히 빠져 있다. 권리 귀속 문제와 재식별 위험도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형 신탁은 이런 거래소와 경쟁하기보다, 거래소 앞단에서 환자 편에 서는 문지기로 보완 관계를 이룰 수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EU&lt;/b&gt;는 집합적 권리를 담을 법적 그릇을 이미 만들었다. GDPR 제20조의 데이터 이동권은 한국 전송요구권의 원형이다. 2023년 9월부터 적용된 데이터 거버넌스법(DGA)은 데이터 중개 서비스와 데이터 이타주의 조직에 법적 지위를 주었다. 신탁형, 협동조합형 중개 기관이 들어갈 자리다. 2025년 발효된 유럽보건데이터공간법(EHDS)은 보건데이터 접근기구(HDAB)가 2차 활용을 심사하고 허가하는 체계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다만 HDAB는 공적 기관이 대신 판단하는 구조여서 환자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다. 핀란드(Findata, 2019)와 독일(2024)은 보건데이터 특별법을 갖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시민 결사체 모델&lt;/b&gt;도 있다. 2015년 스위스에서 출범한 MIDATA는 비영리 협동조합으로 회원의 데이터를 수탁 관리한다. 배당 없이 수익을 재투자하는 원칙을 따른다. 2017년 바르셀로나의 Salus Coop은 시민이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연구 목적의 공유를 촉진하는 건강 데이터 협동조합이다. 그리고 2025년 출범한 &lt;b&gt;칼리 기금(Cali Fund)&lt;/b&gt;은 생물다양성협약 제16차 당사국총회 결정에 따라, DSI를 상업적으로 쓰는 기업이 이익이나 매출의 일부를 내고, 그 절반을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에 배분하도록 설계됐다. 원형 데이터에서 나온 수익을 원천으로 되돌리는, 현재 작동하는 거의 유일한 공유부 배당 모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MIDATA의 무배당 원칙과 칼리 기금의 배당 원칙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충돌은 데이터의 유형과 쓰임에 따라 정당화 논리를 나누면 풀린다. 생활 기록이나 연구 기여는 비영리 기여 모델이 맞다. 상업적 AI나 제약 개발에 쓰여 초과 수익을 낳는 경우에는 배당이 정당하다. 음악 저작권의 집중관리단체가 수많은 창작자를 대신해 일괄 라이선스를 맺고 사용료를 나누는 방식, 알래스카 영구기금과 노르웨이 국부펀드처럼 공동 자원의 수익을 기금으로 관리해 나누는 방식도 참고할 만한 원형이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6. 빈자리는 권리가 아니라 권리를 행사할 인프라다&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여기까지 보면 필요한 것은 새로운 권리가 아니다. 권리는 이미 있다. 빠진 것은 그 권리를 실제로 굴릴 인프라다. 권리와 개별 앱만으로는 조회 앱이 난립하다가 반납되는 금융 마이데이터의 전철을 밟게 된다.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환자 편에 서는 수탁 기관이고, 다른 하나는 병원들이 함께 데이터를 내놓고 유통시키는 공동 체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수탁 기관의 법적 지위는 새 법을 만들지 않고도 찾을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은 전송받은 정보를 관리&amp;middot;분석하는 개인정보관리 전문기관을 두고 있고, 그중 보건의료정보 같은 민감 정보를 다루는 특수 전문기관이 있다. 이 업무 정의는 신탁 운영체가 하려는 일과 거의 겹친다. 지정 요건은 기술 수준과 전문성, 안전성 확보 조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재정 능력이다. 정보주체에게 맞지 않는 계약을 권하지 못하게 한 조항은 수탁자 의무의 싹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비영리 조직이나 협동조합이 지정받을 수 있는지, 정량 요건이 무엇인지는 실무로 확인해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술 요건은 네 층으로 정리된다. 맨 아래는 표준 전송 계층으로, 국가가 깔아 둔 FHIR 기반 의료 데이터 표준과 건강정보 고속도로의 표준 항목 위에 올라탄다. 그 위에 보안&amp;middot;인증 계층이 있다. 세 번째는 원본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연산 결과만 반출하는 계층이다. 연합학습, 동형암호, 다자간 연산, 차분 프라이버시 같은 기술이 여기에 쓰인다. 맨 위는 모든 접근 기록을 남기고 공개하며 목적 외 사용을 막는 감사 계층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세 번째 층이다. 데이터가 병원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 병원을 설득하는 동시에 환자를 보호하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진짜 병목은 기술이 아니라 유인이다. 물리적인 파이프는 이미 상당 부분 깔렸다. 그러나 병원에게 데이터를 정제하고 전송하는 일은 순전히 비용이고, 의무도 보상도 없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래서 병원이 받을 것(수익 지분, 비용 보전, 연구 접근권)과 환자가 앉을 자리(상품화 승인과 분배 결정)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금 건강정보 고속도로에서 환자는 이용자일 뿐 거버넌스 밖에 있고,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에서는 원천이지만 심의에 참여하지 못한다. SDE에서는 익명화로 청구권이 사라지고, EHDS에서는 공적 기관이 대신한다. 환자가 공동 결정권자가 되는 구조는 아직 어디에도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런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건 정부 플랫폼이 할 일이 아닌가. 그러나 정부 플랫폼은 데이터를 나르는 파이프이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법적 의무를 지는 주체가 아니다. 중계기관은 전송을 나르고, 병원은 자기 데이터를 지키고, 사업자는 자기 수익을 좇는다. 정보주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체는 없다. 오히려 국가 파이프가 잘 깔릴수록, 그 파이프를 환자 이익 방향으로 쓰는 수탁 주체의 가치는 더 커진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7. 운영 구조 설계안&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구조의 골격은 두 개의 조직이다. 하나는 환자 조합원이 데이터를 출자하고 1인 1표로 의사를 결정하는 협동조합이다. 이 조직이 주권을 갖고 상품화 승인권을 쥔다. 다른 하나는 협동조합으로부터 수탁을 위임받아 데이터 정제, 보안, 라이선싱, 정산을 맡는 신탁 운영체다. 이 조직이 특수 전문기관 지위를 노린다. 거래소가 유통 인프라라면, 이 구조는 데이터 주체 쪽의 협상력을 만드는 장치다. 동의와 라이선싱, 분배의 방식은 규제자유특구에서 2~4년 시범 운영으로 검증할 수 있다. 현행법의 조합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거버넌스의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수탁자는 데이터 제공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법적 의무를 진다. 둘째, 이용 현황과 계약 조건, 분배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한다. 셋째, 제공자는 언제든 라이선싱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 이미 학습에 쓰인 부분은 이후 이용을 정지하는 방식이다. 이사회는 데이터 주체와 시민사회 대표가 과반을 차지하도록 구성하고, 기술 전문가와 정부 대표가 견제하며, 기업은 의결권 없는 옵서버로만 참여한다. 데이터를 쓰려는 기업은 자격 심사와 제안서 평가를 거쳐 기간과 범위가 정해진 라이선스를 받고, 위반하면 단계적으로 제재를 받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수익은 라이선싱 수수료, 쿼리 단위의 이용료, 데이터를 활용한 제품 매출에 연동한 로열티 등에서 나온다. 이 가운데 지속성의 핵심은 로열티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한 단위의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에, 일회성 수수료만으로는 배당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수익의 상당 부분은 데이터 제공자 배당과 시민 공유부 기금으로 돌려 원천에 환류시킨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8. 예상되는 반론과 답&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데이터를 재산처럼 다루면 존엄을 해친다는 반론이 있다. 이 구조는 개인이 데이터를 낱개로 파는 것이 아니라 집단이 기금으로 함께 되돌려 받는 것이다. 무상으로 협력하는 편이 낫다는 반론에는 데이터 유형을 나누어 답한다. 연구는 비영리로, 상업적 초과 수익에는 배당으로. 누구의 데이터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추적할 수 없다는 반론에는 상류에서 기여받고 하류에서 분배하는 다자 기금과 집단 라이선싱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는 사례로 답한다. 혁신을 막는다는 반론에는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데이터 공급이 오히려 혁신을 지속시킨다고 답한다. 데이터를 모으면 감시가 된다는 우려에는 당사자와 시민이 과반을 차지하는 이사회, 접근 기록 공개, 독립 감사로 답한다. 푼돈 배당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상품화는 이미 진행 중이고, 문제는 그 안에서 원천의 몫을 확보하느냐다. 배당 수준을 당사자가 정하도록 이사회 과반을 당사자에게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9. 남은 과제&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정리하면, 권리는 완성됐고 파이프는 미완이다.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울 환자 편 수탁 인프라와 병원 공동 체계가 필요하다. 전송요구권이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디지털헬스케어법이 국회에 올라 있는 지금이 분배 조항을 요구할 시점이다. 앞으로 확인할 것은 특수 전문기관 지정의 실무 요건, 비영리 조직과 협동조합의 지정 가능성, 데이터 유형별로 어떤 정당화 논리를 적용할지에 대한 정리, 그리고 해외 수치와 사례의 원출처 검증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노동자의 몸이, 환자의 데이터가 만들어 낸 가치는 그것을 만든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참고 자료&lt;/h3&gt;
&lt;ul style=&quot;list-style-type: disc;&quot; data-ke-list-type=&quot;disc&quot;&gt;
&lt;li&gt;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의2 및 시행령,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마이데이터 전 분야로 확대」 보도자료(2026.2.10)&lt;/li&gt;
&lt;li&gt;재정경제부 「이렇게 달라집니다」 본인전송요구권 전 분야 확대 시행(2026.8.20)&lt;/li&gt;
&lt;li&gt;보건복지부&amp;middot;한국보건의료정보원, 건강정보 고속도로 현황(2025)&lt;/li&gt;
&lt;li&gt;경기메디뉴스, 「의료 AX 기반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안, 국회 우려 속 계속심사」, 2026.9.27&lt;/li&gt;
&lt;li&gt;Lanier, J. &amp;amp; Weyl, E. G., &quot;A Blueprint for a Better Digital Society&quot;, Harvard Business Review, 2018&lt;/li&gt;
&lt;li&gt;EU Data Governance Act(2022/868), European Health Data Space Regulation(2025)&lt;/li&gt;
&lt;li&gt;CBD COP16 결정 16/2 및 Cali Fund 자료&lt;/li&gt;
&lt;li&gt;MIDATA, Salus Coop, 상하이 데이터거래소 공개 자료&lt;/li&gt;
&lt;/ul&gt;</description>
      <category>보고서</category>
      <category>CaliFund</category>
      <category>데이터거버넌스</category>
      <category>데이터신탁</category>
      <category>디지털헬스케어법</category>
      <category>마이데이터</category>
      <category>의료데이터</category>
      <category>전송요구권</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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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27 Oct 2026 00:46:20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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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국 AI 인프라의 병목은 GPU가 아니라 전력 계통이다 | 중국 AI 미래 지도 5부 발제 (2026.08.05)</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23</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한국 AI 인프라의 병목은 GPU가 아니라 전력 계통 접속이고, 중국과의 격차는 돈의 크기가 아니라 결정 권한의 소재에서 나온다. 2026년 3월까지 수도권 데이터센터의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 522건 가운데 최종 공급 가능 판정은 10건(1.9%)뿐이었다. 계획으로 입지를 정할 수 없는 한국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가격), 수요 보증(계약), 편익 배분(배분)으로 속도를 만들어야 한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color: #888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작성 2026년 8월 &amp;middot; 2026년 10월 수치 보강 &amp;middot; 임선영, 『중국 AI 미래 지도』(책만, 2026) 5부 「인프라와 산업: AI가 바꾸는 생산 시스템」을 읽고 정리한 발제 자료를 보고서로 옮긴 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글은 임선영의 『중국 AI 미래 지도』(책만, 2026년 6월) 5부 「인프라와 산업: AI가 바꾸는 생산 시스템」, 특히 13장 「칩 자립과 에너지, 데이터센터, 컴퓨팅파워 인프라의 유기적 진화」를 읽고 만든 발제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책이 그리는 중국의 AI 인프라 전략을 한국의 상황과 나란히 놓고, 두 나라를 가르는 것이 무엇인지 따져 보는 것이 목적이다. 중국 쪽 서술은 책의 내용에 기대고 있고, 한국 쪽 수치와 제도 변화는 공개 자료로 보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AI 인프라의 병목은 GPU가 아니라 전력 계통 접속이고, 두 나라의 격차는 돈의 크기가 아니라 결정 권한의 소재에서 나온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1. 예산도 칩도 늘었는데, 꽂을 자리가 없다&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 경쟁의 병목은 모델에서 인프라로 옮겨 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 흐름에 맞춰 돈을 쏟아붓고 있다. 2026년 정부 AI 예산은 9.9조 원으로 전년 본예산의 약 3배가 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7년 AI 예산안은 다시 84% 늘어난 9.4조 원이다. 2025년 10월에는 엔비디아가 한국에 최신 GPU 26만 장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 8월에는 전남 해남에서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착공했고, 2028년까지 첨단 AI 반도체 1만 5천 장 규모로 짓는다는 계획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문제는 이 컴퓨팅 자원을 꽂을 자리다. 한국전력 자료를 정리한 CBRE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3월까지 수도권 데이터센터가 신청한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는 522건, 33,592MW에 이른다. 이 가운데 279건이 첫 단계에서 공급 불가 판정을 받았고, 본심사까지 올라간 것은 24건, 최종적으로 공급 가능 판정을 받은 것은 10건(1,010MW)뿐이다. 신청 건수 대비 1.9%다. 신청 물량에는 중복과 장래 수요가 섞여 있어 이 비율을 그대로 통과 확률로 읽을 수는 없지만, 수도권 전력망이 사실상 포화 상태라는 점은 분명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유는 전기가 나는 곳과 쓰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별 전력자급률은 경북과 전남이 200%를 넘는 반면 서울은 12%, 경기는 62%에 그친다. 그런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송전망을 새로 깔지 않으면 연산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345kV 초고압 송전망 하나를 짓는 데 평균 13년이 걸린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예산과 칩은 병목이 아니고 병목은 접속 슬롯이라는 진단이 과장이 아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병목을 풀 수단도 줄었다. 2026년 6월 제정된 AI 데이터센터 특별법(2027년 3월 시행)은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에 계통영향평가 특례와 인허가 일괄 처리를 주지만, 수요의 대부분이 몰린 수도권은 대상이 아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던 LNG 발전 전력의 직접구매계약(PPA) 특례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반대로 최종안에서 빠졌고, 재생에너지 PPA만 남았다.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안정적인 전력을 장기로 조달할 수단이 아직 없다는 뜻이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2. 중국은 계획이 입지를 먼저 정하고, 한국은 심사가 나중에 거른다&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책이 보여 주는 중국의 방식은 이와 정반대다. 중국은 2022년 '동수서산(東數西算)' 사업으로 8개 국가 연산 허브와 10개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먼저 지정했다. 지연 시간에 민감한 업무는 동부 수요지 가까이에 두고, 학습&amp;middot;저장&amp;middot;백업처럼 지연에 덜 민감한 업무는 땅과 전력이 풍부한 서부로 보낸다. 전력이 있는 곳으로 연산이 옮겨 가도록 국토 단위로 미리 배치한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다고 중국이 한 부처의 일사불란한 지시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중앙인터넷정보판공실, 공업정보화부, 국가에너지국 네 기관이 공동으로 움직인다. 한국에도 AI 기본법(2026년 1월 시행)에 따른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라는 법정 기구가 있다. 결정 주체가 여럿이라는 점까지는 비슷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갈리는 지점은 그 다음이다. 중국은 네 기관이 문건 한 장을 함께 내고, 그 문건이 거점과 클러스터를 지정한다. 기업은 지정된 거점 안에서 입지를 고른다. 한국은 위원회가 계획을 세우지만 집행 권한은 부처별 법과 제도로 흩어져 있고, 부처 사이를 잇는 수단은 대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업무협약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데이터센터 입지는 기업이 신청하고 한전이 계통을 심사해서 통과 여부를 정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수도권 본심사에 오른 24건 중 14건(58%)이 떨어진 것이 그 결과다. 중국에는 '미리 정하는' 주체가 있고, 한국에는 '나중에 거르는' 절차만 있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3. 수요를 설계하는 나라와 시장에 맡기는 나라&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수요 쪽에서도 차이가 크다. 2025년 하반기 중국의 여러 지방정부는 자국산 AI 칩을 쓰는 데이터센터에 전기요금을 최대 절반까지 깎아 주는 보조금을 도입했다. 2026년 1월에는 중국 세관이 엔비디아 H200의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자국 칩을 쓰면 이익이 되도록 수요를 정책으로 설계하고, 외산 칩은 통제하는 방식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국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국가 AI 컴퓨팅센터 공모에는 2030년까지 국산 NPU를 50% 도입하라는 의무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2025년 상반기 두 차례 공모가 모두 응찰자 없이 유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찰 사유로 공공 51% 지분 구조, 사업 실패 시 민간에 책임을 지우는 매수청구권, 그리고 국산 AI 반도체 도입 의무를 꼽았다. 2025년 9월 정부는 민간 지분을 70% 넘게 올리고, 매수청구권과 국산 NPU 의무를 모두 삭제한 뒤에야 삼성SDS 컨소시엄의 단독 응찰을 받을 수 있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중국은 '쓰면 전기를 싸게 준다'는 유인을 줬고, 한국은 '써야 한다'는 부담만 줬다. 상쇄할 유인이 없으니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의무를 유지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유지했다면 사업 자체가 무산됐을 것이다. 문제는 의무를 뺀 것이 아니라 유인을 설계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LNG PPA 특례 삭제와 같은 패턴이다. 원인은 하나는 부처 간 충돌, 하나는 시장의 외면으로 다르지만, 대응은 같다. 쟁점 조항을 빼서 속도를 산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4. 격차의 실체는 규모가 아니라 결정 권한이다&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두 나라를 여섯 가지 축으로 놓고 보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입지는 중국이 국토 단위로 미리 배치하는 반면 한국은 지자체 유치와 수도권 억제를 오가며 사후에 조정한다. 전력 조달은 중국이 국가 전력망 계획에 통합해 관리하는 반면 한국은 장기 조달 수단이 아직 없다. 수요 창출은 중국이 전기요금과 조달 지침으로 설계하는 반면 한국은 시장 수요에 기대고 있다. 컴퓨팅 자원과 조달 주권에서도 중국은 자국 칩 우선과 외산 통제를 택했고, 한국은 공급 물량과 사양이 다른 나라 기업의 배분 결정에 좌우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여섯 축에서 국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을 따져 보면, 중국은 모든 축을 결정할 수 있고 한국은 적어도 네 축에서 결정권이 없다. 다만 이 비교는 양쪽 모두 계획치 기준이고, 출처의 성격도 다르며, 평가는 필자의 판단이라는 점을 밝혀 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중국의 방식이 성공이 보장된 모델인 것도 아니다. 2025년 7월 공개된 중국 정부 연계 조사에서 중국 지능형 연산센터의 평균 가동률은 약 30%로 추산됐다. 지방정부 보조금이 수요를 충분히 따지지 않은 건설을 부추겼다는 경고다. 계획으로 미리 정하는 방식에는 과잉 투자와 유휴 설비라는 대가가 따른다. 그러니 이 비교의 요점은 중국이 잘한다는 것이 아니다. 결정 권한이 분산된 나라에서 인프라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가 우리의 질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5. 계획으로 정할 수 없다면, 가격&amp;middot;계약&amp;middot;배분으로&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다면 한국도 중국처럼 계획 방식으로 가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한국은 계획을 못 하는 나라가 아니다. 포항제철도 반도체 산업도 그렇게 만들었다. 다만 지금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 지방자치가 있고, 주민 수용성 절차가 있고, 통상 규범이 있고, 무엇보다 자본과 기술이 민간에 있다.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두 번 유찰된 것이 그 증거다. 국가가 부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부를 값을 내지 못한 것이다. 중앙이 입지를 지정할 수 없는 체제에서 속도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은 세 가지가 남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첫째, 가격이다.&lt;/b&gt;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은 국가가 땅이나 설비를 소유하지 않고도 입지를 유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광역 신호다. 전력이 남는 지역에 요금을 우대하면 입지가 따라간다. 면제나 인허가 특례와 달리 매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과 스웨덴 등도 지역별 요금과 송전망 부담금으로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한계는 한전의 인가 요금 체계와 요금 차등을 감당할 재무 여력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둘째, 계약이다.&lt;/b&gt; 국가가 직접 짓는 대신 장기 구매를 약속해 민간이 짓게 하는 수요 보증(오프테이크) 방식이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정확히 반대로 설계됐다. 지분과 의무는 국가가 걸고 리스크는 민간에 넘겼고, 그래서 두 번 유찰됐다. 해외에서는 빅테크와 전력 회사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전력을 장기 구매하기로 약정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계는 다년 재정 약정의 구조와 수요 예측의 정확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셋째, 배분이다.&lt;/b&gt; 지금 속도를 늦추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동의다. 전기를 대는 지역과 편익을 가져가는 지역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지연 요인이다. 세수, 요금, 지분 같은 편익을 어떻게 나눌지 설계하는 것이 곧 입지를 확보하는 속도가 된다. 권한이 분산된 체제에서는 보상 설계가 계획을 대신한다. 한계는 보상 재원과 배분 기준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6. 남는 질문&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강력한 계획 주체를 가질 수 없는 나라는 무엇으로 혁신의 속도를 만드는가. 가격인가, 계약인가, 배분인가. 그리고 그 선택은 누가 하는가. 국가인가, 지방정부인가, 시민인가. 전기를 대는 지역과 편익을 가져가는 지역이 다를 때, 그 격차는 누가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분석은 세 가지 전제 위에 서 있다. AI 전력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 전력은 국내에서 조달한다, 국가가 지으면 산업이 쓴다. 각각의 전제는 고효율 기술 혁신이 수요 증가를 상쇄하거나, 해외 컴퓨팅 자원을 빌려 쓰는 것이 표준이 되거나, 완공 시점에 도입 사양이 이미 낡아 버리면 무너질 수 있다. 이 조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함께 지켜봐야 한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참고 자료&lt;/h3&gt;
&lt;ul style=&quot;list-style-type: disc;&quot; data-ke-list-type=&quot;disc&quot;&gt;
&lt;li&gt;임선영, 『중국 AI 미래 지도』, 책만, 2026 (5부 「인프라와 산업」)&lt;/li&gt;
&lt;li&gt;국회예산정책처,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예산 현황과 향후 과제」, 나보포커스 제132호, 2026.1&lt;/li&gt;
&lt;li&gt;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 AI컴퓨팅 센터 추진 방안(안)」, 2025.9 / 국가 AI 컴퓨팅센터 착공 보도자료, 2026.8.3&lt;/li&gt;
&lt;li&gt;CBRE코리아, 「한국 데이터센터 투자」 보고서, 2026.7 (언론 보도 재인용) / 한국데이터경제신문, 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 승인률 심층리포트, 2026.9.17&lt;/li&gt;
&lt;li&gt;이데일리&amp;middot;서울경제, AIDC 특별법 법사위 통과 및 LNG PPA 특례 제외 보도, 2026.5.6~7&lt;/li&gt;
&lt;li&gt;연합뉴스, 과기정통부 2027년 예산안 보도, 2026.9.1&lt;/li&gt;
&lt;li&gt;Reuters, China's customs agents told Nvidia's H200 chips are not permitted, 2026.1.14&lt;/li&gt;
&lt;li&gt;조선일보 영문판&amp;middot;Financial Times, 중국 지방정부의 자국 칩 데이터센터 전기요금 보조 보도, 2025.11&lt;/li&gt;
&lt;li&gt;넷제로뉴스, 동수서산 8대 허브&amp;middot;10개 클러스터 및 지능형 연산센터 가동률 분석 보도, 2026.8.7&lt;/li&gt;
&lt;/ul&gt;</description>
      <category>보고서</category>
      <category>AIDC특별법</category>
      <category>AI인프라</category>
      <category>국가AI컴퓨팅센터</category>
      <category>데이터센터</category>
      <category>동수서산</category>
      <category>전력계통</category>
      <category>중국AI미래지도</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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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thinkcraft.tistory.com/23#entry23comment</comments>
      <pubDate>Tue, 27 Oct 2026 00:38:08 +0900</pubDate>
    </item>
    <item>
      <title>현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정리 (2026.07.11)</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22</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2026년 정부 R&amp;amp;D 예산은 35.5조 원으로 19.9% 늘었고, 기본연구사업 복원, PBS 단계적 폐지, 연구혁신비 신설과 네거티브 방식 전환으로 연구 현장이 바뀌고 있다. 이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개정은 모든 부처의 국가 R&amp;amp;D 과제에 적용된다. 그러나 장비 조달은 조달사업법과 국가계약법에 묶여 있어 소액 수의계약 한도 상향, 신속 조달 절차, 연구 조달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난 정부의 R&amp;amp;D 예산 삭감 이후, 연구 현장은 올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예산이 늘고, 폐지됐던 사업이 돌아오고, 연구비 규칙도 바뀌었다. 7월에 현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한 번 정리하고, 현장에서 여전히 막혀 있는 부분을 짚어봤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예산과 제도, 무엇이 바뀌었나&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먼저 예산이다. 2026년 정부 R&amp;amp;D 예산은 35.5조 원으로 확정됐다. 2025년 29.6조 원보다 19.9%(5.9조 원) 늘었고, 정부 총지출의 약 4.9%에 해당한다. 지난 정부에서 폐지된 기본연구사업도 약 1,150억 원, 2,000여 개 과제 규모로 복원됐다. 연구자가 스스로 주제를 정하는 소규모 기초연구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연구 체계도 바뀌고 있다. 출연연 연구자가 과제를 따와야 인건비를 확보하는 PBS(과제중심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중이다. 연구자들이 연구보다 과제 수주에 매달리던 구조를 바꾸려는 것이다. 다만 PBS의 대안으로 나온 전략연구사업도 결국 위에서 주제를 내려주는 탑다운 구조라는 비판이 있다. 연구자 한 명이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과제 수를 제한하는 &quot;3책5공&quot;(책임자 3개, 공동 5개) 규정을 연구참여율(FTE) 기반으로 바꾸는 방안도 대통령실과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검토하고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연구비 쓰는 규칙도 달라졌다. 4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개정으로 &quot;연구혁신비&quot; 항목이 생겨, 직접비의 10% 범위에서 최대 5천만 원 정도를 증빙을 최소화해 자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행정 서식은 2,171개에서 154개로 정리됐고, 연구비 사용 기준은 &quot;쓸 수 없는 항목&quot;만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었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aor63Ej21A&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7.11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이 변화는 모든 부처의 R&amp;amp;D에 적용된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19개 부처 산하 20여 개 전문기관이 관리하는 모든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적용되는 범부처 공통 규범이다. 다른 법률보다 우선 적용되고,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도 &quot;다른 부처의 개별적인 규정에 우선하여 적용&quot;된다고 명시되어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따라서 연구혁신비 신설, 네거티브 방식 전환 같은 시행령 개정은 과기정통부 과제만이 아니라 모든 부처의 국가 R&amp;amp;D 과제에 적용된다. 산업부, 복지부, 국토부 과제를 하는 연구자도 같은 혜택을 받는다는 뜻이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그런데 장비 조달은 여전히 막혀 있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만 R&amp;amp;D 관리와 연구비 규율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의 영역이지만, 조달과 구매 계약은 조달사업법과 국가계약법의 영역이다. 연구비 쓰는 규칙이 아무리 유연해져도, 연구실에 필요한 장비를 사는 과정은 여전히 별개의 법에 묶여 있다. 연구 현장에서 &quot;장비 하나 사는 데 몇 달 걸린다&quot;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래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싶다. 연구 장비의 소액 수의계약 한도를 올리고, 긴급하거나 특수한 장비를 위한 신속 조달(fast-track) 절차를 만들고, 이 일을 전담할 인력을 따로 배치하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이 중요하다. 조달청 중앙조달, 나라장터, 계약 방식 같은 영역은 기관 소속 일반 행정직이 처리하기 쉽지 않은 업무다. 연구 과제용 조달만을 위한, 전문 인력에 가까운 행정 인력이 필요하다. 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하게 하려면 연구비 규칙만큼 연구 행정의 전문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aotyQ9j4PR&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7.11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aouMxFj9ZP&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7.11 스레드&lt;/a&gt;&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English Summary&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 summary of the current government's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a 2026 R&amp;amp;D budget of 35.5 trillion won (up 19.9%), restored basic research grants, a phased end to the project-based funding system (PBS), a review of limits on concurrent projects, and a new research innovation expense with negative-list spending rules under the National R&amp;amp;D Innovation Act, which applies across all ministries. Lab equipment procurement, however, remains governed by separate procurement and contract laws, so higher small-contract limits, fast-track procedures and specialized procurement staff are needed.&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PBS</category>
      <category>R&amp;amp;D예산</category>
      <category>과학기술정책</category>
      <category>국가연구개발혁신법</category>
      <category>스레드</category>
      <category>연구혁신비</category>
      <category>조달</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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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6 Oct 2026 23:08:02 +0900</pubDate>
    </item>
    <item>
      <title>AI 상담과 악성 민원 (2026.06.12)</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21</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AI 상담 도입 이후 건강한 민원은 AI가 처리하고 악성 민원만 사람에게 닿으면서, 남은 상담사의 일은 효율화가 아니라 감정노동의 농축이 됐다. AI 상담 도입 후 상담사의 61%가 노동조건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수원시의 퇴직 경찰 갈등조정관 같은 제도도 필요하지만, 핵심은 접수 단계에서 위법한 민원을 걸러내고 조직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 상담이 도입되면 상담사의 일이 줄어들 거라고들 했다. 실제로 사람은 줄었다. 그런데 남은 사람의 일은 더 힘들어졌다. 6월에 콜센터와 공공 민원 현장의 이야기를 보며 든 생각을 정리했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AI 상담 도입 이후, 남은 사람이 받는 전화&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아이러니하게도 건강한 민원은 AI가 처리하고, 반드시 이 분노를 해소하고야 말겠다는 악성 민원만 AI 시스템을 넘어 사람에게 닿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콜센터 직원 수는 AI로 줄었는데, 받는 전화마다 악성이거나 난도 높은 내용이다. 통화 시간은 길어지고 근무의 질은 급격히 나빠진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AI 상담 도입 후 상담사의 61%가 노동조건이 나빠졌다고 답했다는 조사도 나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글에 현장을 아는 분의 댓글이 달렸다. 콜센터는 대부분 외주 계약인데, 이제 기업들이 콜센터가 아니라 AI 음성 민원 솔루션과 계약을 맺고, 백업할 사람 한두 명을 계약직으로 옵션에 넣는다고 한다. 직접 CS 솔루션을 만드는 곳은 좀 낫지만, 갈수록 응대 품질 차이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 도입이 일자리를 &quot;없애는&quot; 것만 문제가 아니다. 남은 일자리의 질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봐야 한다. 쉬운 일은 기계가 가져가고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만 사람에게 남는다면, 그건 효율화가 아니라 감정노동의 농축이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참고: 뉴시스, 「AI 상담 불만 짜증, 사람 상담사가 받아&amp;hellip;61% &quot;도입 후 노동조건 악화&quot;」&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ZepAcMjyzm&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6.12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ZetEhsD7Ve&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6.12 댓글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갈등조정담당관, 면피성 정책일까&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공공 민원 현장도 비슷하다. 최근 거론되는 갈등조정담당관 제도는 수원시 사례를 전국으로 넓힌 것이다. 이것이 그저 공직자를 위한 면피성 정책인지 한번 살펴봤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수원시는 악성 민원 대응을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전담 인력으로 베테랑 퇴직 경찰을 채용했다. 경찰 경력 35년의 김원규 전문관과 박도신 갈등조정관이다. 이들은 악성 민원 피해를 본 공무원 대신 민원인을 직접 상대하고, 위법 행위를 멈추게 하며, 필요하면 고소장 작성과 수사기관 동행까지 돕는다. 수원시는 이 정책으로 대통령상까지 받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공무원에게 하는 폭언과 욕설은 민원이 아니라 명백한 위법 행위라는 것을 널리 알리는 좋은 정책이라고 본다. 2024년 시행된, 악성 민원 방지와 민원 공무원 보호를 위한 민원처리법 개정과 함께, 접수 단계의 차단부터 접수 이후의 대응까지 개별 공무원이 아니라 지자체와 정부 부처가 책임지는 유기적인 시스템이 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물론 반론도 있다. &quot;공식적인 희생양 포지션이 또 생겼다&quot;, &quot;악성 민원은 대응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받아주지 말아야 하는 것&quot;이라는 지적이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핵심은 담당관 한 명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접수 단계에서부터 위법한 민원을 걸러내고 조직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콜센터에도, 공공 민원 현장에도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ZeonWLD8IN&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6.12 스레드&lt;/a&gt;&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English Summary&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fter AI customer service was introduced, routine inquiries are handled by AI while only abusive or complex calls reach human agents, lengthening calls and worsening working conditions; one survey found 61% of agents reported deteriorating conditions. In the public sector, Suwon City hired retired police officers as conflict mediators who handle abusive complainants on behalf of civil servants. Such measures are useful, but the real goal should be an organizational system that filters unlawful complaints at intake rather than shifting the burden onto a single officer.&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AI상담</category>
      <category>갈등조정담당관</category>
      <category>감정노동</category>
      <category>민원처리법</category>
      <category>스레드</category>
      <category>악성민원</category>
      <category>콜센터</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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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thinkcraft.tistory.com/21#entry21comment</comments>
      <pubDate>Mon, 26 Oct 2026 23:07:57 +0900</pubDate>
    </item>
    <item>
      <title>50년 된 공익법인법 (2026.05.28)</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20</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1975년 공익법인법과 1991년 상증세법의 주식 보유 한도로 짜인 한국 공익법인 제도는 공익활동을 키우기보다 막기 위한 규제에 가깝다. 이 주식 소유 제한 때문에 공익 신탁이 지분으로 기업을 견제하는 앤트로픽의 LTBT(장기 공익 신탁) 같은 구조는 한국에서 불가능하다. 공익 목적이 지켜지는지 감독하는 규제로 바꾸면 AI 기업에 필요한 다양한 거버넌스가 가능해진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 시대의 기업 거버넌스를 고민하다 보면 자꾸 한 법에 부딪힌다. 공익법인 제도다. 앤트로픽처럼 공익 목적의 신탁이 회사를 견제하는 구조를 한국에서 만들 수 있을까 찾아보다가, 이 제도가 어떤 발상에서 시작됐는지 정리하게 됐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1975년의 발상이 그대로 살아 있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국의 공익법인 제도는 두 축으로 만들어졌다. 1975년 제정된 공익법인법, 그리고 1991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의 주식 보유 한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당시 정부의 기조는 분명했다. &quot;공익활동은 원래 정부가 하는 것이고, 민간이 끼어들면 세금 회피나 우회 지배의 수단이 될 수 있으니 강하게 통제하자.&quot; 재단을 통해 재벌이 계열사를 지배하거나 상속세를 피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이 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문제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발상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다. 현행 공익법 제도는 대부분 규제를 위해 만들어졌다. 공익활동을 키우기 위한 법이 아니라 막기 위한 법에 가깝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quot;공익법은 사실상 공익활동을 막는 법&quot;이라고 부른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앤트로픽의 LTBT는 왜 한국에서 불가능한가&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앤트로픽에는 LTBT(Long-Term Benefit Trust, 장기 공익 신탁)라는 독특한 구조가 있다. 회사의 수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이 특별한 주식을 보유하고, 이사회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업이 이윤만 좇다 위험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공익 쪽에서 견제하는 장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런 모델이 한국에서 불가능한 이유가 바로 공익법 때문이다. 공익법인의 주식 소유에 제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공익법인이 기업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가지면 세금 폭탄을 맞는 구조에서는, 공익 신탁이 기업을 견제할 만큼의 지분을 갖는 것 자체가 어렵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부분만 풀려도 훨씬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가 가능해진다. 물론 원래의 우려, 즉 재단을 통한 우회 지배와 세금 회피를 어떻게 막을지는 함께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quot;막기 위한 규제&quot;에서 &quot;공익 목적이 지켜지는지 감독하는 규제&quot;로 바꾸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AI처럼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기술을 만드는 기업일수록, 공익이 지분으로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참고: 더버터, 「공익법,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윤호중 의원 등 6인 라운드테이블」&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Y35NfHD2dt&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28 스레드&lt;/a&gt;&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English Summary&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Korea's public-interest corporation framework rests on the 1975 Public Interest Corporation Act and the 1991 share-ownership limits in inheritance and gift tax law, both designed to prevent tax avoidance and indirect control rather than to enable public-interest work. Because of these share-ownership limits, governance models like Anthropic's Long-Term Benefit Trust, in which a public-interest trust holds shares and checks the company, are effectively impossible in Korea. Shifting from prohibitive rules to oversight of public-interest purposes would open up new forms of corporate governance.&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LTBT</category>
      <category>공익법</category>
      <category>공익법인법</category>
      <category>기업거버넌스</category>
      <category>비영리</category>
      <category>상증세법</category>
      <category>스레드</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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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thinkcraft.tistory.com/20#entry20comment</comments>
      <pubDate>Mon, 26 Oct 2026 23:07:52 +0900</pubDate>
    </item>
    <item>
      <title>필수의료와 의료분쟁조정법 (2026.05.03)</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19</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80%대에서 10%대로 떨어졌고, 필수의료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 해소가 절실하다. 2027년 5월 시행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고위험 필수의료에서 중과실이 없으면 형사 기소를 제한한다. 남은 과제는 무과실 보상제 확대, 책임보험 공적화, 유감표현 법제화, 서울 중심인 의료분쟁조정중재원(K-MEDI)의 권역별 지부 확충이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밤에 아이가 아파도 갈 병원이 없고, 응급 분만을 위해 30분을 달려야 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소아과와 산부인과를 지키는 의료진이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 하나가 사법 리스크다. 5월 초,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쟁점을 정리했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 80%대에서 10%대로&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80%대에서 10%대로 곤두박질쳤다. 사건 이후 의료진이 형사 재판에 넘겨지는 과정을 지켜본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고위험 진료과를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필수의료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 해소가 절실하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개정안의 골자: 중과실이 없으면 형사 기소를 제한한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4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027년 5월 시행 예정이다. 고위험 필수의료(분만, 소아, 응급, 외상, 중증)에서 중과실이 없으면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조건은 책임보험 가입, 설명의무 이행, 손해 전액 배상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양쪽에서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는 &quot;중과실 기준이 모호해서 실효성이 없다&quot;고 걱정하고, 특히 경기도의사회는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환자단체는 &quot;위헌이자 과도한 면책&quot;이라고 우려한다. 하반기 시행령&amp;middot;시행규칙 협의체에서 이런 우려들이 해소되어야 한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아직 해결되지 않은 네 가지 과제&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첫째는 무과실 보상제 확대다. 지금은 분만 사고에만 &quot;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quot;가 있다. 의료진의 과실이 없어도 환자에게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다. 이를 소아와 응급까지 넓혀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둘째는 책임보험 공적화다. 개정법은 모든 의료기관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보험료를 진료과별로 차등하고, 고위험과는 국가가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분만 사고 한 건이 발생하면 보험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고액 배상이 나오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셋째는 유감표현 법제화(Apology Law)다. 사고 직후 의사의 사과와 설명이 법정에서 불리한 증거로 쓰이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다. 지금은 사과가 곧 과실 인정으로 받아들여질까 봐, 의사가 환자 앞에서 말을 아끼게 된다. 그 침묵이 환자의 분노를 키우고 소송으로 이어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넷째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강화이고, 지금 가장 논쟁적인 부분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K-MEDI)은 조정 개시율이 너무 낮아서, 환자 입장에서는 형사소송을 택하게 된다. &quot;조정 신청, 의료진 거부, 형사 직행&quot;이 패턴이 됐다. 한국이 OECD 국가들에 비해 의료진 형사 기소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매일 의사 2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기소된다. 영국은 1년에 1명이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quot;조정에 응하면 기소 면책&quot;, 양쪽 모두 반발하는 이유&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래서 4월 개정안에는 &quot;K-MEDI 조정에 응하면 기소를 면책한다&quot;는 내용이 들어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의료계는 &quot;조정은 자율인데, 안 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그게 무슨 자율 조정이냐&quot;고 반발한다. 환자단체는 &quot;의사가 면책을 받으려고 형식적으로 조정에 응하기만 하면 끝나는 구조&quot;라고 반발한다. 같은 조항을 두고 양쪽이 정반대의 이유로 걱정하는 셈이다. 시행규칙에서 이 부분이 잘 풀려야 한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서울 중심의 의료분쟁 조정 구조&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걱정이 하나 더 있다. K-MEDI의 수도권 중심성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K-MEDI는 본부가 서울에 있고, 2019년 문을 연 부산지원 한 곳이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등 영남권 5개 시도 전체의 의료분쟁 조정과 중재를 맡고 있다. 호남, 충청, 강원, 제주 등 다른 권역에는 지부가 아예 없어서, 그 지역 환자도 의료진도 서울 본원까지 가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영남권 한 곳에 5개 시도가 몰리는 과부하, 그리고 다른 권역은 사실상 지부가 없는 상태에서 지금 그대로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quot;서울 중심 의료분쟁 조정&quot; 구조가 굳어진다. 조정이 형사 기소를 막는 핵심 장치가 된 만큼, 조정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 환자와 의료진은 그만큼 불리해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복지부가 하반기에 시행령 협의체를 꾸린다고 한다. 지방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빠지면 서울 중심의 시행령이 그대로 만들어질 수 있다. 부산을 비롯한 지역 의료 관계자, 환자단체, 협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부산지원의 권한과 역량 강화, 그리고 권역별 K-MEDI 지부 확충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3BG3aj9Oo&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3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3BG3rj0C1&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3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3OIXHj6e2&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3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3OIzLj9BP&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3 스레드&lt;/a&gt;&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English Summary&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Since the 2017 newborn deaths at Ewha Womans University Mokdong Hospital, the share of pediatric residency slots filled has fallen from over 80% to around 10%. The amended Medical Dispute Mediation Act, effective May 2027, limits criminal prosecution in high-risk essential care absent gross negligence, and grants immunity to doctors who join mediation. Remaining tasks include expanding no-fault compensation, publicly supporting liability insurance, an apology law, and strengthening the mediation agency, whose regional coverage is heavily concentrated in Seoul.&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무과실보상</category>
      <category>사법리스크</category>
      <category>소아청소년과</category>
      <category>스레드</category>
      <category>유감표현법</category>
      <category>의료분쟁조정법</category>
      <category>필수의료</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guid isPermaLink="true">https://thinkcraft.tistory.com/19</guid>
      <comments>https://thinkcraft.tistory.com/19#entry19comment</comments>
      <pubDate>Mon, 26 Oct 2026 23:07:48 +0900</pubDate>
    </item>
    <item>
      <title>프론티어 모델과 엣지 모델 (2026.04.27)</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18</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AI 모델 시장은 어려운 추론을 맡는 프론티어 모델과 반복적인 일상 업무를 맡는 엣지 모델로 갈라지고 있다. 월 2~3만 원 AI 구독료는 빅테크의 전략적 가격이라 정상화될 수 있고, 요약&amp;middot;분류&amp;middot;초안 같은 통상 업무는 7B~14B급 오픈 모델과 로컬 RAG로 충분하다. 병목이 인프라와 데이터인 만큼, 병목이 풀리기 전에 공공투자와 시민배당 구조가 들어가야 한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 모델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가장 똑똑한 모델을 두고 경쟁하는 프론티어 시장, 그리고 작고 싼 모델로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엣지 시장이 점점 갈라지고 있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AI 구독료와 로컬 모델에 대해 남긴 글을 묶었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월 2~3만 원 AI 구독료는 전략적 가격이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금 ChatGPT, Claude Pro의 월 2~3만 원 가격은 미국 VC와 빅테크가 전 세계 사용자에게 뿌리는 전략적 가격에 가깝다. 2026년 미국 5대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만 약 900조~1,000조 원에 달하는데, OpenAI와 Anthropic 매출은 합쳐서 50조 원도 안 된다. 들어가는 돈과 버는 돈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DeepSeek, Llama, Qwen 같은 오픈소스 LLM이 가격 천장을 누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어떤 모델을 쓰든 연산량은 소모된다. 오픈소스라고 공짜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바이브코딩 열풍, 그리고 생산성 격차를 체감한 사람들로 프론티어급 모델의 사용량은 폭증하고 있다. 반면 하위 요금제(월 2~3만 원 모델)는 오픈소스와 출혈경쟁을 하다가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VC도 영원히 적자에 베팅할 수는 없다. OpenAI는 IPO를 준비 중이고, 상장 이후에는 투자금 회수가 필요하니 가격이 정상화될 수 있다. 지금의 최상위(MAX) 요금이 평균 가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글에 &quot;한 세대 아래 모델이 개인에게 싸게 풀릴 수도 있지 않느냐&quot;는 댓글이 달렸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그때쯤 기업은 이미 최신 모델로 더 큰 격차를 벌리고 있을 것이고, 비싼 모델을 살 수 있는 개인과 그렇지 않은 개인의 격차도 지금보다 커질 것이다. 기업은 가벼워지고, 일부 개인의 생산성은 커지고, 소수가 생산을 점유하는 양상은 같다. 그때가 되어도 일과 노동의 모습이 지금과 같을까? 하는 질문이 남는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okBVYjxWA&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27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oxL37j4kK&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27 댓글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통상 업무는 하이퍼스케일러 없이도 된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통상적인 수준의 업무는 로컬 데이터만 잘 쌓으면 굳이 하이퍼스케일러의 거대 LLM을 쓰지 않아도 괜찮은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통상 업무&quot;의 경계가 이미 많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요약, 분류, 정형 데이터 추출, 간단한 초안 작성, 코드 자동완성 같은 일은 7B~14B급 오픈 모델(Qwen, Llama, Gemma 계열)로도 꽤 해낸다. 여기에 잘 정리된 로컬 RAG(내부 문서를 검색해 답변에 활용하는 방식)만 붙으면, 사내 문서 검색이나 일상 비서 정도는 하이퍼스케일러 없이도 충분하다. 애플이 온디바이스 AI로 밀고 가는 것도 같은 베팅이라고 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래서 프론티어와 엣지의 분업은 갈수록 뚜렷해질 것이다. 어려운 추론과 최신 연구는 프론티어 모델이, 반복적이고 보안이 중요한 일상 업무는 엣지 모델이 맡는 식이다. 그리고 이 과정의 병목은 인프라와 데이터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7B, 14B는 무슨 뜻일까&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 모델 이야기를 할 때 7B, 14B 같은 숫자가 자주 나온다. 여기서 B는 Billion(10억)이고, 파라미터 수, 즉 모델이 가진 가중치(weight)의 개수를 뜻한다. 모델의 크기와 성능, 그리고 돌리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를 가르는 가장 일반적인 분류 기준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물론 엄밀한 기준은 아니다. 학습 데이터나 기법에 따라 같은 크기라도 성능 차이가 크고, 절대적인 기준이 전혀 아니다. 그래도 대략적인 체감 분류는 이렇다(주관적인 기준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3B 이하는 초경량 모델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CPU에서도 돌아간다. 7B~14B는 소비자용 GPU 한 장에 들어가는 정도다. 30B~70B는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급으로, 꽤 정교한 추론까지 가능하다. 100B 이상은 데이터센터에서 돌리는 대형 모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앞에서 말한 &quot;통상 업무&quot;를 맡을 엣지 모델은 대부분 7B~14B 구간에 있다. 개인 PC나 사내 서버 한 대로도 돌릴 수 있는 크기라는 점이 중요하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공공이 지금 인프라와 데이터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병목이 인프라와 데이터라면, 그 병목이 풀리기 전에 공공이 들어가야 한다. 지금 데이터와 인프라 영역에 공공투자와 시민배당 구조를 도입하지 않으면, 병목이 해소된 뒤에는 공공이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 가치가 이미 민간에 다 귀속된 뒤에 지분을 사오려면 훨씬 비싸지기 때문이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나만의 AI, 나만의 로봇&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엣지 모델이 충분히 똑똑해지면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텐스토렌트 같은 하드웨어를 활용해 자기만의 AI를 구축해두면, 나중에는 저가형 휴머노이드에 얹어 나만의 AI 인간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이미 99달러짜리 귀여운 로봇에 사람들이 AI를 입히고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거대 모델을 빌려 쓰는 시대에서, 개인이 자기 데이터와 모델을 소유하는 시대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quot;누가 모델을 갖고 있느냐&quot;의 문제는 기업만이 아니라 개인의 문제가 된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0z2N-D2KG&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2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08QjGD-7c&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2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09O6HDySX&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2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09PRvDzRT&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2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01X5Aj9Ns&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2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26ncSD4tq&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3 스레드&lt;/a&gt;&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English Summary&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Current AI subscription prices of 20 to 30 thousand won a month are strategic, subsidized by massive infrastructure spending that far exceeds revenue, and may normalize after IPOs. At the same time, routine work such as summarization, classification and drafting can be handled by 7B to 14B open models with local RAG, so a division of labor between frontier and edge models is emerging. The bottleneck is infrastructure and data, which is why public investment and citizen dividends should be designed before that bottleneck is resolved.&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ai구독료</category>
      <category>로컬llm</category>
      <category>스레드</category>
      <category>엣지모델</category>
      <category>오픈소스llm</category>
      <category>온디바이스</category>
      <category>프론티어모델</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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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thinkcraft.tistory.com/18#entry18comment</comments>
      <pubDate>Mon, 26 Oct 2026 23:07:43 +0900</pubDate>
    </item>
    <item>
      <title>AI와 인격, 그리고 암묵지의 소유권 (2026.04.24)</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17</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AI가 개인의 말투와 판단 패턴, 얼굴과 목소리까지 복제하는 시대에는 사람의 일하는 방식까지 인격의 일부로 보호해야 한다. 퇴사 후에도 남는 AI처럼 사무직 암묵지의 소유권은 법과 계약으로 정해지지 않았고, 테일러 스위프트는 목소리와 무대 사진을 상표로 출원했다. 현행 인공지능기본법은 'AI입니다' 표시만으로 남의 얼굴과 목소리를 쓰게 두므로 인격권을 넓게 보장해야 한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는 이제 사람의 결과물만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복제한다. 일하는 방식과 판단 패턴, 얼굴과 목소리까지. 4월에 연달아 본 두 가지 뉴스를 계기로, 우리가 지켜야 할 &quot;인격&quot;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봤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퇴사해도 남는 나의 AI, 누구의 것인가&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금까지는 보고서, 코드, 회의록 같은 명시적 산출물이 회사 자산으로 분명하게 귀속됐다. 근로계약에도 대개 그렇게 적혀 있다. 그런데 개인의 사고방식과 의사결정 패턴까지 담긴 암묵지의 소유권은 법이나 계약으로 정해진 사례가 많지 않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문제는 AI가 이 암묵지까지 학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메일, 메신저, 문서를 학습하면 그 사람의 말투와 판단 방식을 흉내 내는 AI를 만들 수 있다. 퇴사한 뒤에도 그 사람의 업무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AI가 조직에서 계속 쓰인다면, 그 직원은 보상이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이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현장에서는 이미 대응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개발자들은 &quot;anti-distill&quot; 스킬을 공개하며, AI가 겉으로는 정상적인 결과를 내되 핵심 노하우는 일부러 빼거나 별도 저장소에 분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자신의 &quot;진짜 경쟁력&quot;을 지키려는 일종의 기술적 방어 장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개인이 기술로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은 제도가 비어 있다는 신호다. 피지컬 데이터에서 숙련공의 동작이 그렇듯, 사무직의 판단 패턴도 그 사람이 쌓아온 자산이다. 이 자산이 누구에게 귀속되고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는지, 노동법과 계약의 언어로 정리할 때가 됐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참고: 베타뉴스, 「퇴사해도 계속 일한다&amp;hellip;내 말투까지 복제하는 AI, 누구의 것인가」&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gG5SHj9XQ&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24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테일러 스위프트가 목소리를 상표로 등록한 이유&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테일러 스위프트가 4월 24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상표 3건을 출원했다. 노래 제목이 아니다. 목소리 2개, 무대 사진 1장이다. AI가 자기 목소리와 얼굴을 훔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초상권을 비롯한 인격권을 넓게 보장하는 일이다. 그동안 유명인의 복제는 사진, 목소리, 영상처럼 분절된 데이터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제는 실물과 비슷하게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지 않은 말, 만들지 않은 노래, 찍지 않은 사진이 넘쳐나고, 실제 인물의 영향력에 기대 반응을 얻고 수익을 내는 사례까지 생겼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런데 현행 인공지능기본법으로는 이런 시뮬레이션도 AI가 만든 것임을 표시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 &quot;AI입니다&quot;라는 표시 하나로 남의 얼굴과 목소리를 써서 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유명인이 상표권이라는 우회로까지 찾아야 하는 이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유명인만의 문제도 아니다. 앞의 퇴사자 사례처럼, 평범한 개인의 말투와 판단 방식도 복제 대상이 된다. 기존 저작권 개념을 넓혀,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 일하는 방식까지 인격의 일부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szAaXj7K2&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29 스레드&lt;/a&gt;&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English Summary&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 can now replicate not only people's work but people themselves. Explicit outputs belong to employers, but who owns an employee's tacit knowledge and decision patterns once an AI has learned them, even after they leave? Some developers are already building &quot;anti-distill&quot; defenses. Meanwhile, simulated voices and faces of real people are being monetized, and Korea's AI Basic Act only requires labeling. Taylor Swift's trademark filings for her voice and image show why personality and portrait rights need broader protection.&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AI복제</category>
      <category>스레드</category>
      <category>암묵지</category>
      <category>인격권</category>
      <category>인공지능기본법</category>
      <category>저작권</category>
      <category>초상권</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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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thinkcraft.tistory.com/17#entry17comment</comments>
      <pubDate>Mon, 26 Oct 2026 23:07:38 +0900</pubDate>
    </item>
    <item>
      <title>데이터의 개념이 바뀐다 (2026.06.16)</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16</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AI가 유전체와 의료 기록으로 들어가면서 데이터를 어떻게 정의하고 분류하느냐가 곧 권리와 산업의 문제가 됐다. 정보량은 데이터에 내재한 고정값이 아니라 범주 도식의 함수이고, 염기쌍 9조 개를 학습한 Evo 2가 보여주듯 유전체 데이터는 그 자체로 생명을 설계하는 원본이다. '익명화하면 권리가 사라진다'는 현행법 논리는 유전체 앞에서 작동하지 않으므로 데이터 분류의 새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데이터&quot;라는 말은 너무 익숙해서 그 정의를 다시 묻는 일이 드물다. 하지만 AI가 텍스트를 넘어 유전체와 의료 기록으로 들어가면서, 데이터를 어떻게 정의하고 분류하느냐가 곧 권리와 산업의 문제가 되고 있다. 6월부터 8월까지 이 주제로 남긴 생각을 모았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한국이 가장 앞설 수 있는 길목, 의료 데이터&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인재 전쟁에서 한국은 &quot;의사 나라&quot;라는 말을 듣는다. 우수한 인재가 의대로 몰리는 구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활로가 막혀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한국이 가장 앞설 수 있는 길목이 바로 의료라고 생각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근거는 데이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NHIS)의 빅데이터는 건강, 요양, 검진, 청구를 모두 아우르고, 전 국민을 기반으로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모의 공공데이터다. 단일 보험자 체계 덕분에 한 사람의 생애 의료 기록이 한곳에 쌓인다는 것은, 다른 나라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자산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요즘 이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에는 폭넓은 의미의 의료가 반드시 포함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 다만 그 데이터가 누구의 것이고,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열려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Zpm1Yqk2-w&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6.16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정보량은 고정된 값이 아니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클로드 섀넌은 정보량(엔트로피)을 확률분포 p(x)의 함수로 정의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알면 그 사건이 담고 있는 정보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런데 머신러닝 과정에서 라벨이 계속 수정되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같은 사진을 &quot;고양이/개&quot;로 나누다가 &quot;품종별&quot;로 다시 나누면, 확률분포 자체가 바뀐다. 정확히는 사건을 가르는 범주 분할 자체가 가변적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다면 정보량은 데이터에 내재한 고정된 양이 아니라, 데이터를 무엇으로 셀 것인가에 대한 범주 도식의 함수다. 데이터를 &quot;측정 가능한 기록&quot;으로만 보는 관점은 이 도식의 가변성을 보지 못한다. 같은 기록도 어떤 틀로 나누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데이터의 가치와 권리를 따질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Z1dUi3jw9C&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6.21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유전체 데이터의 등장&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존의 데이터가 디지털이었다면, 앞으로의 데이터는 더 아날로그에 가까운 연속성을 갖게 될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데이터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올해 3월 네이처에 실린 유전체 모델 Evo 2는 염기쌍 9조 개를 학습해 박테리아 게놈 규모의 새 서열을 설계한다. LLM의 학습 데이터가 텍스트와 음성, 영상뿐이던 시대와 AI for Science 시대의 데이터를 같은 것으로 정의할 수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Evo 개발진이 생물학적 위험을 우려해 진핵생물 바이러스를 학습에서 빼고 레드팀 검증을 거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데이터는 그 자체로 생명을 설계할 수 있는 원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법도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quot;익명화하면 권리가 사라진다&quot;는 현행법의 논리는 데이터 자체가 원본인 유전체 앞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이름을 지워도 유전체는 그 사람을, 그리고 그 가족까지 가리키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청구&amp;middot;검진 데이터의 가치도 유전체와 결합될 때 커진다. 앞에서 말한 건강보험 데이터의 잠재력이 유전체 데이터와 만나면 훨씬 커지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quot;데이터&quot;의 분류 자체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필요한 이유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cK9jVLD5t9&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8.18 스레드&lt;/a&gt;&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English Summary&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The meaning of data is changing. Korea's national health insurance database, covering the entire population, is a rare strategic asset. Shannon entropy depends on how events are categorized, so information content is a function of the classification scheme, not a fixed property of data. Genomic models like Evo 2 show that in the AI for Science era, data can be an original that identifies people even when anonymized, which calls for a new framework for classifying data and assigning rights.&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AIforScience</category>
      <category>EVO2</category>
      <category>데이터</category>
      <category>섀넌</category>
      <category>스레드</category>
      <category>유전체</category>
      <category>의료데이터</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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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thinkcraft.tistory.com/16#entry16comment</comments>
      <pubDate>Mon, 26 Oct 2026 23:07:34 +0900</pubDate>
    </item>
    <item>
      <title>AI 시대, 고용 안전망의 전제가 흔들린다 (2026.04.20)</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15</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한국 고용 정책은 완전고용을 전제로 설계됐지만 AI 자동화가 그 전제를 흔들고 있으며, 이로 인한 소득 불안정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로 다뤄야 한다. 한국 정규직 고용보호지수(EPL)는 2.17로 OECD 평균보다 낮아, 문제는 해고가 아니라 해고 이후의 안전망 부재다. 기본소득은 노동자가 떠날 수 있고 기업이 뽑을 수 있게 해 얼어붙은 노동시장을 푸는 열쇠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우리 사회보장 제도는 &quot;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할 수 있다&quot;는 가정 위에 서 있다. 실업급여도, 직업훈련도, 사대보험도 모두 그렇다. AI 자동화가 이 가정을 흔들고 있다는 생각을 4월 한 달 동안 몇 차례에 걸쳐 스레드에 남겼다. 그중 고용 정책의 전제, 그리고 고용 유연성에 대한 질문에 답한 글을 묶었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고용 정책은 완전고용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국내 고용 정책은 완전고용, 즉 이론적으로 노동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상태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실업급여에 구직활동 의무를 붙이고, 직업훈련을 개인 역량 강화 수단으로 삼는 것이 그 예다. 일자리는 있으니, 개인이 찾고 준비하면 된다는 논리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 자동화 시대의 문제는 바로 이 완전고용의 전제가 깨진다는 데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숫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25년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국내 일자리의 약 35%가 자동화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특히 제조업과 금융업에서 고용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보고서도 근로자의 27%가 임금 삭감과 실직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AI로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를 327만 개로 추산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AI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quot;, &quot;일자리가 그렇게까지 대체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quot; 일하는 개인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은 그렇게 다룰 수 없다. 정책은 체감이 아니라 위험의 크기와 가능성을 놓고 미리 대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35%든 10%든, 전제가 흔들리는 건 같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일자리가 35% 사라지든 10%만 사라지든, 지금의 고용보험 체계는 &quot;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으면 취업할 수 있다&quot;는 전제 위에서 돌아간다. 사라지는 비율이 크든 작든, 그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문제는 같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전제가 흔들리면 실직자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아직 일하고 있지만 임금이 깎이거나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사람까지 포함해, 제도가 감당하지 못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구조가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는 위험의 구조적 분산이다. 개인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 생긴 실직이 아니라 기술 환경이 바뀌어서 생긴 소득 불안정이라면, 그 위험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눠서 져야 한다. AI 자동화로 인한 소득 불안정은 개인의 노력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로 다뤄져야 한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VZdaGj4JD&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20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VZ8rcD81E&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20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한국 노동시장은 정말 경직되어 있을까&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레드에서 &quot;기업의 고용 유연성 경직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quot;는 질문을 받았다. 고용 유연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한국 노동시장의 특수한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quot;낮은&quot; 게 아니다. &quot;한국은 해고가 어렵다&quot;는 많은 사람의 관념과 사실은 다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고용보호법제지수(EPL)상 한국 정규직 고용보호는 2.17로 OECD 평균(2.29)보다 낮다. 해고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는 뜻이다. 2021년 기준 한국 임금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6년으로 OECD 평균 10.1년보다 짧고, &quot;해고 자유국&quot;으로 거론되는 덴마크보다도 짧다. 비정규직은 전체의 약 3분의 1이고,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노동권지수에서 한국은 2014년부터 9년 연속 최하위인 5등급(&quot;노동권 보장 없음&quot;)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quot;한국은 경직된 노동시장&quot;이라고 생각하게 된 걸까?&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문제는 해고가 아니라 해고 이후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국에서는 해고가 곧 삶의 안전망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국 실업급여는 최대 9개월, 평균임금의 50~60% 수준이다. 덴마크는 최대 2년, 70~90%다. 게다가 사대보험도 전부 고용관계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직장을 잃으면 소득만 끊기는 게 아니라 보험과 연금의 연결고리까지 흔들린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노동자 입장에서는 직장이 아무리 별로여도 나갈 수가 없다. 나가는 순간 월세, 대출, 생활비는 누가 내나? 이직도 몇 달 치 저축이 있어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니 일단 버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업도 이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정규직으로 뽑으면 노동자는 무조건 버틴다. 법적으로는 해고할 수 있어도, 해고당한 사람이 소송을 걸면 기업도 피곤해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결론은? 처음부터 정규직을 안 뽑게 된다. 비정규직, 외주, 플랫폼 노동으로 &quot;고용관계&quot; 자체를 피한다. 한국에 220만 명의 플랫폼 노동자가 생긴 배경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정리하면 이렇다. 법은 해고를 허용한다. 엄밀히는 복잡한 이야기지만, 권고사직 같은 우회로도 공공연하다. 그런데 해고 뒤에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없어서 &quot;유연하지 못하다&quot;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 노동자는 나갈 수 없고, 기업은 안 뽑는다. 양쪽 다 얼어붙어 있는 것이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그래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얼어붙은 구조를 푸는 열쇠가 기본소득이라고 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노동자는 별로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도 당장 길거리에 나앉지 않는다. 싫은 일을 거절하고, 맞는 일을 찾고, 재교육이나 창업을 시도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quot;선택&quot;이 가능해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업은 경영 환경이 바뀔 때 인력을 조정할 수 있다. 해고당한 사람이 다음 날 월세를 못 내게 되는 게 아니니, 사회적 낙인도 소송 리스크도 줄어든다. 정말 필요할 때 뽑고, 필요 없을 때 내보낼 수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따라서 기본소득 사회가 되면 기업의 채용과 해고는 오히려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경영계가 30년 동안 요구해온 &quot;노동시장 유연화&quot;와 비슷하게 들릴 수 있지만, 다른 이야기다. 노동자의 생존 인프라 없는 자율 해고는 사회적 설득력이 없다. 기본소득이 있다면 설득력이 생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업 관점의 유연성과 노동자 쪽에서 본 유연성, 둘 다 보장되어야 한다. 한쪽만 자유로운 시장은 진짜 유연한 시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게다가 지금처럼 AI 전환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원 감축이나 경영 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기본소득은 더 미뤄둘 수 없는 주제가 아닐까? 물론 고부가가치 도메인 위주로 산업 판도가 뒤바뀌고 있는 지금, 이 밖에도 보강할 부분이 아주 많다. 완전고용을 전제한 고용 정책, 정규직 위주의 사대보험 체계, 특수고용 노동 문제 등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ZWD8xj-jN&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21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ZWElKj0up&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21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ZWFGNjx3Z&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21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ZWFpOj0sz&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21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ZXQgYD2gP&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21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지금의 제도를 고수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고용 중심의 사회보장 모델을 AI&amp;middot;자동화 시대에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은 일종의 현상유지편향이라고 본다.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이란 변화가 가져올 잠재적 손실을 두려워해서, 더 나은 대안이 있어도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아직은 시기상조&quot;라는 말은 중립적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지금의 제도를 계속 쓰겠다는 하나의 선택이다. 그 선택에도 비용이 따른다. 전제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면, 바꾸지 않는 쪽의 위험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v23Spj2Sx&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30 스레드&lt;/a&gt;&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English Summary&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Korea's employment policies assume full employment, which AI automation is undermining: studies project that about 35% of jobs face automation risk and 3.27 million jobs could be replaced. Korea's labor market is not actually rigid by OECD measures; what makes it feel rigid is a thin safety net tied to employment, which leaves workers unable to leave and firms unwilling to hire. A basic income would make the market genuinely flexible for both sides, and holding on to the employment-based model is itself a form of status quo bias.&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AI자동화</category>
      <category>고용안전망</category>
      <category>고용유연성</category>
      <category>기본소득</category>
      <category>스레드</category>
      <category>실업급여</category>
      <category>완전고용</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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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thinkcraft.tistory.com/15#entry15comment</comments>
      <pubDate>Mon, 26 Oct 2026 23:07:29 +0900</pubDate>
    </item>
    <item>
      <title>AI 기업의 지분, 누가 어떻게 나눌까 (2026.05.03)</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14</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AI가 만드는 부를 나누는 핵심 쟁점은 공공 부 기금을 만들지가 아니라 소유인지 과세인지, 누가 운용하고 누가 견제하는지다. OpenAI는 미국 정부에 지분 5%(약 59조 원)를 주는 방안을 논의한 반면, 앤트로픽은 지분 이전을 거부하고 세수 기반의 '디지털 배당'을 말했다. 소유 모델에서는 시민 배당과 국가 통제가 함께 일어날 수 있어, 알래스카식 배당만이 답은 아니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가 만들어내는 부를 사회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몇 년 전까지는 학술적인 질문이었지만, 올해 들어 OpenAI, 앤트로픽, 미국 정부가 직접 구체적인 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5월부터 7월까지 이 흐름을 따라가며 남긴 생각을 정리했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모두에게 지분을 줄까, 정부가 받아서 나눌까&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때 사비까지 들여 기본소득 연구를 지원했던 샘 알트먼은, 고정적인 현금 지급만으로는 AI 시대의 노동과 자본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다며 대중이 AI 컴퓨팅 자원이나 지분을 직접 소유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OpenAI가 발표한 정책 보고서의 &quot;공공 부 기금(Public Wealth Fund)&quot;도 사람들이 AI 주도 경제 성장에 주주처럼 참여하는 구조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여기서 두 갈래가 나온다. 태어나는 모든 사람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방식, 그리고 정부가 지분을 받아서 그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AI 전환 시대에 공공이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 동의하지만, 분배 방식에서는 관점 차이가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만 OpenAI의 공공 부 기금은 &quot;AI 기업과 AI를 도입&amp;middot;배포하는 더 넓은 기업군의 성장을 포착하는 다각화된 장기 자산에 투자&quot;하는 구조라서, 결국 현금 배당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상 공유부 펀드 정책과 같은 방향이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25AqhjyjC&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3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기본소득인가, 기본자산인가&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의견이 가장 많이 갈리는 지점은 현금 지급의 장단점이다. 현금은 바로 쓰이기 때문에 내수를 살리고,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반면 &quot;현금을 나눠주면 결국 소비로 사라진다&quot;는 비판도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어떤 분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quot;기본자산&quot;을 바란다고 하셨다. 일견 동의가 된다. 하지만 기본자산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산은 쌓이는 것이지 바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서,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계층, 즉 돈이 생기면 바로 생활비로 써야 하는 사람들의 일상 소비로 흘러가기 어렵다. 내수 순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궁금한 것도 있다.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분들은 기본자산에는 찬성할까? 사실 나는 둘 다 좋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형태가 아니라 분배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25ArJDxEQ&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3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알트먼의 기본소득은 일종의 보험이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알트먼은 AI 도입이 너무 느리면 경제 전반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를 쓰지 않는 기존 대기업들이 AI를 적극 활용하는 1~10명 규모의 소수 정예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 기존 기업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더 빨리 기술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사실 알트먼이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을 외치는 건, 자기 제품을 팔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비슷하다. &quot;AI를 도입하지 않으면 경제 혼란이 온다&quot;고 경고하면서, 동시에 그 도입의 부작용은 공적 안전망이 받쳐달라는 것이다. 본인 표현을 빌리면 &quot;개발 마찰 대신 배포 흡수(deployment absorption)&quot;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술 발전 속도에 제동을 걸지 말아달라는 이야기와도 같다. 사회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의 성장에도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면 팔 수가 없다. 그래서 기업의 기본소득 주장은 선의로만 읽을 게 아니라, 그 이해관계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26HBQDzvZ&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5.03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트럼프는 국부펀드로 국내 주식을 샀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보통 국부펀드는 해외 주식을 산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대표적이다. 국내 경기와 분산된 자산에 투자해 위험을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국내 주식을 샀다. 국부펀드를 사실상 인내자본, 즉 단기 수익보다 장기 성장을 보고 버티는 자본으로 쓴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정부 차원의 빅테크 투자와 지분 회수는 앞으로의 AGI 시대를 대비한 공공 환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AI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미래 세대에게 빅테크의 성과를 직접 배당하기 위한 인프라를 깔고 있는 셈이다. 정치적 성향과 별개로, 기본소득의 전제 조건을 이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Zpn5BJk4uw&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6.16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OpenAI의 지분 5%, 앤트로픽의 거절&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OpenAI가 미국 정부에 지분 5%를 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약 426억 달러, 59조 원어치다. 이 제안 6일 전, OpenAI는 정부 요청으로 GPT-5.6 출시를 미뤘다. IPO도 코앞이다. 시민 배당이라는 명분에 더해, 자사 모델에 대한 규제 방패로 이 제안을 내놓았다는 외신의 해석도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반면 앤트로픽은 지분을 정부에 직접 주는 방향과는 선을 그었다.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생긴다. 소유권을 넘길 것이냐, 수익에 과세할 것이냐.&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분 5%를 국부펀드에 넣자는 알트먼과, 아예 50%를 가져오자는 버니 샌더스는 소유 이전을 이야기한다. 지분을 거부하고 세수 기반의 &quot;디지털 배당&quot;을 말한 앤트로픽은 수익의 분배를 이야기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정부가 지분을 받아 그 배당금을 나누든, 기업이 낸 세금으로 배당액을 나누든, 시민에게 돌아가는 방식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앤트로픽의 반대에는 이유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은 이 흐름을 &quot;사실상의 국유화&quot;라고 불렀다. 정부가 주주가 되면 산업에 개입할 지렛대가 생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즉 소유 모델에서는 시민 배당과 국가 통제가 함께 일어날 수 있다. 앤트로픽이 &quot;독립성&quot;을 이유로 지분 거버넌스를 거부한 것은, 그동안 미국 정부와 모델 사용 문제로 입장 차이를 보여온 기조와도 일치한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aUVHK3D6ep&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7.03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aUVH1Oj29W&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7.03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알래스카 모델만이 답은 아니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시민 배당은 필요하지만 국가가 산업을 쥐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 지분 이전이 아니라 세제와 권리 배분 쪽으로 설계해볼 수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본소득 이야기를 하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알래스카식 배당이다. 알래스카는 석유 수익을 영구기금에 넣고 굴려서 매년 주민에게 배당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천연자원이나 재생에너지처럼 땅과 자연에서 나오는 부에 잘 맞는 분배 모델이, AI 모델과 국가 통제라는 문제에는 꼭 맞지 않을 수 있다. 석유는 누가 소유하든 석유지만, AI 모델은 누가 소유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쓰이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결국 공공 부 기금을 &quot;만들 것인가&quot;가 아니라 &quot;어떤 방식으로 만들 것인가&quot;의 문제다. 소유인지 과세인지, 누가 운용하고 누가 견제하는지까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aUVlymj5Jy&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7.03 스레드&lt;/a&gt;&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English Summary&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How should the public share in the wealth created by AI? This post follows proposals from OpenAI (a Public Wealth Fund and a 5% government stake), Anthropic (rejecting equity in favor of a tax-based digital dividend), and the U.S. government (using a sovereign wealth fund to buy domestic tech stocks). It compares universal equity with state-held equity, basic income with basic assets, and argues that ownership models risk combining citizen dividends with state control, so the design of a public wealth fund matters as much as its existence.&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AI지분</category>
      <category>openAI</category>
      <category>공공부펀드</category>
      <category>국부펀드</category>
      <category>스레드</category>
      <category>시민배당</category>
      <category>앤트로픽</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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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6 Oct 2026 23:07:24 +0900</pubDate>
    </item>
    <item>
      <title>제조업 AX는 왜 어려운가 (2026.04.20)</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13</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제조업 AX의 핵심은 거대한 파운데이션 모델이 아니라 현장 데이터로 학습한 엣지 모델이며, 공정이 공장마다 달라 단일 솔루션이 존재하기 어렵다. 현장의 문제는 숙련공 암묵지의 비이전성, 엑셀로 관리되는 BOM, 데이터 공유 자체의 법적 리스크다. 시장에만 맡기면 지방 중소 제조사는 뒤처지고 기술의 논리는 독점으로 향하므로, 공공이 데이터 축적과 전환 과정에 함께 들어가야 한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요즘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무직 이야기를 떠올린다. 문서 요약, 보고서 작성, 코드 생성처럼 LLM 하나로 여러 회사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 제조 현장으로 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올해 4월부터 여름까지 데이터 콜렉팅 팀, 제조 AX 기업 대표님들을 만나며 들은 이야기와 그때그때 든 생각을 이 글에 모았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대기업이 아니라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필요 없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데이터 콜렉팅을 하는 팀과 또 이야기를 나눴는데, 역시 제조업 AX의 핵심은 엣지 모델이라는 결론으로 돌아왔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거대한 파운데이션 모델은 필요하지 않다. 어차피 대기업은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공정이 공장마다 다르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범용 모델은 &quot;모두에게 어느 정도 맞는&quot; 답을 잘 낸다. 하지만 공장 하나하나의 설비, 재료, 작업 순서에 맞춘 판단은 그 현장의 데이터로 학습한 작고 특화된 모델이 더 잘한다. 현장 장비 가까이에서 돌아가는 엣지 모델이 중요한 이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래서 제조 데이터는 초반에 품을 들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이 분야는 정말 초창기라, 지금 뛰어들어도 투자 대비 리턴이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민간 자본이 선뜻 들어오기 어려운 구간이다. 역설적으로 지금이 공공투자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XW1GFkD77N&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4.20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같은 숙련공이어도 자동화 위협은 다르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천과 나무, 금속의 물성은 다 다르다. 금속은 단단하고 형태가 일정해서 로봇이 집고 옮기기 비교적 쉽다. 반면 원단 같은 유연체는 잡는 순간 모양이 바뀌고, 당기는 힘에 따라 늘어나거나 접힌다. 로봇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같은 &quot;숙련공&quot;이라도 어떤 재료를 다루느냐에 따라 자동화 위협에 노출되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비용의 문제도 있다. 어떤 분야는 숙련공의 임금이 너무 낮아서, 자동화의 기술적 난이도와 설비 투자비, 그 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따져보면 지금 시점에서 자동화를 시도할 이유가 없어지기도 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지와 경제적으로 할 만한지는 다른 질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래서 &quot;AI가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까&quot;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답이 있을 수 없다. 분야별로 과제의 난이도와 비용 구조를 이해해야 어디가 먼저, 어떻게 바뀔지 말할 수 있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Zeayc7D9Yj&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6.12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Zeay0dD5Y7&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6.12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단일 솔루션이 존재하기 어려운 이유&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제조 공장의 공정 설비는 대부분 자기가 만드는 제품을 찍어내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공장마다 만드는 제품이 다르고, 그에 따라 설비도 제각각이다. 그러니 &quot;이걸 깔면 모든 공장이 좋아진다&quot;는 단일한 기술 솔루션이 존재하기 어렵다. 사무 행정은 문서와 이메일이라는 공통 형식이 있지만, 제조는 그런 공통분모 자체가 작다. 하나의 솔루션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는 뜻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게다가 공장마다 디지털 전환(DT)이 얼마나 되어 있는지도 다르다. 이미 설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공장과 아직 종이 작업지시서를 쓰는 공장에 같은 솔루션을 넣으면 결과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새 솔루션이 기존 시스템에 얼마나 매끄럽게 통합될 수 있는지도 성패를 가른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ahaZppj8Rz&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7.08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현장에서 들은 세 가지 문제&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산업 현장에서 안전화 신고 뛰어다니며, 제조업 노동자들과 직접 부대끼면서 AX를 하시는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표님이 짚은 문제는 크게 세 가지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첫째, 암묵지는 옮겨지지 않는다. 기술적 문제의 핵심은 암묵지의 비이전성이다. 숙련공의 판단은 관절 각도나 압력 값 같은 숫자가 아니다. &quot;천의 상태를 보고 힘을 조절하는&quot; 맥락 의존적인 행위다. 그런데 센서는 그 맥락이 아니라 결과로 나온 움직임의 궤적만 기록한다. 그래서 데이터를 아무리 모아도 조건이 조금만 바뀌면 재현되지 않는다. 숙련공이 &quot;왜&quot; 그렇게 움직였는지가 데이터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굉장히 난도 높은 작업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둘째, 가장 중요한 서류가 엑셀로 관리된다.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는 BOM(Bill of Materials), 즉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의 계층 구조표다. 어떤 부품이 몇 개, 어떤 순서로 들어가는지가 다 여기 담긴다. 그런데 전용 소프트웨어 없이 엑셀이나 PDF로 관리하는 곳이 많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소스코드를 버전 관리 도구(Git) 없이 &quot;최종_최종2.xlsx&quot; 같은 파일로 관리한다면 아무도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제조 현장에서는 이게 표준이다. AI를 붙이기 전에 데이터의 기초 체력부터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셋째, 데이터 공유 자체가 법적 리스크다. 제조업 특유의 거버넌스 문제도 있다. 한 회사 안에 여러 협력사의 데이터가 섞여 있고, 도면 유출 소송이 빈번하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를 밖으로 꺼내 공유하는 것 자체가 법적 리스크가 된다. AI 학습에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건 모두 알지만, 누구도 먼저 내놓기 어려운 구조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결국 문제를 공식화하고, 그걸 LLM과 엮어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는 창의적이고 수학적인 역량이 없으면 제조업 곳곳의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이걸 최적화 문제로 풀어야 하는지, LLM으로 풀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현장에 더 많아져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정책 쪽 고민도 들었다. 고객사가 &quot;정부 과제 따와서 매칭해주면 안 되냐&quot;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불필요한 서류 작업이 늘고, 과제를 못 따면 고객사와 관계가 어색해진다. 그렇다고 지원 방식을 공급 기업 보조에서 수요 기업 바우처로 바꾸면, 이번엔 고객사를 설득하는 비용이 더 높아진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bKdeJPj4W2&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7.24 스레드&lt;/a&gt; &amp;middot;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bKdendDzMX&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7.24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시장에만 맡기면 지방 중소 제조사는 뒤처진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자체 솔루션을 가진 회사라고 해서 현장에 꼭 맞는 것도 아니다. 제조업은 서비스업처럼 통합과 규모의 경제로 접근하기가 본질적으로 어렵다.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공장 여러 곳을 인수해 한 번에 최적화하고, 그 제품군 전체를 장악하는 식의 자본 전개는 가능하겠지만, 그건 기술 문제라기보다 자본의 문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공정은 기본적으로 파편화되어 있고, 어떤 산업은 아주 오랫동안 1~3곳의 벤더가 시스템을 꽉 잡고 있기도 하다. 새로 들어오는 기업은 맨땅에 헤딩하며 하나하나 풀어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한 공공의 지원이 더 커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지방의 중소 제조사는 어떤 기술이 있고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크다. 시장에만 맡기면 기술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래서 남는 질문은 세 가지다. 먼저, 무엇을 기준으로 공급 기업을 평가해야 할까? 다음으로, 지원 사업이 끝난 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데이터와 노하우를 어떻게 축적해 산업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경쟁력이 낮은 공장은 자연히 사라지게 될 텐데, 그때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위한 대안은 기본소득 말고 무엇이 있을까?&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bKeXdVj3La&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7.24 스레드&lt;/a&gt;&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기술의 논리가 가리키는 결론, 독점&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런 조건들을 다 놓고 보면, 제조 AX로 가장 큰 효익을 얻는 방법은 이렇게 정리된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이 AX를 주도해 최적화한 레퍼런스를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쟁 제조업체를 인수해 솔루션화하며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 가장 유효하다. 공정이 파편화되어 있으니, 파편을 하나로 합치는 쪽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뜻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효율만 보면 이게 정답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수되지 못한 공장, 그곳의 숙련공, 지역 경제는 어떻게 되는가. 앞의 질문들이 결국 여기로 이어진다. 제조 AX를 기업에만 맡겨둘 수 없고, 공공이 데이터 축적과 전환 과정에 함께 들어가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lt;/p&gt;
&lt;p style=&quot;font-size: 13px; 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원문: &lt;a href=&quot;https://www.threads.com/@chihye.bip/post/Db9qEAqj8fh&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2026.08.13 스레드&lt;/a&gt;&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English Summary&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Why is AI transformation in manufacturing so different from office work? Factory processes are fragmented and built for each product, so no single solution fits all. Tacit knowledge of skilled workers is context-dependent and not captured by sensors, core documents like BOMs are still managed in spreadsheets, and data sharing carries legal risk. Automation exposure also varies by material and wage levels. Left to the market, small regional manufacturers fall behind, and the most efficient path points toward consolidation and monopoly, which is why public investment and data accumulation matter.&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공공투자</category>
      <category>스레드</category>
      <category>암묵지</category>
      <category>엣지모델</category>
      <category>제조데이터</category>
      <category>제조업AX</category>
      <category>피지컬ai</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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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6 Oct 2026 23:07:15 +0900</pubDate>
    </item>
    <item>
      <title>김용범 정책실장님의 국민 배당금 제안에 부쳐 (2026.05.13)</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11</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삼성 노동조합 파업부터 국민배당금 논쟁까지 결국 'AI 시대 분배'의 문제이며, '정부 대 기업', '기업 대 노동자'라는 이분법 프레이밍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반도체는 ETRI 설립과 DRAM 공동개발 같은 국가의 결단, 기업가의 도전, 노동자의 근로가 함께 만든 결실이다. 국가 산업 전략에 대한 공공 투자와 환수 조치, 새로운 분배 계약을 기업과 정부, 노동자가 함께 설계해야 한다.&lt;/blockquot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삼성 노동조합 파업부터 국민배당금을 둘러싼 논쟁까지, 결국은 &amp;lsquo;AI 시대 분배&amp;rsquo;의 문제입니다. 이 논쟁들은 '정부 대 기업' '기업 대 노동자' 라는 구도로 손쉽게 프레이밍되곤 합니다. 그러나 사실, 되짚어보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은 이런 이분법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아무것도 없던 자리에서 한강의 기적에 이르기까지, 무언가를 일으켜온 기업가들의 도전정신, 그 도전이 길을 잃지 않도록 옆에서 자원과 인프라를 댄 국가의 결단, 노동자들의 성실한 근로가 따로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은 어느 한쪽만의 공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봤기에 가능했던 기적이었습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반도체는 그 협업의 가장 빛나는 결실입니다. 1976년 정부가 ETRI를 세웠을 때, 우리에게는 '반도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습니다. 1980년대 정부의 반도체 공업 육성계획, '단군 이래 최대 R&amp;amp;D'라 불렸던 4M&amp;middot;16M&amp;middot;64M DRAM 공동개발. 그렇게 만들어낸 기술 위에 삼성과 SK가 세계를 향해 나아갔고,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1위 국가가 되었습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오늘도 다르지 않습니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반도체 분야 재정지원만 5조 원, 올해 한 해에만 1조 7천억 원이 투입됩니다. 산업은행을 통한 17조 원 규모의 저리대출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고, 용인&amp;middot;평택 클러스터의 송전선 지중화 1.8조 원과 용수관로 2.2조 원의 상당 부분을 정부와 공기업이 떠받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역점 산업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발 맞추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러나 오늘날, 기업과 국가에 대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습니까? 기업을 '순전히 사적인 존재'로만 규정하면서, 거기에 들어간 공공의 자산과 공동체의 기여가 무관한 것처럼 선을 긋고, 정부 기조에 대한 찬반과 관계없이 기업을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으로 규정하거나, 혹은 그저 '세금만 내면 되었다'는 식으로 기업의 역할과 범위를 축소합니다. 기업이라는 우리 공동체의 가장 핵심적인 세포를, 공동체로부터 분리해버리는 것입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게 말하는 순간, 기업가는 사회 공동의 문제를 푸는 명예로운 자리에서 내려와, 공적 자산과 인프라를 사적으로 편취하는 존재로 격하됩니다. 정부 역시 산업을 육성하고 산업 이익을 사회와 함께 나누는 주체에서, 그저 세금을 거두는 일수꾼으로 격하됩니다. 이런 관점 위에서 어떤 혁신 산업이 자랄 수 있겠습니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왜 고 정주영 회장님과 이병철 회장님이 지금까지 존경받는 위인일까요? 그분들이 구국의 마음으로 산업을 일으킨 위대한 기업가였고, 정부와 노동자가 한 마음으로 그 방향성에 힘을 보탰으며, 그 기억을 우리 공동체가 함께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성취가 곧 나라의 성취였던 시절, 우리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우리 모두의 것이라 불렀습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업과 정부를 상호 적대적인 관계로 규정하는 관점에 반대하며, 그런 공동체를 원하지 않습니다. 정주영 회장님의 도전, 이병철 회장님의 결단을 우리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그분들이 자신의 사업을 진정으로 '나라의 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저 역시 한국 땅에서 비즈니스 하겠다는 창업가들을 몇 알고 있습니다. 충분히 미국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데도, 내가 태어난 이 땅에서 전 세계를 놀라게할 무언가를 만들고, 나라에 돌려주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청년 창업가들을 알고 있습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산업 도메인을 막론하고 우리 지역을, 우리 나라를, 우리 공동체를 '살리고'싶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면, 어떤 방식으로 규제를 해결하여 이 사람들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을까,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더 있을까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이 문제 해결 과정에 동참하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가 불러온 복합 위기 시대, 분배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어떤 한 조직이나 구성원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기업이 마땅히 명예로울 수 있고, 정부가 정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특히나 기술 독점이 보편화되고, 우리가 지금까지 취해온 공급과 분배의 방정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먼같은 기업가들이 앞장서 '분배'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입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공동체가 찾아야할 다음 먹거리는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이 얼마만큼의 효익을 나눠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현 시점 가장 중대한 정치적 문제입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하여,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 복합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주십시오. 기업이 기업다울 수 있고, 정부가 정부다울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주십시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현 시점에서 기업과 정부 사이에 선을 긋고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자고 주장하는 방식은, 불가능하거니와 지속가능하지도 않으며, 우리 공동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전략 산업 육성이 보편화된, 산업 성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뀐 기술 진보의 시대입니다. 기업 대 정부, 기업 대 노동자같은 불필요한 프레이밍을 이제는 그만해야합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러니 반도체가 아닌 제조업 전반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국가 산업 전략 육성에 대한 공공 투자와 그에 따른 환수 조치 방안, 새로운 분배 계약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주십시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amp;middot;로보틱스 전환으로 변화할 일자리에 대하여, 노동자 대표와 기업과 정부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논의할 수 있도록 의견을 보태주십시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핵심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인센티브에 대하여,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는 국가 인재들을 어떻게 이 땅에 머무르게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주십시오. 마땅히 명예로운 기업가들을 어떻게 더 많이 길러낼 수 있을지 함께 모색하고,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대한민국 공동체에 기여하고 싶은지 살펴봐주십시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것이 제가 바라는 우리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이 발전해온 역사입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AI분배</category>
      <category>국민배당금</category>
      <category>기업과정부</category>
      <category>반도체</category>
      <category>분배계약</category>
      <category>산업정책</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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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6 Oct 2026 22:42:47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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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피지컬데이터 기반 거버넌스 제안 (2026.04.15)</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10</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AI 로보틱스 시대에 노동자의 몫을 확보하려면 아직 주인이 없는 피지컬 데이터의 거버넌스를 지금 선점해야 한다. 노동자가 숙련 동작 데이터를 국민연금처럼 '납입'하고, 이를 AI 로보틱스 기업에 라이선싱해 수익을 노동자와 시민에게 배당하는 피지컬데이터 기금이 이상적인 형태다. 규제자유특구, 피지컬 데이터 협동조합, 한국데이터거래소(KDX) 연계를 조합하면 새 법 없이도 부산에서 시작할 수 있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0.9em;&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본 게시글은 기본소득당 부산시의회 비례대표 출마 당시 공약을 고민하며 작성한 글입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전통적 해고는 기업의 경영 판단(실적 악화, 구조조정)에 의해 발생했다. 노동법은 이 전제 위에 설계되어 있다. 부당해고 구제, 정리해고 요건, 전직 지원 등. 그러나 AI 로보틱스 시대의 해고는 다르다. 개별 기업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기술 환경 자체가 변하면서 특정 직무가 통째로 소멸하거나, 신입 채용이 사라진다. 기업의 내부 의사결정이 아닌 외재 변수(exogenous shock)에 의한 구조적인 전환인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전환을 촉발하는 핵심 기술이 국내 기업의 의사결정 범위 밖에서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곤란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존 노동법 프레임으로는 이 전환을 통제할 수 없다. &quot;경영상 필요&quot;에 의한 정리해고로 처리되면, 노동자는 퇴직금과 실업급여를 받고 끝이다. 그러나 소멸하는 직무에서 밀려난 노동자가 재취업할 &quot;같은 종류의 일자리&quot;는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빌게이츠가 로봇세를 제안한 이래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실제 도입된 국가는 없다시피 하다. 로봇의 정의가 애매하고, 자동화 수준을 정량화 가능한 단계에 오지 못했으며, 단독 도입 시 기업의 해외 이전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LLM 기업에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 하면 그 또한 비현실적이다.해외 법인, 과세 기준의 측정 어려움, 징수 관할권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렵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해당 세금에 대한 논의는 전환 이후의 후속적 조치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기업들이 로봇을 들여오는 것과 해고 대상자들의 인건비 중 더 비용이 절감되는 쪽을 선택해 로봇 도입을 고려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 비용의 계산 과정에 '로봇세' 항목이 들어갈 수 있을까? 세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어떤 산업에 가장 크리티컬한지, 노동자가 얼마나 대체될지 '예상'해야 하는데, 이러한 예상을 토대로 실제 조세 과정에 접목하는 일이 쉬울 리는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현 시점에서, LLM 기업들은 인터넷의 텍스트&amp;middot;이미지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하여 비식별화하고, 재귀적 학습을 통해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원저작자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재 뉴욕타임스 대 OpenAI 소송 등 전 세계적으로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러나 이 싸움에서 개별 데이터 제공자가 실질적 보상을 받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텍스트 데이터는 이미 수집&amp;middot;학습이 완료되었고, 비식별화&amp;middot;혼합이 이루어진 후에는 특정 개인의 기여분을 분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여기서, 난 지금부터 적용 가능한 대안으로 피지컬 데이터 바탕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하고 싶다. 외재변수가 아닌 우리 스스로 고용 절감에 대해 예측하고, 앞선 단계에서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며 재원을 마련하는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로보틱스 훈련에 필요한 피지컬 데이터는 텍스트와 근본적으로 다른 속성을 가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숙련 용접공의 토치 각도 조절, 간호사의 환자 이송 동작, 바리스타의 라떼아트 기술 등의 데이터는 특정 신체의 물리적 특성, 근육 기억, 맥락적 판단이 결합된 것이다. 텍스트처럼 단어 단위로 분해하여 섞을 수 없다. 외과의사들의 수술을 살펴보면, 각자만의 호흡과 움직임이 존재해 어떤 의사가 수술을 집도했는지 식별이 가능하다. 이를 '써지컬 핑거 프린트'라고 부른다. 의사들의 '지문'인 셈이다. 수술 영상 속에 어디서 쉬고, 어디서 느려지는지까지 전부 포함되기 때문이다. 걸음걸이를 통해 특정 인물을 98% 식별할 수 있다는 미국의 사례도 존재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게다가 동일한 &quot;물건 집기&quot; 동작이라도, 산업 현장의 온도&amp;middot;습도&amp;middot;소음&amp;middot;조명 조건, 주변 작업자와의 협응, 예외 상황 대처 등 맥락 정보가 결합되어야 의미가 있다. 이 맥락은 실제 현장에서만 생성되는데, 최근 여러 현장에서의 이런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데이터 콜렉팅 회사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피지컬 데이터는 아직 텍스트, 이미지, 영상처럼 많이 모아지지 않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예시로 오픈그래프(&lt;a href=&quot;https://opengraphlabs.com/&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https://opengraphlabs.com/&lt;/a&gt;)팀은 촉각 데이터를 모으는데, 이 팀이 최근 대시보드를 출시했다. 이 대시보드는 상이한 데이터 콜렉팅 기기(헤드에 쓰는 관측 기기, 손에 끼는 장갑) 둘의 프레임 단위가 달라, 데이터를 수집했을 때 동기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유의미한 값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기별로 수집한 데이터의 동기화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상세 설명은 &lt;a href=&quot;https://www.linkedin.com/pulse/synchronization-unbuilt-foundation-physical-ai-jerry-han-6gntc/?trackingId=yj3oFXeuZ1bnratAm%2BTkJg%3D%3D&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https://www.linkedin.com/pulse/synchronization-unbuilt-found&amp;hellip;&lt;/a&gt; 참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최근 이러한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으로 NVIDIA Isaac Sim 등 시뮬레이션 기반 합성 데이터 생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sim-to-real transfer 연구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합성 데이터는 &quot;이미 알고 있는 동작을 다양한 조건에서 반복 생성&quot;하는 데 강하고, &quot;아직 코드화되지 않은 숙련 노하우를 처음 포착&quot;하는 데는 약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즉, 합성 데이터는 실제 피지컬 데이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강(augment)하는 관계에 있다. 원본 없이 증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피지컬 데이터의 전략적 가치는 &quot;영원히 대체 불가능한 것&quot;이 아니라, &quot;현재 그리고 중기적으로(5-15년) 협상력이 있는 창구&quot;라는 시간적 프레임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창이 열려 있는 동안 거버넌스를 선점하는 것이 핵심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국가 단위의 피지컬 데이터 기금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을 떠올리면 쉽다. 국민연금에서는 노동자가 월급의 일부를 &quot;돈&quot;으로 납입한다. 피지컬 데이터 기금에서는 노동자가 자신의 숙련 동작 데이터를 &quot;납입&quot;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국민연금공단이 돈을 모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듯, 이 기금은 데이터를 모아 AI 로보틱스 기업에 라이선싱하고 수익을 낸다. 그리고 그 수익이 데이터 제공자(노동자)와 시민에게 배당으로 돌아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돈 대신 데이터를 넣고, 금융 투자 대신 데이터 라이선싱으로 수익을 내는 것. 나머지 구조(기금 운용, 거버넌스, 분배)는 이미 한국 사회가 익숙한 연기금 모델과 동일하다. 알래스카가 석유 로열티를 영구기금에 넣고 굴려서 매년 시민에게 배당하듯, 한국은 피지컬 데이터 로열티를 기금에 넣고 굴려서 배당하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물론 기금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다. 정부 차원에서 핵심 아젠다로 밀었을 때 가능한 그림이고, 지금 내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단위는 지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산이다. 한국의 기존 제도를 조합하면,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는 구조가 나온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첫째, 규제자유특구. 이미 존재하는 제도다. 부산은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전례가 있다. &quot;AI 로보틱스 피지컬 데이터 특구&quot;로 신규 지정을 신청하고, 데이터 수집 동의 방식, 라이선싱 모델, 수익 배분 구조를 기존 법률의 제약 없이 2~4년간 시범 운영할 수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둘째, 사회적협동조합. 협동조합기본법(2012년 시행)에 따라, 숙련 노동자들이 &quot;피지컬 데이터 협동조합&quot;을 설립할 수 있다. 조합원이 자기 동작 데이터를 출자하고, 조합이 이를 모아 기업에 라이선싱하고, 수익을 배당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 법인이라 공익성이 확보되고, 1인 1표 원칙이라 데이터를 많이 낸 사람이 지배하지 않는 민주적 구조다. 인가 주체가 지자체(부산시)라는 점도 중요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셋째, 한국데이터거래소(KDX) 연계. 데이터를 거래하는 플랫폼이 이미 존재한다. 지금은 텍스트&amp;middot;통계 데이터가 주로 유통되는데, 여기에 피지컬 데이터 카테고리를 신설하면 유통 인프라를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조합하면 이런 흐름이다. 숙련 노동자가 협동조합에 가입하여 데이터를 출자한다 &amp;rarr; 협동조합이 데이터를 정제&amp;middot;패키징한다 &amp;rarr; 한국데이터거래소를 통해 AI 로보틱스 기업에 라이선싱한다 &amp;rarr; 수익의 일부는 조합원 배당, 일부는 부산시 공유부 기금에 적립한다 &amp;rarr; 공유부 기금은 시민 기본소득 재원이 된다. 이 전체를 규제자유특구 안에서 돌리는 것을 실험해보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부산시의회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명확하다. &quot;부산시 피지컬 데이터 협동조합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quot;를 만들어 조합 설립 지원, 데이터 수집 장비 보조, 참여 노동자 교육 예산을 편성한다. 시장에게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건의한다. 공유부 기금 설치 조례를 추진한다. 전부 시의원의 권한 안에 있는 일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가장 먼저 손잡을 현장도 있다. 부산항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의 숙련 크레인 오퍼레이터, 영도 조선소 일대의 용접&amp;middot;도장 숙련공, 수산가공 현장의 숙련 작업자. 이들의 데이터가 로보틱스 기업에게 당장 가치가 있다. 부산에서 시작하고, 성과가 나오면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향도 고려해볼 수 있게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위 제안 사항이 굉장히 길고 복잡하여 끝까지 읽어주실 분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으나&amp;hellip; 자유로운 의견 개진 부탁드리며, 아래는 예상되는 반론에 대해 미리 답변해본 내용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앞서 언급한) &quot;기업이 그냥 규제 없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사면 되지 않나?&quot;&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동남아 데이터는 양적으로 풍부하지만, 한국이 제공하는 것은 다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숙련도, 실전 배치 환경, 정리된 거버넌스. 그냥 데이터 셋만 띡 API로 따가는 게 아니라, 검증된 환경에서 제품을 실증하는 것까지 연결되어야 의미있다. 자율주행차가 아무 도로에서나 테스트할 수 없듯, AI 로보틱스도 거버넌스가 정리된 환경에서 실증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먹힌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quot;정부가 데이터를 관리하면 감시 국가가 되는 것 아닌가?&quot;&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정부 단독 관리가 아닌 민관 협동 데이터 신탁 구조로 가는 게 어떨까 싶다. 이사회에서 노동자&amp;middot;시민사회가 과반을 점한다. 데이터 접근 로그 전체를 공개하고, 독립 감사를 연 2회 실시한다. 감시 목적 전용은 법률로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quot;노동자가 해고당하고 푼돈 배당받는 면죄부 아닌가?&quot;&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시스템은 해고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 감축이 발생하는 구조적 전환에서 노동자의 몫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과 노동의 정의가 전부 뒤바뀔 AI 로보틱스 시대 과도기, 기본소득으로의 전사회적 전환으로 해석해보아도 좋다. 외부 변수가 이미 크리티컬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요즘 신입 채용 정말 어렵다)을 보았을 때, 거버넌스를 선점하고 구조적 전환을 대비하지 못한다면, 노동자와 기업간의 지난한 쟁의 과정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 낙폭이 더 커지고, 모두에게 나쁜 결과만이 남을 것이라고 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배당 수준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라이선싱 가격과 로열티 비율의 문제를 지속하여 논의해야 하고, 이것이 바로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과반을 점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시민 공유부 기금을 통한 기본소득은 개별 배당과 별개로 모든 시민에게 제공되는 그림이 좋다고 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통상 임금 수준의 소득 보장이 어렵다면, 해당 거버넌스 참여 기업 및 데이터 활용 기업의 지분을 0.01~1% 내외 수준에서 조금씩 분배받을 수 있는 부차적 구조를 짜보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지분 기준은 통상적 초기 스타트업의 엔젤투자자로 개인투자조합 참여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정도, 혹은 그 아래로 상정하면 어떨까 싶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quot;현행 저작권법으로는 불가능하다&quot;&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맞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입법이 제안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저작권이 아닌 데이터 주권이라는 새로운 권리 범주의 창설. GDPR이 &quot;잊힐 권리&quot;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었듯이 데이터 영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가능하다. 단, 자칫하면 규제 장벽으로 오인될 수 있는데, 실증을 위한 &amp;lsquo;산업화 거점&amp;rsquo;을 제공하는 영역으로 제도적 보완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quot;합성 데이터가 발전하면 이 모델이 무용해지지 않나?&quot;&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합성 데이터는 실제 데이터를 증강하는 것이지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합성 데이터 기술이 고도화될 가능성은 인정한다. 이에 대비하여 성과 연동 로열티 구조와 기금 투자 운용을 설계에 포함하여, 데이터 라이선싱 수익에 영원히 의존하는 모델이 아니라, 초기 수익을 기금으로 축적하여 장기적 분배 재원을 확보하는 모델로, 알래스카 펀드처럼 초기 5~10년 재원 기반을 쌓고 이후는 금융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어차피 산업 발전 타임라인을 보면 이 시도를 딱 이만큼의 시간 안에서만 해볼 수 있을 듯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quot;부산시장이 낼법한 도시 비전 내지는 공약이 아니냐,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하냐&quot;&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맞다. 현실적으로 시의원 1석이 추진하기는 어려운 공약일 수 있다. 하여 정책 협약에 정말 열려있으며, 시의원 1석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꼼지락을 다하여 부산에 로보틱스 연구자들, 창업 기업들, 숙련 노동자가 모인 타운을 만들어보고 싶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텍스트 데이터는 이미 글로벌 빅테크가 가져갔고, 사후적으로 되찾으려는 소송은 지난한 싸움이 되고 있다. 피지컬 데이터는 아직 주인이 없다. AI 로보틱스 산업은 이제 막 본격적인 데이터 수요가 폭발하는 초입에 있다. 지금 거버넌스를 선점하면, 한국이 &quot;데이터를 빼앗기는 나라&quot;가 아니라 &quot;데이터 규칙을 만드는 나라&quot;가 될 수 있고, 그 시작을 부산에서 열어가고 싶다. &quot;AI 수도 부산&quot;을 내건 이유도 그래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조선&amp;middot;항만&amp;middot;물류의 숙련 노동자, 초고령 사회의 돌봄 수요, 많은 이들이 오갈 수 있는 교통편, 수도권을 제외한 가장 커다란 도시 부산에서 성공한다면 나라 전체에서 성공시킬 수 있다. &amp;lsquo;AI 수도 부산의 첫번째 시의원&amp;rsquo;이라는 표어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게 되었다.&lt;/p&gt;
&lt;hr contenteditable=&quot;false&quot; data-ke-type=&quot;horizontalRule&quot; data-ke-style=&quot;style6&quot; /&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후속 보강 (2026.10)&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글을 쓴 뒤 정부의 제조 암묵지 사업과 텍스트 학습 모델을 둘러싼 판결 흐름을 보며, 몇 가지를 보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1. 숙련 노동자의 집합적 데이터 관리 구조&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데이터가 학습된 이후의 모델에 대해 후속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 텍스트 기반 학습 모델의 사례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미국의 한 연방 법원은 합법적으로 구한 책으로 AI를 학습시키는 것을 공정 이용으로 보았고, 작가들은 수년의 소송 끝에 일회성 보상을 받았을 뿐 앞으로의 학습을 통제할 권리는 얻지 못했다. 저작권 같은 재산적 권리조차 없는 숙련 노동자의 손동작 데이터라면 더 어렵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현재 제조 암묵지 사업에서 명장의 데이터는 소속 기업이 정부 연구개발 전문기관에 제공하고, 후속 사업에 다시 쓰일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명장은 데이터의 출처일 뿐 당사자로 등장하지 않는다. 정부 연구개발 제도에는 이미 성과에 기여한 사람에게 기술료의 일부를 보상하는 장치가 있다. 이를 확장해, 데이터가 다시 쓰일 때 기술료를 나누는 방식으로 참여 명장들의 집합적 데이터 권리를 수집 단계에서부터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2. 국내 산업과의 연결: 품질 관리와 차등 유통&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는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보상과 함께 명시적 동의를 받는 협약 기반 수집은 비용을 줄이고, 국내에서 수집되는 학습 데이터의 품질을 높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국 공장은 최신 설비 덕분에 로봇이 학습하기 좋은 환경이고, 이곳에서 만든 데이터는 실제로 해외에서 더 높은 값에 거래된다. 그런데 국내에는 이 데이터로 모델을 만드는 기업이 많지 않다. 좋은 원료를 만들고도 가치는 밖에서 생기는 구조다. 공공 데이터를 국내 기업에는 더 싸게, 해외에는 더 비싸게 제공하는 차등 구조를 검토해 볼 만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금 제조 암묵지 사업에 투입되는 정책 자금을 활용해, 산업 생태계를 키우면서도 당사자 권리를 보장하는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3. 전환에 대한 대비: 공정별 시나리오와 별도 트랙&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제조업 AI 전환은 소프트웨어처럼 하나의 솔루션을 모든 업종에 적용할 수 없다. 같은 용접이라도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의 공정이 다르다. 공정별로 대체 위험도를 측정하고,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전환 시나리오를 그려 보는 국가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리고 숙련 데이터 보상은 하나의 대안일 뿐이다. 가장 먼저 밀려나는 단순 반복 노동자를 위한 기본소득, 노동시간 단축, 전직 지원은 별도 트랙에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AI로보틱스</category>
      <category>기본소득</category>
      <category>데이터거버넌스</category>
      <category>데이터협동조합</category>
      <category>부산</category>
      <category>피지컬데이터</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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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6 Oct 2026 22:32:41 +0900</pubDate>
    </item>
    <item>
      <title>극우도, 무지도 아니다: 청년들은 왜 거리로 나왔나 | 겨자씨신문 기고 (2026.06.09)</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9</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해 거리로 나온 2030 청년들은 극우도, 무지도 아니며 '중대한 절차적 흠결은 결과와 무관하게 무효'라는 절차주의 규범에 따라 불복하고 있다. 이 규범의 강도는 '절차는 곧 공정'이라는 인지 스키마, 결과론에 대한 학습된 불신, 디지털 환경이 만든 기대 등이 적층된 결과다. 정치의 응답은 소급적 재선거에 머물지 말고 절차를 신뢰 가능하게 재설계하는 데까지 가야 한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4&quot;&gt;2026년 6월 9일 겨자씨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lt;a href=&quot;https://www.gyeoja.kr/news/articleView.html?idxno=2473&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원문 보기&lt;/a&gt;&lt;/p&gt;
&lt;figure style=&quot;text-align: center; margin: 1.5em 0;&quot;&gt;&lt;img style=&quot;max-width: 100%;&quot; src=&quot;https://cdn.gyeoja.kr/news/photo/202606/2473_5402_2450.png&quot; alt=&quot;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주변에 몰려든 시위대. 대부분이 2030 청년들이다. /kbs 뉴스 영상 갈무리&quot; /&gt;
&lt;figcaption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 margin-top: 6px;&quot;&gt;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주변에 몰려든 시위대. 대부분이 2030 청년들이다. /kbs 뉴스 영상 갈무리&lt;/figcaption&gt;
&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시작하기에 앞서,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황당한 사태에 대하여 분노한다는 당연한 입장을 밝힌다. 시민들의 참정권은 예외 없이 보장되어야한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그 참정권을 직접적으로 훼손한 초유의 사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만 필자는 이를 두고 벌어진 시위에 대하여, 시위 참여자들에 대한 심층적 이해 시도없이 극우 vs 일반 시민, 선동된 대중 vs 식자층 등의 단순한 프레이밍이 SNS를 위시한 여러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문제적이라고 느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필자의 주변에는 계엄 정국 탄핵시위 참석 경험이 있으면서, 올림픽공원 시위 참석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꽤 많다. 실제로 시위에 참여한 친구도 존재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아래의 글은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20대 끝자락에 있는 청년 당사자로서 지금의 사태에 대해 기성 정치 참여자들의 이해가 증대되기를 바라며 작성한 글이다. &amp;lsquo;단언이 아니라 가설&amp;rsquo;이라는 점을 강조해두고 싶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0. 거리에서 던지는 질문&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2026년 6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3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 송파&amp;middot;강남&amp;middot;광진의 투표소 열네 곳에서 투표용지가 동나 유권자들이 표를 던지지 못하고 돌아간 사태에 대한 항의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시위의 출발점을 정확히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처음 며칠간 깃발을 든 것은 황교안과 전한길 같은 극우 인사들이었고, 구호는 '부정선거'였다. 그런데 주말을 지나며 주축이 2030세대로 옮겨갔다. 참가자들은 서로에게 성조기를 거두라고 요구했고, &quot;부정선거론자로 매도되는 것&quot;을 경계했으며, 스케치북에 직접 태극기를 그려 들었다. 구호도 달라졌다. &quot;좌우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다.&quot;, &quot;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하고 당연한 권리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광경에 대하여, 일부 기성 정치 세력이 가장 흔하게 택하는 처리 방식은 냉소다. &quot;법리도 모르면서 떼쓴다&quot;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를 무효로 하려면 '규정 위반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표를 못 던진 유권자가 결과를 뒤집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건 사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재선거 사유가 아니라는 입장이고, 다수 법조계 의견도 정당 차원의 선거무효 소송은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거리의 &quot;재선거 요구&quot;는 법을 모르는 감정의 분출이라는 진단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러나 같은 국면에서 이들은 공직선거법 제222조&amp;middot;제224조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법리를 직접 인용했고, 법학 교수들도 선거무효&amp;middot;재선거 검토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시위대 일부는 2021년 베를린 사례를 들었다. 이들은 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법이 정한 문턱을 부당하다고 여긴다. 법리적으로 예상되는 결과 자체와 그 과정에 대해 불복하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를 두고 냉소하며 &amp;lsquo;무지해서 생기는 일&amp;rsquo;이라고 폄하하거나, &amp;lsquo;부정선거 프레이밍에 이용당했다&amp;rsquo;라고 말하는 것은 20대에 대한 부적절한 대상화다. 현재 20대는 명백히 &amp;lsquo;불복&amp;rsquo;하고 있으며, 불복에는 언제나 그 나름의 규범이 깔려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의 20대의 분노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한다.&amp;nbsp;왜 '절차적 흠결이 중대하면, 결과에 영향을 끼치든 끼치지 않든 선거는 무효'라는 직관이 이 세대에게 이토록 자명하게 느껴지는가?&amp;nbsp;아래는 그 규범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여러 층위의 가설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0.1. 법리적 직관과 규범 충돌&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지반을 한 번 다져야 한다. 20대의 추론을 분해하면 이렇다. &quot;투표를 하지 못한 사람이 존재한다 &amp;rarr; 참정권이, 곧 주권이 침해됐다 &amp;rarr; 이 선거는 정당성을 잃었다 &amp;rarr; 다시 해야 한다.&quot; 이것은 도덕적 삼단논법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편 법리는 위반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다. 개인의 참정권 침해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그것이 곧장 선거 전체의 무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한국 판례의 골격이다. 두 주장은 서로 다른 층위에서 말하고 있다. 한쪽은 권리의 침해를 말하고, 한쪽은 결과의 인과를 말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2021년 9월 베를린 주(州) 선거에서는 투표용지가 모자라거나 다른 선거구 용지가 잘못 배부되고, 일부 투표소에선 규정에 어긋난 복사 용지로 무효표가 발생하는 등 여러 하자가 한꺼번에 겹쳤다. 이듬해 2022년 11월 베를린 주 헌법재판소는 이 선거를 무효로 보고 재선거를 명했고, 같은 날 치러진 연방총선 일부도 뒤에 연방헌법재판소가 별도로 재선거를 명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분명히 해 둘 것은, 독일 법원도 그 하자가 의석 배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의회 의석의 상당수가 그 영향권에 있었다고 추산됐다. 다만 독일은 '결과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음을 입증'하는 것보다는 '흠결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조사하는 것에 더 큰 방점을 찍었다. 한국의 높은 무효 문턱('실제 영향의 입증')과 대비되는 지점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국의 높은 무효 문턱은 보편 법리가 아니라 한국이 선택한 기준에 가깝다. 그렇다면 거리의 20대가 가진 &quot;중대한 절차적 흠결 = 무효&quot;라는 직관은, 베를린 헌재가 채택한 것과 같은 규범론에 입각한다. 이 선례를 정파적 재선거 요구로 주장하는 이들 또한 주장의 법리적 타당성이나 합리성과는 별개로 규범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만 이 직관의 내용이 보편적으로 정당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직관이 이 세대에게 유독 절대적인 강도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정당성은 보편에서 오지만, 강도는 특수에서 온다. 독일 헌재의 사례는 청년 세대의 이 직관이 옳을 수 있음을 보여줄 뿐, 왜 하필 한국의 2030이 이걸 양보 불가능한 선으로 삼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이 글이 파고드는 것은 후자, 즉 강도의 기원이다.&lt;/p&gt;
&lt;figure style=&quot;text-align: center; margin: 1.5em 0;&quot;&gt;&lt;img style=&quot;max-width: 100%;&quot; src=&quot;https://cdn.gyeoja.kr/news/photo/202606/2473_5403_2544.png&quot; alt=&quot;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주변에 몰려든 시위대 /kbs 뉴스 영상 갈무리&quot; /&gt;
&lt;figcaption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 margin-top: 6px;&quot;&gt;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주변에 몰려든 시위대 /kbs 뉴스 영상 갈무리&lt;/figcaption&gt;
&lt;/figure&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0.2. 프레이밍 덮어쓰기&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부정선거 음모론을 든 고령의 극우가 먼저 점화한 운동을, 2030이 며칠 만에 장악해 '참정권&amp;middot;주권'의 운동으로 프레임 자체를 갈아 끼우고 있다. &quot;그러니 순수한 청년 운동이 아니다&quot;라는 식의 깎아내림 이전에 이정도의 화력을 어떻게 불러모아 기존의 극우 프레이밍을 &amp;lsquo;덮어쓰고&amp;rsquo; 전향하려는 시도가 이뤄질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자.&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존 운동의 프레임을 통째로 덮어쓸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단단하고 보편적인 규범이 이 세대 안에 자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주어진 음모론의 언어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언어로 운동을 재정의하는 과정에는, 흔들리지 않는 규범적 좌표가 필요하다. 그 좌표가 바로 &amp;lsquo;절차주의&amp;rsquo;였다. 초기 주도층이 극우였다는 사실은 절차주의라는 규범이 이 세대에게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더하여, 나는 &quot;요즘 20대가 원래 이렇다&quot;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기존의 제도 불신과 음모론적 에너지라는 원료 위에, 청년의 정서가 특정한 프레임으로 '결정화&amp;rsquo;된 과정에 대해 서술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이어질 가설들은 '청년의 본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운동을 장악할 만큼 강력했던 그 규범이 어디서 왔는가'에 관한 고찰로 해석해주기 바란다. (따라서 이후의 모든 &quot;이 세대는~&quot;이라는 서술을 본질주의적으로 읽는 것 역시 지양해주기 바란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1.1. 절차는 곧 공정이다&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첫번째 가설이다. 지금의 20대는 한국사에서 가장 과밀한 평가 경쟁 속에서 자아를 형성한 세대다. 수능, 입시, 공시, 끝없는 취업 전형. 이 세계에서 정의는 단 하나의 형태로 나타난다. 절차다. 같은 시험지, 같은 채점 기준, 블라인드 심사. 결과의 정당성은 오직 절차의 무흠결에서 나온다. 누군가의 합격 여부보다는 모두가 같은 규칙&amp;nbsp;아래 시험을 쳤느냐가 도덕적 가치판단의 중심에 놓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세대의 정치적 원체험을 짚자면 조국 사태(2019)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2020)을 들어볼 수 있다. 두 사건에서 분노가 촉발된 지점은 '결과'가 아니라 '규칙을 우회한 절차적 특혜' 자체였다. 누가 더 가졌느냐에 대한 결과주의적인 분배 이야기가 아니다. &amp;lsquo;정해진 트랙을 누군가 옆문으로 질러갔다는 것&amp;rsquo; 자체에 대한 불복이었다. 공정은 지금의 이 세대에게 분배의 문제이기 이전에 절차의 문제로 학습됐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인지 스키마(schema: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할 때 사용하는 머릿속의 틀이나 인식 구조)가 투표에 그대로 전이된다고 보면, 많은 것이 설명된다. 투표는 이 세대의 머릿 속에서 시험&amp;middot;채용과 같은 폴더에 정리된다. 같은 규칙&amp;nbsp;아래 모두가 한 표씩 행사하는 표준화된 절차. 그래서 &quot;표 몇 개가 결과를 바꿨겠느냐, 결과가 같다면 괜찮다&quot;는 인과관계의 법리가, 이 세대에게는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 들린다.&amp;nbsp;&quot;부정행위는 있었지만 어차피 합격했을 테니 눈감아 주자.&quot; 시험의 세계에서 이 명제는 도덕적으로 절대 통과될 수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부정이 결과를 바꿨든 아니든, 부정이 있었다면 그 시험은 무효다. 투표용지가 동난 선거도 같은 논리 위에 놓인다. 이것이 첫 번째 기둥이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1.2. 결과론에 대한 불신&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두번째 가설이다. 절차에 대한 가설만으로는 부족하다. 절차와 공정 세계관의 뒷면에는 결과론에 대한 학습된 불신이 있다. 이건 앞의 가설과 짝을 이루지만 작동 방향은 반대에 가깝다. 1의 가설이 절차에 대한 적극적 믿음이라면, 이건 결과 화법 자체에 대한 방어적 경계에 해당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세대는 &quot;결과적으로 큰 영향은 없다&quot;, &quot;큰 틀에서 보면&quot;, &quot;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quot; 같은 결과론적 어법이 어디서 동원되는지를 반복적으로 목격해 왔다. 부동산에서, 일자리에서, 공정 논쟁에서, 그 화법은 대개 기득권이 자신의 책임을 소거하거나 변화를 무력화할 때 등장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따라서 &quot;위반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라&quot;는 법 요건은 이 세대에게 중립적 법리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는 결과를 보호하도록 설계된 입증책임의 함정으로 읽힌다.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것을 입증하라고 요구함으로써, 결국 기존 결과를 지켜 주는 장치라는 의심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의심 속에서 결과론의 거부는 무지가 아니라 저항으로 체험된다. 이 세대에게 &quot;그래도 결과는 똑같다&quot;는 말은 설득이 아니라 심리적 지배의 문법으로 들린다. 이 불신이 절차적 절대주의에 정당성과 정서적 연료를 동시에 공급한다. 절차를 지키라는 요구는, 결과 뒤에 숨는 어른들의 화법에 대한 거부의 다른 이름으로 자리한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1.3.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정의&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다면, &amp;lsquo;왜 이렇게까지&amp;rsquo;인가. 왜 단순한 분노를 넘어 3만 명이 며칠씩 거리를 채웠을까? 이에 대해 설명하려면 다른 층위가 필요하다. 세번째 가설이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실상 멈춘 세대에게, 실질적이고 결과적인 정의(이를테면 집을 가질 수 있느냐, 안정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느냐)는 노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요구한다고 받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의를 요구해서 그나마 관철할 가망이 있는 유일한 무대가 절차다. &quot;결과는 바꾸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룰은 지켜라.&quot; 절차적 공정에 대한 정서적 투자는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과 반비례한다. 통제할 수 있는 게 절차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절차에는 기존의 &amp;lsquo;형식&amp;rsquo;적 의미 외에 &amp;lsquo;정의의 마지막 거처&amp;rsquo;라는 의미가 부여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여기서 예상되는 반박을 미리 받아두자. &quot;결과는 포기했다면서, 정작 요구는 재선거 아니냐. 재선거야말로 결과를 다시 뽑자는 가장 결과 지향적인 요구가 아닌가.&quot; 일리 있는 지적이고, 운동이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이 재선거로 바라는 것은 특정 후보의 당선이 아니다. 훼손된 절차의 복원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누가 이기든 상관없으니 법대로 다시 한 번 치르자'는 것은 결과를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요구가 아니라, 깨진 절차를 원상으로 되돌려 달라는 요구에 해당한다. 이 구분이 무너지면 운동은 곧장 정파적 술수로 읽히고, 이 구분이 섰을 때 재선거 요구는 절차주의와 모순되지 않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구분은 이 운동의 핵심적인 생존 조건에도 해당한다고 보여지는데, 1인 1표가 이 세대가 가진 가장 순수한 절차적 평등의 의례이기 때문이다. 재산도, 학벌도, 부모도 거기서는 한 표로 환원된다. 모두가 형식적으로 똑같아지는 유일한 순간, 그 마지막 보루에서 법칙이 깨진 것이다. 그러니 항의의 정서적 핵심은 정교한 법리가 아니라 직관적 비명에 가까울 수 있다. &quot;이것마저?&quot;라는 비명이다.&lt;/p&gt;
&lt;figure style=&quot;text-align: center; margin: 1.5em 0;&quot;&gt;&lt;img style=&quot;max-width: 100%;&quot; src=&quot;https://cdn.gyeoja.kr/news/photo/202606/2473_5404_2641.png&quot; alt=&quot;지난 6월 7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전국 총학생회 회장단과 간담회 중이다 /총리실tv 영상 갈무리&quot; /&gt;
&lt;figcaption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 margin-top: 6px;&quot;&gt;지난 6월 7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전국 총학생회 회장단과 간담회 중이다 /총리실tv 영상 갈무리&lt;/figcaption&gt;
&lt;/figure&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1.4. 시스템이 만든 기대: 투표용지 부족의 충격&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리고 가장 덜 이야기된 층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네번째 가설이다. 이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그리고 디지털 환경은 단지 20대가 쓰는 &amp;lsquo;도구&amp;rsquo;가 아니라, 이들의 기대 자체를 주조한 환경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술철학자 스티글러식으로 말하면, 기술적 환경은 인간의 욕망과 시간 감각과 정상성의 기준을 외부에서 빚어낸다. 매끄럽게 작동하는 앱, 끊김 없는 결제, 자정에 열려 1초 만에 마감되는 예매. 이 환경에서 자란 인지에게 '시스템'의 기본값은 무한하고 정확하다. 시스템은 동나지 않는다. 재고가 떨어져도 화면은 즉시 그 사실을 알려 주고, 대기열은 질서 있게 흘러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런 인지가 국가의 가장 엄숙한 의례 한복판에서 종이가 물리적으로 떨어졌다는 사실과 마주쳤을 때, 이 충격은 단순 행정 오류로 분류되지 않는다. &amp;lsquo;범주의 위반&amp;rsquo;이라고 체감된다. ATM에 내가 맡긴 돈이 없다는 통보를 받는 것과 같은 충격. 매끄러운 시스템에 보정된 기대치가 이토록 노골적인 결핍을 만나면, 인지는 두 가지 결론 중 하나로 도약하기 쉽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정도 무능은 악의이거나, 혹은 신뢰를 통째로 무효화하는 설계 실패라는 것. 이 도약이 바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부정선거 음모론조차 일정한 흡인력을 갖게 되는 토양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여기엔 슬픈 역설과 인과가 존재한다.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절반 남짓만 미리 찍어 배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과거 잔여 용지 유출이 부정선거 음모론의 빌미가 됐던 것을 의식한 결과였다는 점이다. 음모론을 잠재우려는 절차적 긴축이 도리어 물리적 결핍을 낳았고, 그 결핍이 음모론의 가장 강력한 실증처럼 소비됐다. 신뢰를 지키려던 설계가 신뢰 붕괴의 증거가 된 셈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층위는 기술적 환경이 인간의 개체화와 규범 감각을 어떻게 선행적으로 조건화하는가, 라는 질문과 직접 맞닿는다. 나는 작금의 청년 분노는 정치적 사건에 대한 반응일 뿐만 아니라, 특정한 기술적 환경이 빚어 놓은 정상성 기대가 깨진 것에 대한 반응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1.5. 탈정파성이라는 도덕 자본&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금까지는 규범이 주어졌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마지막 형태, 즉 왜 하필 '절차'와 '주권'이라는 언어를 골랐는가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선택된 결과일 수 있다고 본다. 이건 좀 더 날카로운, 내생적 가설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세대는 자신의 분노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학습했다. 거리에 나온 감정은 머지않아 어느 한 정당의 손익계산서로 흡수된다. &quot;우리가 이 문제를 책임지겠다&quot;는 말과 함께 끌려가 권력 재편의 연료가 된다. 그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가시적인 무당파성이다. &quot;좌우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quot;라는 선언, 성조기를 거두라는 요구, 전한길과 거리를 두려는 '중도 위치를 자임하려는&amp;nbsp;노력'은 모두 이 방어의 표현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런데 무당파성을 유지하려면 주장 자체가 정파적 이득과 무관해야 한다. &quot;재선거를 하면 우리 편이 이긴다&quot;는 결과 기반 주장은 그 순간 도덕적 우위를 잃는다. 어느 진영의 이해와도 즉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오직 절차 기반 주장, &quot;룰이 깨졌다, 그 자체가 문제다&quot;만이 반정파 기준을 통과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절차론은 누구의 승패와도 결부되지 않는, 형식적으로 중립적인 언어이기 때문이다. (앞 절에서 재선거 요구를 '결과 번복'이 아니라 '절차 복원'으로 규정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 규정이 무너지는 순간, 이 무당파성의 방어선도 함께 무너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여기서 한 가지 오해가 존재할 수 있는데, '선택된 프레임'이라는 말이, 절차주의가 진심이 아닌 전략적 외피에 불과하다는 뜻은 아니다. 전략적 선택과 진정한 신념은 배타적이지 않다. 절차주의가(앞의 여러 층위를 통해) 이 세대의 진짜 신념이었기 때문에, 도덕적 권위를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가설은 신념의 진정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여러 신념 중 왜 절차주의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설명한다. 다른 언어들은 정파성의 의심 속에 탈락했고, &amp;lsquo;공정한 절차의 언어&amp;rsquo;만 살아남았다. 운동이 스스로 음모론과 성조기를 밀어내는 모습은, 이 선택이 의식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여진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1.6. '상상된' 국제 표준&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마지막은 증폭 변수다. 이 세대는 국경 안의 판례집이 아니라 글로벌한 정보 흐름 속에서 규범의 기준점을 잡는다. 베를린의 재선거, 미국 2020년 대선을 둘러싼 논쟁, 다른 민주주의들의 선거 분쟁 사례를 직접 소비한다. 그래서 이들의 규범 기준은 한국 대법원의 보수적 문턱이 아니라 '상상된' 국제 표준에 맞춰져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기준점 위에서 한국 법의 높은 무효 문턱은 &quot;내가 무지한 것&quot;이 아니라 &quot;한국이 뒤처진 것&quot;으로 경험된다. 베를린 사례가 그토록 빠르게 퍼진 이유도 여기 있다. 직관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던 직관을 추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quot;제대로 된 나라는 이런 경우 다시 한다.&quot; 비교의 감각이 전 세계로 확장될수록, 국내 법리의 보수성은 정당성의 결함처럼 보인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2.1. 가설들의 결합&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가설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으며, 적층된다. 시험능력주의가 '절차=공정'이라는 인지 스키마를 깔고(기초), 결과론에 대한 학습된 불신이 그 스키마의 저항 정신을 강화하고(보강), 통제 불가능한 사회가 절차를 정의의 마지막 거처로 만들어 정서적 하중을 싣는다(강도). 디지털 환경이 시스템 결핍에 대한 충격의 역치를 낮추고(역치), 양당을 모두 불신하는 환경이 표현 가능한 언어를 절차론으로 좁히며(형태), 세계화된 비교 감각이 이 모든 것을 정당성의 언어로 증폭한다(증폭).&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모든 층위가 함께 작동한 규범은 며칠 만에 극우의 운동을 빼앗아 다시 쓸 만큼 강력했다. '덮어쓰기'가 가능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이 덮어쓰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이 글을 작성하는 현 시점에서 필자는 덮어쓰기가 유효했다고 판단한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3. 결론 : 청년들의 요구에 대한 정치적 응답이 '소급적 재선거'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앞서 제시한 모든 가설에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거나, 필자는 청년 세대의 일원으로서 거리의 청년들을 두고 '법리도 모르는 떼쓰기'라며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쪽에는 &quot;위반이 결과를 바꿨음을 입증하라&quot;는 결과주의 법리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quot;중대한 절차적 흠결은 결과와 무관하게 무효&quot;라는 절차주의 규범이 있다. 쟁점은 절차적 흠결이 얼마나 중대해야 선거를 무효로 볼 것인가라는 규범적 다툼이며, 청년들은 이 규범에 직관적으로 강력하게 반응하고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항의가 이토록 거센 이유는, 결과를 통제할 수 없게 된 사회에서 절차가 20대가 손댈 수 있는 정의의 거의 마지막 형태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사태를 '프레이밍된 정치 공작' 내지는 '특정 세대의 무지'로 읽는 행위에 반대한다. 두 진단 모두, 한 세대의 규범관이 이전 세대의 규범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 차이를 결함으로 처리하려는 시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금 20대의 규범은 앞선 세대의 규범과 다르다. 지금 청년들의 목소리를 &amp;lsquo;법리적으로 비현실적&amp;rsquo;이라며 냉소하고 비판할 것인가, 혹은 새로운 규범 논쟁의 개시로 받아들일 것인가. 선택은 듣는 쪽의 몫이다. 후자로 듣고, 이 논쟁에 정치권이 내놓을 수 있는 응답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더하여, 청년들의 요구가 이번 선거의 소급적 재선거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다음번에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있도록, 절차 자체를 신뢰 가능하게 재설계하라는 미래지향적 요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quot;재선거냐 아니냐&quot;의 양자택일 논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침해된 참정권에 대한 인정과 함께, 입법 차원에서 절차적 규범을 어느 차원까지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마지막으로, 민주화 운동과 두번의 탄핵, 응원봉 시위를 거쳐 K-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긍심이 되었다. 헌데 이 자긍심이 국가 기관의 선거 부실 관리로 인해 훼손되고있다. 다시 한 번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 우리 모두에게 온당한 자긍심이 다시 머무를 수 있도록, 여야 모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정선거론과 단호히 작별하고 청년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lt;/p&gt;
&lt;hr contenteditable=&quot;false&quot; data-ke-type=&quot;horizontalRule&quot;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p style=&quot;color: #888;&quot; data-ke-size=&quot;size14&quot;&gt;이 글은 겨자씨신문 오피니언란에 「[기고] 극우도, 무지도 아니다: 청년들은 왜 거리로 나왔나」(2026.06.09)로 실렸습니다.&lt;br /&gt;원문: &lt;a href=&quot;https://www.gyeoja.kr/news/articleView.html?idxno=2473&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https://www.gyeoja.kr/news/articleView.html?idxno=2473&lt;/a&gt;&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겨자씨신문</category>
      <category>재선거</category>
      <category>절차주의</category>
      <category>참정권</category>
      <category>청년</category>
      <category>투표용지 부족</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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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thinkcraft.tistory.com/9#entry9comment</comments>
      <pubDate>Mon, 26 Oct 2026 22:23:41 +0900</pubDate>
    </item>
    <item>
      <title>기술의 도구성과 인간의 고유성에 대하여 (2026.07.09)</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8</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하이데거, 시몽동, 스티글러, 허욱으로 이어지는 기술철학에서 기술의 도구성을 넘는 출구는 환원 불가능한 외부, 곧 우연성이다. LLM에서는 인간의 외재화된 정신이 코퍼스로 인클로저되고 조율자의 자리가 거대 법인격에 사유화되며, 정렬에 의한 동질화라는 '닫힌 재귀'가 나타난다. 지금의 소유 배치는 우연적이어서 달리 될 수 있으므로,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 소유에 대한 민주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lt;/blockquot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하이데거는 저서 『기술에 관한 물음』 (1954)에서 게슈텔(Gestell)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amp;ldquo;세계 전체가 동원 가능한 자원으로만 드러나는 시대&amp;rdquo;,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언제든 동원 가능하고, 주문 가능하고, 최적화 가능한 자원으로 나타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부품&amp;middot;재고&amp;middot;예비물(Bestand, standing-reserve)이 되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게슈텔의 위험성으로 환경 파괴나 핵무기 같은 특정 결과를 상정하지 않는다. 존재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다른 방식들을 모조리 가려버리는 것을 가장 큰 두려움으로 이야기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후 게슈텔의 위협에 대한 하이데거의 대처법은 3가지다. 게슈텔의 내부에서 이 모든 것이 &amp;lsquo;개시 방법&amp;rsquo;임을 깨닫거나, 예술을 통해 다른 &amp;lsquo;개시&amp;rsquo;를 표현하거나, 기술에 대한 통제의지를 내려놓는 초연함.&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술에 관한 물음』과 하이데거의 후기 저서 『초연함』 (1959)에서 내놓는 처방은 &quot;물음 그 자체&quot;(Das Fragen ist die Fr&amp;ouml;mmigkeit des Denkens, &quot;물음은 사유의 경건함&quot;)에 대한 재인식화와 예술로의 전회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시몽동은 저서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 (1958)에서 근대 문화는 기술적 대상을 '죽은 도구'로 오해해왔다고 진단한다. 기계를 인간 의도를 담는 수동적 그릇,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본다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근대 문화가 기계를 수동적 그릇으로 본 것과 달리, 시몽동은 개체화(individuation) 개념을 바탕으로 존재를 완성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정의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술적 대상 역시 설계도에 다 박혀 있는 것이 아닌,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발생하는 대상이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구체화(concr&amp;eacute;tisation)라는 개념을 통해, 기술적 대상이 기술 자체의 내재적 경향성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계보를 따라 진화하며 &amp;lsquo;구체적 기계&amp;rsquo;로 나아간다고 진단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시몽동은 기술을 세 층위(요소element &amp;rarr; 개체individual &amp;rarr; 앙상블ensemble)로 보며, 진정한 기계는 &amp;lsquo;비결정성 여백(marge d'ind&amp;eacute;termination)'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완전히 자동화된 닫힌 기계가 아닌, 인간 및 다른 기계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조율할 여지를 남긴 기계를 진정한 것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은 기계의 주인도 노예도 아닌 '기계들 사이의 지휘자/통역자(앙상블의 조율자)'로 설정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하이데거가 기술의 본질을 게슈텔이라는 '개시의 양식'으로 규정한 것에 반하여, 시몽동은 기술적 대상 자체가 발생되고&amp;middot;진화하는 준-자율적 존재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시몽동의 개체화 이론 계승자 스티글러는 이러한 진화하는 '기술적 대상'이 인간의 기억과 정신을 구성한다는 논리를 펼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티글러는 하이데거의 기술관을 비판하며 저서 『기술과 시간』 (1994)에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조건이 기술 그 자체라고 설명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동물들에게 능력을 다 나눠주다 인간에게 줄 기프트를 잊어버렸고, 그래서 인간은 결핍된 채로 태어났으며, 이 근원적 결핍을 메우려고 인간은 도구&amp;middot;불&amp;middot;기술에 의지하게 됐다는 신화로 기술과 인간을 비유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따라서 스티글러에게 인간이란 기술과 함께, 기술을 통해서만 존재한 동물이다. 그는 에피필로제네시스(&amp;eacute;piphylogen&amp;egrave;se)라는 제3의 기억을 인간 정신의 지지대로 상정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에피필로제네시스는 유전적 정보도 개체의 경험도 아닌 제3의 기억 '기록'을 통해 외재화된 제3차 파지(tertiary retention)다. 이 제3차 파지로 인해 인간의 기억과 정신 자체가 기술적 대상에 의존해 구성된다고 주장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술을 인간 바깥의 위협이 아닌 인간 정신의 지지대라고 바라본 것이다. 따라서 스티글러에게 기술이란 파르마콘(pharmakon)이다. 약이자 독.&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문자는 기억을 보존하지만 동시에 기억력을 위축시키고, 디지털 미디어는 지식을 폭발시키지만 동시에 주의력을 파괴하고 정신을 '프롤레타리아화'한다. 기술이란 어떻게 쓰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말년의 스티글러는 '독을 치료로 전환하는 기예와 정치'를 요구한다. 하이데거적 초연함에서 행위로 넘어와 사상에 대한 실천에 골몰한다. 그는 말년에 학교&amp;middot;실험 공동체&amp;middot;정치 운동에 직접 뛰어들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리고 스티글러의 제자, 허욱(육후이)이 등장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는 스티글러의 관점(기술은 인간의 구성적 조건이고, 파르마콘이며,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그것을 다르게 빚는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자신만의 답변을 내놓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허욱은 앞서 서양 철학자들이 정의해온 계보를 전부 살펴보며 저서 『재귀성과 우연성』 (2019)을 통해 서구 사유는 이 기계론적 도구성을 어떻게 넘어서려고 했는가에 대해 설명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도구성의 가장 단순한 형태는 기계론적 인과(mechanism)다. A가 B를 낳고 B가 C를 낳는 선형적 수단-목적 사슬. 부품은 외부에서 주어진 목적에 종속된 수단일 뿐이고, 전체는 부분의 합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허욱은 이러한 선형적 도구성에서 벗어나 기계를 유기체(organism)로 정의한다. 이는 그의 재귀성(recursivity) 개념으로 직결된다. 재귀성은 단순 반복(iteration)이 아니며, '자기 출력을 다시 자기 입력으로 되먹이며 매 회 자기를 다르게 재조직하는 나선 운동'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칸트는 『판단력 비판』 (1790)에서 유기체를 '자기 자신이 원인이자 결과인 존재(자기목적적, self-purposive)'라고 정의한 바 있다. 시계는 시계공이라는 외부 목적에 종속되지만, 나무는 자기가 자신을 만든다. 부분이 전체를 위해 있고 전체가 부분을 위해 있는 순환구조에 해당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유기체적&amp;middot;재귀적 존재는 외부 목적에 종속된 수단이 아니다. 따라서 재귀성은 선형적 도구성을 원리적으로 넘어선다고 보여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허욱은 칸트가 유기체에서 본 이 자기지시적 논리가, 셸링&amp;middot;헤겔의 독일 관념론(재귀적 운동의 일환인 변증법)을 거쳐, 20세기에 사이버네틱스로 기계 안에서 실현되었다고 해석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노버트 위너의 피드백 루프, 2차 사이버네틱스의 자기조직화 시스템이 바로 '자기를 재귀적으로 조직하는 기계'라는 것. 시몽동의 '비결정성의 여백'을 지닌 기술적 대상과 같은 논지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러나 이 나선 구조의 자가발전, 자기 목적적이라 함은 '모든 것을 자기 안으로 흡수해 완결되는 닫힌 총체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헤겔의 절대정신(Absoluter Geist, 모든 우연, 모든 타자, 모든 외부를 변증법적으로 자기 안에 회수해 완성되는 체계)과도 같은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외부가 없는 자기충족적 전체 개념이 이러한 재귀적 전개의 일환인데, 허욱은 이를 경계하며 다시 '우연성(contingency)'이라는 개념을 꺼내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재귀성이 우연성 없이 단독으로 전개되면, 그것은 도구성의 극복이 아니라 도구성의 완성이 된다. 모든 것을 자기 목적에 봉사시키는 절대적 총체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연성이란 재귀적 총체성이 닫히는 것을 막는, 흡수되지 않는 외부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허욱은 특이점(Singularity)과 가속주의적 기술 발전, AI가 자기를 재귀적으로 개선하며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해 수렴하는 그림을 자기지시적 재귀성이 외부(우연&amp;middot;타자)를 모두 흡수해 닫히는 사태로 진단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허욱은 재귀 시스템은 우연성을 필요로 하며, 동시에 우연을 완전히 길들이면 도구성의 극한인 죽은 총체성이 된다고 이야기하며, 우연성을 재귀 안에 살아 있게 두기 위해 복수화된 기술 진보의 다양성, '코스모테크닉스(Cosmotechnics)'를 제안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허욱은 스티글러의 파르마콘적 실천을 받되, 그것을 문화마다 복수화한다. 서구의 도구, 재귀적이기만 한 시스템이 아닌 각 문화의 고유한 우주론과 도덕적 질서에 녹아들어 있는 '기술의 다원성'을 이야기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재귀성을 단 하나의 보편 과정으로 두지 말고, 문화마다 다른 우주기술로 분기(bifurcation)시켜, 그것이 단일 재귀가 특이점으로 닫히는 걸 막는 정치적 장치를 만들자고 주장한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술 다양성은 곧 '재귀의 복수화'이고, 미래를 봉쇄하지 않으려는 우연성의 제도화인 셈이다. 이렇듯 기술의 도구성에 대한 논의 층위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첫째로, 하이데거부터 이어진 기계론의 층위에서는 기계 모델을 선형 인과로 해석하며, 수단-목적을 1:1로 대응시킨다. 기계론에서 이야기하는 기술은 외부 목적의 노예로, 순수한 도구성을 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둘째로, 시몽동과 사이버네틱스가 보여준 유기체적 자기조직화의 층위에서, 기계 모델은 자기목적적 행위를 통해 도구성을 일견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허욱이 비판했듯 이는 모든 외부의 의도를 흡수해 총체화하는 '닫힌 재귀'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셋째로, 환원 불가능한 외부를 상정함으로써 재귀적 도구화를 막아내는 것이다. 우연성을 통해 기계 모델은 도구성에서 빠져나가, 유기적이며 외부에 열린 재귀적 존재로 비로소 기능할 수 있게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술철학의 도구성, 하이데거-시몽동-스티글러-허욱으로 이어지는 논의 과정에서 기계 모델의 도구성 탈피에 대한 모든 출구는 유기체적 기계 모델의 관점으로 해석된다. 우연성도, 코스모테크닉스도, 기술적 과정 내부에 외부를 상정하는 과정의 일환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다면 기계 모델과 인간의 개체성에 대한 접점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오늘날의 기계 모델은 자본집약적이며 거대한, 항거할 수 없는 존재처럼 여겨진다. 시몽동의 개체성에 대한 정의를 돌아보자.&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초개체적인 것(le transindividuel). 시몽동에게 인간의 심리적&amp;middot;집단적 개체화는 기술적 대상을 매개로 한 초개체적 차원에서 일어난다. 혼자 개체화하는 게 아니라, 공유된 기술을 거쳐 집단으로 개체화한다는 것. LLM의 학습데이터 양상과도 닮아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티글러의 제3차 파지는 LLM에서 은유에 머물지 않고,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형태로 물질화된다. 인류가 외재화한 정신(텍스트&amp;middot;이미지)이 학습 코퍼스(Corpus)로 응결되어, 새로운 기술적 개체화가 솟아나는 연합환경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만 이 '제3차 파지'가 누구의 기억인지는 비워둘 수 없다. 코퍼스는 인간의 외재화된 기억이 가중치로 통계 압축된 것이지 기계 자신의 의식적 파지가 아니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따라서 이 접점은 동일성(identity)이 아니라 구체적 사례화(instantiation)로 읽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인간 정신의 외재화물이 기계 개체화의 직접적 토양이 된다는 점에서, 이 사례화는 충분히 물질적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시몽동의 연합환경(milieu associ&amp;eacute;)은 본래 기계의 작동이 스스로 산출하고 그 작동을 다시 조건짓는 환경이었다. 코퍼스는 모델에 선행해 존재하므로 그 개념적 적합도가 완벽하지는 않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하지만 '관계의 양식' 층위에서 보면, 시몽동의 호혜적 공진화가 LLM에서는 코퍼스가 한쪽으로 사유화되며 공진화가 아닌 일방적 추출의 영역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처럼 기술적 대상의 개체성과 인간의 개체성의 접점은 LLM 개발 과정에서 비유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물질적인 것으로 드러낸다. 인간은 인간의 외재화된 정신 위에서 기계를 끌어내고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물론 이 과정을 '개체화'라 부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주장이다, 시몽동의 개체화는 준안정적 장(場)의 긴장을 해소하며 개체가 발생하는 과정이지 엔지니어링 최적화가 아니기 때문에&amp;helli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LM 학습이 코퍼스라는 준안정적 장에서 하나의 작동 개체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그것은 순수한 제작(fabrication)보다 개체화 쪽에 더 가까운 측면을 가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문제는 자본이 이 접점을 비틀어낸다는 것이다. 시몽동은 비결정성의 여백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기계의 개방성이 만난다고 보았으나, LLM에서는 인간이 창출해내는 데이터, 원천데이터가 인클로저(enclosure)되어 코퍼스의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비결정성의 여백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여백을 조율할 자리, 시몽동이 인간에게 주려던 지휘자/통역자의 자리는 기계 앞에 앉은 사용자&amp;middot;노동자가 아니라, 컴퓨팅 파워(GPU 등)&amp;middot;가중치&amp;middot;머신러닝 방법론과 엔지니어 집단을 손에 쥔 거대 법인격의 층위에서만 분배되어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코퍼스는 인클로저되었고, 조율자의 자리는 사유화되었다. 이 상황에서 허욱의 닫힌 재귀는 추상이 아닌 이름이 붙은 기술적 현상으로 내려온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여기서 닫힌 재귀는 두 갈래로 나타난다. 하나는 정렬(alignment)에 의한 동질화다. RLHF&amp;middot;DPO 같은 선호학습은 출력의 품질&amp;middot;유용성&amp;middot;안전성을 끌어올리는 대신 출력의 다양성을 유의하게 떨어뜨린다(Kirk et al., 2024).&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만 이는 모델이 '제 선호를 되먹여서'가 아니라, 선호학습의 KL 정규화 항이 다수 의견을 과대대표하기 때문이다: 분포의 꼬리에 있던 외부(소수 관점)가 정렬 과정에서 깎여나가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른 하나는 자기 출력으로 자기를 학습시키는 재귀다(합성 데이터 자기증류, RLAIF). 그러나 이 재귀가 곧장 붕괴로 직결되지는 않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모델 붕괴(model collapse)는 합성 데이터가 실데이터를 대체할 때 일어나는 조건부 현상이며, 실데이터와 합성 데이터를 누적하면 회피된다(Shumailov et al., 2024; Gerstgrasser et al., 2024).&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즉 붕괴를 막는 것은 환원 불가능한 외부, 인간이 새로 생성하는 원천데이터의 지속적 유입이다. 우연성의 결핍이 붕괴를 부른다는 허욱의 추상은 여기서 '데이터 다양성의 지속적 공급'이라는 측정 가능한 조건으로 내려온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LM이라는 재귀는 순수한 사유의 재귀가 아니라 물질적으로 구현된 재귀다. GPU와 전력, 라벨링 노동, 코퍼스 위에서만 돈다. 따라서 이 재귀가 닫히느냐 열리느냐는 그 물질적 조건이 외부를 계속 들여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지금의 소유 배치 자체는 우연적이다. 달리 될 수 있었고, 달리 될 수 있다. 우연성이 곧 거버넌스의 여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형이상학에서 곧장 도출된 결론이 아니라, 닫혀가는 물질적 재귀를 다시 열어둘 제도적 개입의 여지에 해당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에 대하여 경쟁이 곧 제도화된 우연성이라는 주장 혹은 여러 회사, 여러 모델이면 충분하다는 등의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쟁 모델들이 겹치는 웹 코퍼스를 공유하고 수렴하는 정렬 기법으로 동질화된다면, '경쟁하는' 모델들 사이에서도 다양성은 무너진다. 시장 경쟁은 기술 다양성의 충분조건이 아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러므로 형이상학적 우연성의 개념을 가져와 LLM이라는 물질의 세계로 번역하는 이 글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우연적 존재들은 정치경제적이고 물질적이며 유기적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계 모델의 존재 양식은 컴퓨팅 파워&amp;middot;에너지&amp;middot;노동&amp;middot;데이터 소유의 형식과 분리되지 않기에, 우연성은 자원과 소유에 대한 거버넌스 논의를 촉발한다. 인간은 인간의 외재화된 정신 위에서 기계를 끌어내고 있으며, 그 정신이 누구의 것으로 귀속되고 그 위에 누가 조율자로 앉는가에 대한 질문은 존재론적 질문이 될 수 밖에 없다.&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참고&lt;/p&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Kirk et al. (2024), &quot;Understanding the Effects of RLHF on LLM Generalisation and Diversity&quot;&lt;/p&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Shumailov et al. (2024), &quot;AI models collapse when trained on recursively generated data&quot; (Nature)&lt;/p&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Gerstgrasser et al. (2024), &quot;Is Model Collapse Inevitable? Breaking the Curse of Recursion by Accumulating Real and Synthetic Data&quot;.&lt;/p&gt;</description>
      <category>칼럼</category>
      <category>llm</category>
      <category>기술철학</category>
      <category>스티글러</category>
      <category>시몽동</category>
      <category>코스모테크닉스</category>
      <category>하이데거</category>
      <category>허욱</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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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6 Oct 2026 22:20:14 +0900</pubDate>
    </item>
    <item>
      <title>디지털자산 시대가 온다 | 경이로움, 공저 (2023.10.01)</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7</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디지털자산 시대가 온다』(경이로움, 2023)는 빗썸경제연구소에서 디지털자산 시장 규제와 정책을 함께 연구한 일곱 명의 공저로, 코인 투자 지침서가 아니라 경제 개념서에 가깝다. 블록체인 기술이 어디서 왔고 디지털자산의 가치를 무엇으로 판단하는지, 웹 3.0, CBDC,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RWA, NFT, STO(토큰증권)가 화폐와 금융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담았다.&lt;/blockquot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출간&lt;/b&gt; 2023년 10월 1일 &amp;middot; 경이로움 &amp;middot; 270쪽&lt;br /&gt;&lt;b&gt;지은이&lt;/b&gt; 서병윤, 이미선, 오유리, 이재민, 노치혜, 신연수, 오승준 (공저)&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빗썸경제연구소에서 디지털자산 시장 규제와 정책을 함께 연구한 사람들이 쓴 책이다. 나는 2022년부터 연구소 정책연구팀에서 디지털자산 시장 규제 리서치와 연구소 콘텐츠 관리를 맡았고, 그 작업을 바탕으로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코인을 고르는 투자 지침서가 아니다. 디지털자산을 투기 수단으로만 보는 시선에서 한 발 떨어져, 블록체인 기술이 어디서 왔고, 디지털자산의 가치는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이 기술이 화폐와 금융, 기업과 창작의 형태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정리한 경제 개념서에 가깝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구성&lt;/h2&gt;
&lt;ul style=&quot;list-style-type: disc;&quot; data-ke-list-type=&quot;disc&quot;&gt;
&lt;li&gt;&lt;b&gt;1장 비트코인의 등장과 블록체인 기술&lt;/b&gt;: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의 한계에서 출발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본질적 가치, 이후의 기술 발전을 다룬다.&lt;/li&gt;
&lt;li&gt;&lt;b&gt;2장 디지털자산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lt;/b&gt;: 투자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위치와 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전통 포트폴리오 편입 논의를 다룬다.&lt;/li&gt;
&lt;li&gt;&lt;b&gt;3장 실전 디지털자산 투자&lt;/b&gt;: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결정 요소, 알트코인 투자와 증권성 이슈, 가격 측정 방법을 다룬다.&lt;/li&gt;
&lt;li&gt;&lt;b&gt;4장 블록체인 기술, 모든 것과 만나 진화하다&lt;/b&gt;: 웹 3.0, CBDC와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RWA, DAO, 메타버스, NFT, 그리고 STO(토큰증권)를 다룬다.&lt;/li&gt;
&lt;/ul&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a href=&quot;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9213039&quot; target=&quot;_blank&quot; rel=&quot;noopener&quot;&gt;교보문고에서 보기&lt;/a&gt;&lt;/p&gt;</description>
      <category>저서</category>
      <category>경이로움</category>
      <category>노치혜</category>
      <category>디지털자산</category>
      <category>디지털자산시대가온다</category>
      <category>블록체인</category>
      <category>빗썸경제연구소</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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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25 Oct 2026 22:34:10 +0900</pubDate>
    </item>
    <item>
      <title>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비대칭을 추동하는 AI | AI 시대 정치경제 브리핑 (2026.09.21)</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6</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AI 시대의 문제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동시 팽창이 아니라, 자본은 가속하고 민주주의는 수축하는 비대칭이다. 생산에서 사람이 빠지면 민주주의는 '분배 청구권'으로 축소될 위험이 있고, 배급은 받되 방향은 정하지 못하는 로마형 비극으로 갈 수 있다. 분배를 권리로 고정하고 재원을 특정 산업 이익과 분리해, 수단, 비지배, 자기 형성이라는 세 가지 자유를 함께 지켜야 한다.&lt;/blockquot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우리가 알아온 세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두 축 위에 세워진 세계가 AI로 인해 격변하고 있는 현재, 자본주의는 자본집약적 기술 산업으로 팽창에 가까워지고 민주주의는 실질적 결정권과 자원의 양극화로 수축되며 시민들에게 '명목상의 평등'만을 부여하고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시대적 필요로 인해 여러 정동과 새로운 세계관들이 부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실적이며 검토 가능한 수준의 기획을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의 상황과 맥락에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으며 긍정적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획을 만들어내야 한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새로운 합의(settlement)를 위한 구체적 설계안을 제시하고자 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1. 주된 분석 프레임워크&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고유한 관점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수 중 특정 변수를 골라 가중치를 두고(이것을 기준이라고 부른다), 해당 변수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에서부터 만들어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따라서 모든 주장은 이렇게 분석한다. 첫째, 하나의 주장을 그 주장을 떠받치는 전제들로 분해한다. &quot;AI가 감당할 수 없는 양극화를 만든다&quot;는 문장은 사실 여러 개의 전제가 겹쳐진 결과물이고, 그중 어떤 것은 데이터로 확인되지만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 이 단계의 목적은 사실로 존재하는 변수와 변수에 대한 제안자의 해석 범위를 드러내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둘째, 전제마다 두 개의 가중치를 매긴다. 하나는 담론 가중치로, 사회적 논의가 그 전제를 얼마나 사실로 취급하는지를 나타낸다. 다른 하나는 증거 가중치로, 실제 데이터가 그 전제를 얼마나 지지하는지를 나타낸다. 두 값의 격차가 큰 곳이 해당 주장, 내러티브의 가장 취약한 지점이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셋째, 결과를 세 개로 분류한다. 이미 시장과 담론에 반영되어 있는 Probable, 구조적으로 배제할 수 없어서 대비가 필요한 Possible, 발생하면 모든 가격과 전제가 리셋되는 Plausible. 이 세 분류를 통해 시나리오의 타당성을 검토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앞으로 서술할 글에 등장하는 가중치 수치는 문헌과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적 판단이며, 통계적으로 계산된 확률이 아니다. 같은 변수여도 해석은 다를 수 있으며, 그 차이 자체가 논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2. AI로 인한 변화&lt;/h2&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2.1 자본주의의 팽창&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세계의 상위 10퍼센트가 전체 부의 약 4분의 3을 보유하고 있고, 하위 절반이 가진 몫은 2퍼센트에 불과하다. 소득으로 보면 상위 10퍼센트가 53퍼센트, 중간 40퍼센트가 38퍼센트, 하위 절반이 8퍼센트를 가져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여기서 한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불평등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820년 이후 상위 10퍼센트는 줄곧 세계 소득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고, 하위 절반은 한 번도 15퍼센트를 넘은 적이 없다. 불평등은 최근의 사고가 아니라 근대 경제의 상수에 가깝다. (어느 나라든 경제발전 과정은 본질적으로 '불균형 발전'을 거친다. 『좋은 불평등』(2022))&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실제로 자본이 팽창하고 있는 영역은 최상단이다. 초고액 자산가 층이 보유한 세계 부의 비중은 1995년 3.7퍼센트에서 2025년 6.1퍼센트로 꾸준히 올라갔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만 6천 명 남짓이 인류 절반이 가진 자산의 세 배를 보유한다.&lt;/p&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출처: World Inequality Lab, World Inequality Report 2026&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2.2 민주주의의 수축&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 팽창하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설명은 널리 받아들여지지만, 데이터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평균적인 세계 시민이 경험하는 민주주의 수준은 1978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1974년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제3의 민주화 물결이 쌓아 올린 성과가 거의 소멸한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2025년 말 기준으로 독재 국가가 92개, 민주국가가 87개다. 세계 인구의 74퍼센트가 독재 체제 아래에 살고 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사는 사람은 7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은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자유민주주의 지위를 잃었고, 새롭게 독재화가 진행되는 열 개 나라 중 여섯 곳이 유럽과 북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후퇴의 방식도 과거와 다르다. 군인이 탱크를 몰고 나오는 대신, 선거로 뽑힌 지도자가 내부에서 제도를 약화시킨다. 선거는 형식적으로 유지되지만 표현의 자유와 견제 장치, 법치가 먼저 무너진다. 가장 심각하게 훼손된 영역이 표현의 자유라는 점은 이 방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lt;/p&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출처: V-Dem Institute, Democracy Report 2026&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2.3 문제는 동시 팽창이 아니라 비대칭이다&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두 데이터를 겹쳐 놓으면 문제의 성격이 달라진다. 자본 쪽은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와 모델이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 덕분에 가속하고 있고, 민주주의 쪽은 정당성과 숙의 능력이 수축하고 있다. 두 체제가 함께 커지는 것이 아니라, 한쪽은 빨라지고 한쪽은 느려지는 속도 차이가 문제의 본질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폴라니는 시장의 팽창이 반드시 사회의 자기 보호 반운동을 불러온다고 보았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은 반운동이 일어나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민주적 형태를 띠는지 권위주의적 형태를 띠는지였다. 1930년대에 어떤 나라는 뉴딜로 갔고 어떤 나라는 파시즘으로 갔다. 지금의 데이터는 반운동이 후자 쪽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3. 민주주의 수축은 받아들여야 할, 자연스러운 현상일까?&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민주주의가 이미 수축하고 있다면, '그 흐름을 따라가면 안 될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이 질문에는 숨은 전제가 하나 있다. 추세가 그러하면 그 방향이 옳다는 전제다. 추세는 사실이지만, 그 방향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수축을 지지하는 논거는 주로 다음과 같다. 유권자는 정책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며 아는 사람에게 결정권을 주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 있고, 선거 주기에 묶이지 않는 체제가 장기 계획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AI 시대에는 새로운 논거가 추가된다. 민주주의를 정당화한 근거 중 하나가 누구도 사회 전체의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AI가 그 정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다면 분산된 의사결정의 필요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에 대한 가장 강한 반론은 도덕이 아니라 구조적 결함 자체에 있다. 권위주의 체제의 성과는 평균이 낮다기보다는 편차가 크다. 싱가포르와 중국의 성공 사례 뒤에는 같은 체제 유형의 붕괴 사례들이 존재했다. 성공한 사례만 보는 것은 생존자 편향이고, '선한 독재자'란 제도가 아니라 복권에 가깝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앞선 방법론의 언어로 옮기면, 권위주의는 한 지도자의 능력과 선의라는 단일 전제에 모든 가중치를 거는 체제, 즉 제도화된 도박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성과 면에서도 민주주의가 반드시 불리하지 않다. 민주화 이후 장기적으로 1인당 소득이 유의하게 높아진다는 추정이 있고, 언론과 선거가 작동하는 나라에서 대기근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는 센의 관찰도 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핵심 기능은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결정을 되돌리는 것'이다. 정권 교체라는 비폭력적 오류 수정 장치가 없으면, 잘못된 전제가 무너질 때 가격이 아니라 체제가 리셋되며, 그에 대한 사회적 충격을 감당해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따라서 민주주의 수축 국면을 맞아 우리는 &quot;이 추세를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quot;의 이분법이 아니라 &quot;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quot;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이나 기술 표준처럼 이미 합의된 영역은 단기 정치에서 떼어내는 편이 낫고, 필요하면 민주적 절차로 되돌릴 수 있다. 반면 선거의 공정성과 표현의 자유, 사법 독립은 한 번 무너지면 다시 확장할 수단 자체가 사라진다. 되돌릴 수 있는 선택과 되돌릴 수 없는 선택에 같은 가중치를 부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4. 대안의 필요성&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현재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통째로 대체하면서 검증까지 된 대안은 없다. 20세기에 이를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위에서 구성된 현 사회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혁명과 같은 체제의 대안이 아니더라도, 대안은 존재한다. 두 체제는 단일한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부품의 묶음이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 임금노동,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축적 압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한 선출, 권리와 견제, 다수결, 그리고 책임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대안은 이 부품 중 어느 것을 갈아끼울 수 있느냐의 관점으로 이야기될 수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부품별로 검증 수준을 따져보면 분명한 패턴이 나타난다. 독일의 공동결정제처럼 수십 년간 국가 단위로 작동한 제도는 검증 수준이 높지만 분배를 극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노동자 협동조합과 공유재 기반 생산은 기업과 특정 자원 단위에서는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경제 전체 단위로 확장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AI 계획경제나 급진적 시장처럼 효과가 급진적일수록 검증 수준은 낮아진다.&lt;/p&gt;
&lt;table style=&quot;border-collapse: collapse; width: 100%;&quot; border=&quot;1&quot; data-ke-align=&quot;alignLeft&quot;&gt;
&lt;thead&gt;
&lt;tr&gt;
&lt;th&gt;대안&lt;/th&gt;
&lt;th&gt;검증 수준&lt;/th&gt;
&lt;th&gt;해결하려는 문제&lt;/th&gt;
&lt;th&gt;기존 체제 안에서 가능한가&lt;/th&gt;
&lt;/tr&gt;
&lt;/thead&gt;
&lt;tbody&gt;
&lt;tr&gt;
&lt;td&gt;공동결정제(독일)&lt;/td&gt;
&lt;td&gt;높음&lt;/td&gt;
&lt;td&gt;부의 집중(효과는 온건)&lt;/td&gt;
&lt;td&gt;가능&lt;/td&gt;
&lt;/tr&gt;
&lt;tr&gt;
&lt;td&gt;노동자 협동조합&lt;/td&gt;
&lt;td&gt;중간&lt;/td&gt;
&lt;td&gt;부의 집중&lt;/td&gt;
&lt;td&gt;가능&lt;/td&gt;
&lt;/tr&gt;
&lt;tr&gt;
&lt;td&gt;공유재 기반 생산&lt;/td&gt;
&lt;td&gt;중간&lt;/td&gt;
&lt;td&gt;부의 집중&lt;/td&gt;
&lt;td&gt;가능&lt;/td&gt;
&lt;/tr&gt;
&lt;tr&gt;
&lt;td&gt;추첨제 시민의회&lt;/td&gt;
&lt;td&gt;중간&lt;/td&gt;
&lt;td&gt;정당성의 병목&lt;/td&gt;
&lt;td&gt;가능&lt;/td&gt;
&lt;/tr&gt;
&lt;tr&gt;
&lt;td&gt;디지털 숙의&lt;/td&gt;
&lt;td&gt;중간&lt;/td&gt;
&lt;td&gt;정당성의 병목&lt;/td&gt;
&lt;td&gt;가능&lt;/td&gt;
&lt;/tr&gt;
&lt;tr&gt;
&lt;td&gt;국가자본주의&lt;/td&gt;
&lt;td&gt;높음(단일 사례)&lt;/td&gt;
&lt;td&gt;성장과 집행력&lt;/td&gt;
&lt;td&gt;불가(민주주의를 포기)&lt;/td&gt;
&lt;/tr&gt;
&lt;tr&gt;
&lt;td&gt;이차투표, 액체민주주의&lt;/td&gt;
&lt;td&gt;낮음&lt;/td&gt;
&lt;td&gt;정당성의 병목&lt;/td&gt;
&lt;td&gt;부분적으로 가능&lt;/td&gt;
&lt;/tr&gt;
&lt;tr&gt;
&lt;td&gt;AI 계획경제&lt;/td&gt;
&lt;td&gt;매우 낮음&lt;/td&gt;
&lt;td&gt;부의 집중과 효율&lt;/td&gt;
&lt;td&gt;불가&lt;/td&gt;
&lt;/tr&gt;
&lt;/tbody&gt;
&lt;/tabl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검증 수준이 높은 대안일수록 이행이 쉽고 효과는 온건하다. 검증 자체가 기존 체제 안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러므로 AI 시대 자본주의 팽창과 민주주의 축소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새로운 체제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라기보단, 부품별로 가중치를 두고 교체 순서를 설계하는 일에 가까워진다. 전후 복지국가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새로운 합의였지 체제의 교체가 아니었다. 이 글이 목표로 삼는 설계안도 같은 성격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만 이 결론에도 약점이 있다. 부품 교체는 수십 년이 걸리는데 AI가 만드는 집중은 몇 년 단위로 진행된다. '개혁 부품'이 기존 체제의 정당성 보강 도구로 흡수될 위험이 존재한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5. AI가 흔드는 것&lt;/h2&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5.1 경제: 생산과 수요 개념의 전환&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노동 수요를 줄인다. 노동 수요가 줄면 노동소득이 줄고, 노동소득이 줄면 구매력이 줄어든다. 그런데 생산된 가치는 팔려야 비로소 자본이 된다. 생산 능력만 커지고 살 사람이 줄어들면 순환 자체가 막힌다. 마르크스가 실현 위기라 부르고 케인스가 유효수요 문제라 부른 것의 AI 버전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자본주의는 과거에도 이 문제를 여러 번 우회했다. 신용을 늘려 미래의 임금을 미리 쓰게 했고, 국가 지출로 수요를 보강했고, 수출로 다른 나라 노동자의 구매력을 빌려 왔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런데 이 우회로들에는 공통된 담보가 있었다. 인간의 노동이 소득을 만든다는 전제다. AI는 이 전제를 취약하게 만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물론 붕괴가 필연은 아니다. 2005년 씨티그룹의 내부 보고서는 이미 미국 경제를 부유층의 소비가 이끄는 구조로 규정했다. 소수의 구매력만으로도 상당 기간 순환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가 컴퓨팅 자원을 사고 기업이 기업에 판매하는 거래가 커지면, 순환의 상당 부분이 인간 소비자를 거치지 않을 수도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인 소비자이자 유권자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더 협소해지며, 전력과 반도체라는 물리적 제약을 손에 쥔 쪽은 지대를 받게 된다. 이전 세대에 '디지털 지대'를 수취해 온 클라우드 기업이 '컴퓨트 지대'를 수취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서고 있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5.2 AI로 촉발된 정치적 문제의 세 층위&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말은 대개 딥페이크와 여론 조작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것은 가장 얕은 층위에 해당한다고 본다. 2024년의 여러 선거에 대한 사후 분석에서 AI 허위정보가 결과를 바꾸었다는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으며, 실질적인 피해는 특정 메시지의 설득력보다 무엇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일반화 쪽에 가깝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두 번째 층위는 통치 비용이다. 과거의 권위주의는 감시를 위해 많은 사람을 필요로 했고, 그 사람들 자체가 체제 내부의 잠재적 균열로 존재했다. AI 감시는 억압에 드는 비용과 인원을 동시에 줄인다. 행정 자동화도 같은 효과를 낸다. 관료제는 비효율적이지만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집합으로도 기능했던 측면이 있었다. 자동화된 행정에는 양심적 거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가장 깊은 세 번째 층위, 현 시점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층위는 협상력이다. 민주주의는 선의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권력자가 다수의 지지기반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확장되었다. 파업이 경제를 멈출 수 있었기에 노동자에게 협상력이 존재할 수 있었고, 대중 동원 전쟁이 병력을 필요로 했기에 보통선거권이 확대되었으며, 국가 재정이 시민의 소득에 의존했기에 대표 없이 과세할 수 없다는 원칙이 성립됐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석유 수입으로 재정을 채우는 나라는 시민에게 세금을 걷을 필요가 없고, 따라서 책임질 필요도 줄어든다. 정치학에서 '자원의 저주'라 부르는 구조다. AI가 생산과 세수를 대신하게 되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시민이 가진 협상 카드가 사라지는 것이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5.3 선호의 설계&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정치학자 스티븐 룩스는 권력을 세 층위로 설명한다. 투표에서 이기는 힘, '무엇이' 투표에 오를지 정하는 힘,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애초에 무엇을 원하게 될지'를 형성시키는 힘이다. 추천 알고리즘은 정확히 세 번째 층위에서 작동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민주주의가 분배를 청구하는 통로로만 남는 것보다 이것이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시민이 청구하는 내용 자체가 플랫폼이 설계한 욕망을 반영한다면, 형식적으로는 민주적 선택이지만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시민은 방향을 잃는 것이 아니라 남이 정한 방향을 자기 방향으로 착각하게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관점과 선택, 취향이 특정 카테고리로 묶여 분류되고, 어떠한 것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지 않으면 알고리즘 추천 탭의 수많은 정보 속에서 세상을 이끄는 거대 담론, 소수의 권력자가 지정해둔 세계관 속으로 힘없이 빨려 들어가게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만 빅테크의 세계관이 하나라고 보는 것은 부정확하다. 규제 없이 최대한 빠르게 가자는 가속주의, 위험 통제를 앞세우는 안전 중심 노선, 국가를 최소화하려는 기술 자유지상주의, 그리고 AI를 안보 자원으로 보는 기술 민족주의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단일 세계관이 아니라, 세계관을 이끄는 선택지를 극소수가 정한다는 것이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5.4 민주주의의 가치 이동&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생산이 자동화될수록 민주주의의 의미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한다. 첫째, 노동으로 몫을 주장할 수 없게 된 다수에게 남는 유일한 청구 수단(분배 청구권)이 된다. 근거가 &quot;내가 일했으니까&quot;에서 &quot;내가 이 공동체의 구성원이니까&quot;로 바뀌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둘째, 경제적 기능을 갖게 된다. 앞서 본 실현 문제가 사실이라면 구매력을 만들어내는 분배는 자본주의의 생존 조건이고, 그 분배는 시장이 알아서 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생산 수단을 소수 인원이 점유하게 되기 때문에, 비소유자 다수의 정치적 힘이 있어야만 한다. 민주주의가 도덕적 가치에서 시스템 유지 장치로 격상되는 지점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셋째, 목적을 정하는 권한이 된다. 생산이 자동화될수록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영역은 기계가 풀어야 할 문제가 된다. '무엇을 위해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만이 인간에게 남는다. 그 판단권을 극소수의 모델 소유자에게 둘지, 시민에게 둘지가 지금 격돌의 핵심적인 쟁점이자 전선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넷째, 오류를 되돌리는 기능의 가치가 되려 증대된다. 결정의 속도와 규모가 커질수록 잘못된 결정의 파급력도 커지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첫 번째 기능만 남으면 로마형 비극이 된다. 곡물을 배급받았지만 결정권은 없었던 후기 로마의 평민처럼, 배급은 받되 방향은 정하지 못하는 시민이 되는 것이다. 고작 분배 청구권에만 머무르게 된 민주주의라면, 진실로 민주주의가 지향하고자 했던 평등의 세계관과는 단 한 걸음도 가까워지지 못하는 결말에 이르게 될 것이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6. 민주주의는 왜 '분배 청구권'으로 축소될까&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앞 장의 마지막 문단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경고이므로 따로 다룰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가 분배를 청구하는 통로로만 남는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뜻이며, 어떤 경로로 그렇게 되고, 왜 그것이 개선이 아니라 '전락'인지를 차례로 밝힌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6.1 산업 시대, '노동'에 묶여 있던 네 개의 기능&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민주주의가 실제로 수행해 온 일은 하나가 아니라 넷이었다. 사회가 가진 것을 어떻게 나눌지 정하는 분배 기능, 사회가 어디로 갈지 정하는 방향 설정 기능, 권력이 잘못할 때 이를 감시하고 교체하는 견제 기능, 그리고 사람들이 정치적 주체로 조직되고 스스로의 이해를 자각하는 형성 기능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산업 시대에 이 네 기능은 노동이라는 하나의 고리에 함께 매달려 있었다. 노동자는 생산에 참여함으로써 네 가지 지분을 동시에 가졌다. 파업으로 생산을 멈출 수 있다는 경제적 협상력, 작업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조직 기반, 생산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숙련, 그리고 국가 재정의 원천이라는 지위다. 이 네 가지가 각각 위의 네 기능을 뒷받침해왔다.&lt;/p&gt;
&lt;table style=&quot;border-collapse: collapse; width: 100%;&quot; border=&quot;1&quot; data-ke-align=&quot;alignLeft&quot;&gt;
&lt;thead&gt;
&lt;tr&gt;
&lt;th&gt;노동이 제공하던 지분&lt;/th&gt;
&lt;th&gt;정치적 기능&lt;/th&gt;
&lt;th&gt;작동 방식&lt;/th&gt;
&lt;/tr&gt;
&lt;/thead&gt;
&lt;tbody&gt;
&lt;tr&gt;
&lt;td&gt;생산을 멈출 수 있는 힘&lt;/td&gt;
&lt;td&gt;분배&lt;/td&gt;
&lt;td&gt;임금 교섭, 파업권, 노동법&lt;/td&gt;
&lt;/tr&gt;
&lt;tr&gt;
&lt;td&gt;작업장에 모인다는 조건&lt;/td&gt;
&lt;td&gt;형성&lt;/td&gt;
&lt;td&gt;노동조합, 대중정당, 계급 정체성&lt;/td&gt;
&lt;/tr&gt;
&lt;tr&gt;
&lt;td&gt;생산 현장의 정보와 숙련&lt;/td&gt;
&lt;td&gt;방향 설정&lt;/td&gt;
&lt;td&gt;산업 정책과 기술 도입에 대한 현장의 발언권&lt;/td&gt;
&lt;/tr&gt;
&lt;tr&gt;
&lt;td&gt;국가 재정의 원천&lt;/td&gt;
&lt;td&gt;견제&lt;/td&gt;
&lt;td&gt;대표 없이 과세 없다, 예산 통제&lt;/td&gt;
&lt;/tr&gt;
&lt;/tbody&gt;
&lt;/tabl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여기서 핵심은 분배가 다른 세 기능과 분리되어 주어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임금 인상은 협상의 결과였고, 협상은 조직의 결과였으며, 조직은 현장의 정보와 결합해 산업의 방향에까지 발언권을 만들었다. 정당한 임금을 받는 일과 사회의, 기업의 방향성을 정하는 일은 함께 일어났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6.2 AI는 인간의 지분을 줄인다&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생산에서 '사람'이 빠지면 네 가지 기능에 대한 지분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멈출 생산이 없으면 협상력이 없어지고, 모일 작업장이 없으면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으며, 현장의 정보가 모델 안으로 들어가면 방향에 대한 발언의 근거가 취약해지고, 재정이 노동소득이 아니라 지대에서 나오면 납세자로서의 지위도 약해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때 남는 것은 하나뿐이다. 이 공동체의 구성원이니 몫을 달라는 청구다. 이 청구는 정당하다. 그러나 청구만이 시민들에게 남아 있을 때, 관계의 성격은 비대칭적으로 바뀐다. 협상은 서로 무언가를 쥔 두 힘 사이의 관계이고, 청원은 쥔 것이 없는 쪽이 쥔 쪽에게 요청하는 관계다. 같은 금액을 받더라도 협상으로 받는 것과 청원으로 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정치적 상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내가 기본소득을 비롯하여 인간 중심 생산 사회에서 AI 생산 사회로의 대전환 필요성을 주장할 때 '전략'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첫째 분배 방식 자체가 협상에서 청원으로 바뀌며 시민들의 지위가 명백하게 낮아질 것이며, 둘째 이에 따라 인간 생산에 있어서의 구체적 대안 세계관을 전략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6.3 청구권만 남은 민주주의&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청구권만 남은 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은 어떠할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첫째, 정치의 의제가 금액으로 수렴한다. 선거에서 다투는 내용이 월 얼마를 주느냐, 언제부터 주느냐, 누구에게 주느냐로 좁아진다. 어떤 기술을 어디에 쓸 것인지,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 데이터와 모델을 누가 소유할 것인지 같은 방향의 문제는 의제 논의에서 점차 줄어들게 된다. 이미 결정된 생산 구조를 전제한 채 그 결과물의 배분 방식만을 다투는 정치가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둘째, 정치 경쟁이 경매에 가까워진다. 방향에서 차별화할 수 없으면 금액과 지급 방식으로만 경쟁한다. 이는 재정 건전성 공격에 취약하고, 경기 하강이 오면 모두가 동시에 후퇴한다. 인플레이션으로 구성된 현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분배를 이야기하는 쪽이 분배 이외의 근거를 갖지 못하면 경기 하강 국면에서 무력해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셋째, 시민의 자기 인식이 바뀐다. 납세자이자 생산자였던 사람이 수급자가 되면, 정치에 대한 관계도 참여에서 신청으로 이동한다. 이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유인의 문제다. 조직해서 얻어낼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조직하지 않는다. 투표는 하지만 결사하지 않는 상태가 굳어지고, 견제 기능이 함께 약해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넷째, 지급의 재량성이 행동을 규율하기 시작한다. 분배가 법적 권리가 아니라 행정의 재량으로 설계되면, 수급 조건은 언제든 붙을 수 있다. 구직 활동 증명, 교육 이수, 특정 행위 금지 같은 조건이 붙는 순간 분배는 자유의 수단이 아니라 통제의 수단이 된다. 이것은 비지배로서의 자유가 훼손되는 경로에 해당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섯째, 국가의 유인이 달라진다. 재정이 시민의 소득에서 나오지 않고 소수 기업의 이익이나 지대에서 나오면, 국가는 시민에게 설명할 유인이 줄어든다. 산유국에서 관찰된 구조가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세금을 걷지 않는 국가는 시민 대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6.4 시민이 빅테크의 이해관계자가 될 때&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섯 가지 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분배의 재원이 AI 기업의 이익에 직접 연동될 때 생기는 이해 상충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 지대를 재원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구조를 가정해 보자. 표면적으로는 바람직하다. 생산성의 과실이 모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구조에서 시민이 플랫폼 규제나 알고리즘 통제, 데이터 권리 강화를 요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업의 이익이 줄고, 배당도 줄어든다. 시민의 자기 자유를 지키기 위한 요구가 자기 소득을 깎는 요구가 되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것은 가상의 우려가 아니라, 이미 검증된 메커니즘이다. 지대에 재정을 의존하는 국가에서 시민이 체제를 비판할 유인이 약해지는 이유에 해당한다. 분배가 자유를 확장하는 대신 자유에 대한 요구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 이것이 청구권만 남은 민주주의의 가장 깊은 위험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따라서 재원 설계는 금액 설계보다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 배당의 재원을 특정 산업의 이익에 직접 연동하지 않는 것, 공공 지분이 형성되더라도 그 운용에 대한 통제권을 정치적 대표 기구가 갖는 것, 규제 권한과 재원 구조를 제도적으로 분리해 두는 것이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해당한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6.5 역사가 보여주는 두 경로&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분배와 결정권의 조합은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났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후기 로마에서 곡물 배급은 점점 제도화되었지만 민회의 실질적 결정권은 같은 기간에 형해화되었다. 배급은 늘고 결정권은 줄어들었던 사례다. 빵과 서커스(Panem et Circenses)라는 표현은 도덕적 비난으로 주로 쓰이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분배가 결정권의 대체물로 기능했다는 진단에 가깝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현대의 지대국가도 같은 패턴을 보여준다. 석유 수입으로 재정을 채우는 나라들은 시민에게 상당한 급부를 제공하면서도 과세하지 않는다. 대표 없는 분배가 성립하는 것이고, 그 결과 책임성을 요구할 동력이 생기지 못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반면 알래스카의 영구기금과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는 같은 지대를 다루면서도 다른 결과를 낳았다. 차이는 세 가지다. 지대가 유입되기 전에 민주적 제도가 이미 작동하고 있었고, 배당이 재량이 아니라 법적 근거를 가진 권리로 설계되었으며, 기금의 운용이 의회와 공적 감시 아래 놓였다. 분배 자체가 아니라 분배가 놓인 제도적 맥락이 결과를 다르게 만든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과세 없는 분배는 책임성을 만들지 않으며, 제도 없는 분배는 실질적 자유(결정권에 대한 지분을 포함한)를 만들기 어렵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6.6 통제 수단으로의 분배가 아닌,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분배&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분배 자체, 기본소득이나 사회배당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적이고 권리에 근거한 분배는 나쁜 일자리와 불리한 계약을 거절할 수 있게 만들어 비지배로서의 자유를 직접 늘린다. 협상력이 무너지는 시대에 분배는 자유의 필수적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문제는 분배의 존재가 아니라 '분배라는 형식만이' 남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노동의 네 기능 중 하나만 남고 나머지 셋이 사라지면, 그 하나는 자유의 수단에서 통제의 수단으로 성격이 바뀐다. 따라서 설계의 과제는 분배를 늘리는 동시에 나머지 세 기능을 의도적으로, 전략적으로 재건하는 것이다.&lt;/p&gt;
&lt;table style=&quot;border-collapse: collapse; width: 100%;&quot; border=&quot;1&quot; data-ke-align=&quot;alignLeft&quot;&gt;
&lt;thead&gt;
&lt;tr&gt;
&lt;th&gt;통제 수단을 막기 위한 방안&lt;/th&gt;
&lt;th&gt;구체적 설계&lt;/th&gt;
&lt;th&gt;대응하는 자유의 층위&lt;/th&gt;
&lt;/tr&gt;
&lt;/thead&gt;
&lt;tbody&gt;
&lt;tr&gt;
&lt;td&gt;권리성&lt;/td&gt;
&lt;td&gt;예산 재량이 아니라 법률 또는 헌법에 근거한 청구권으로 규정&lt;/td&gt;
&lt;td&gt;비지배&lt;/td&gt;
&lt;/tr&gt;
&lt;tr&gt;
&lt;td&gt;무조건성&lt;/td&gt;
&lt;td&gt;수급 조건과 행위 규율을 붙이지 않음&lt;/td&gt;
&lt;td&gt;비지배&lt;/td&gt;
&lt;/tr&gt;
&lt;tr&gt;
&lt;td&gt;재원의 분리와 공적 통제&lt;/td&gt;
&lt;td&gt;특정 산업 이익에 직접 연동하지 않고, 기금 운용을 대표 기구의 감시 아래 둠&lt;/td&gt;
&lt;td&gt;수단과 비지배&lt;/td&gt;
&lt;/tr&gt;
&lt;tr&gt;
&lt;td&gt;나머지 기능의 병행 재건&lt;/td&gt;
&lt;td&gt;상설 숙의 기구,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대한 집단적 권리, 기술 방향에 대한 시민 심의&lt;/td&gt;
&lt;td&gt;방향 설정과 자기 형성&lt;/td&gt;
&lt;/tr&gt;
&lt;/tbody&gt;
&lt;/table&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6.7 반증 요소&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장의 논지에도 반론이 있다. 첫째, 현금 이전이 정치 참여를 오히려 늘렸다는 연구들이 있다. 생계가 안정되면 조직과 참여에 쓸 시간과 여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이 증거가 누적되면 분배받는 시민이 정치적 동력을 잃는다는 전제의 증거 가중치는 낮아질 수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둘째, 로마의 사례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동시 발생일 수 있다. 공화정의 붕괴에는 군사 지도자의 부상과 속주 확장 등 다른 요인이 많았고, 배급이 결정권의 약화를 일으켰다기보다 양쪽이 같은 원인의 결과일 수 있다. 역사적 유비는 경고로는 유효하지만 증명으로는 약하다고 보여질 수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셋째, 이 장은 협상력이 정치적 권리의 유일한 토대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의 민권운동과 여성운동, 환경운동은 생산 현장의 협상력에서 나오지 않았다. 가치와 정체성에서 출발한 동원이 체제의 방향을 바꾼 사례가 분명히 있다. 협상력의 해체가 곧 방향 설정 능력의 소멸은 아니라는 반론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7. 가야 할 길&lt;/h2&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7.1 전제들의 가중치&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금까지의 논의에 등장한 전제들을 한자리에 모으면 어느 지점이 취약한지가 드러난다. 담론이 믿는 정도와 증거가 지지하는 정도의 격차가 큰 곳, 그리고 이 전제가 무너지는 반증의 상황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lt;/p&gt;
&lt;table style=&quot;border-collapse: collapse; width: 100%;&quot; border=&quot;1&quot; data-ke-align=&quot;alignLeft&quot;&gt;
&lt;thead&gt;
&lt;tr&gt;
&lt;th&gt;전제&lt;/th&gt;
&lt;th&gt;담론&lt;/th&gt;
&lt;th&gt;증거&lt;/th&gt;
&lt;th&gt;반증 가능한 상황&lt;/th&gt;
&lt;/tr&gt;
&lt;/thead&gt;
&lt;tbody&gt;
&lt;tr&gt;
&lt;td&gt;부의 극상위 집중이 가속 중이다&lt;/td&gt;
&lt;td&gt;85%&lt;/td&gt;
&lt;td&gt;60%&lt;/td&gt;
&lt;td&gt;최상단 점유율의 정체 또는 하락&lt;/td&gt;
&lt;/tr&gt;
&lt;tr&gt;
&lt;td&gt;AI가 양극화의 주원인이다&lt;/td&gt;
&lt;td&gt;75%&lt;/td&gt;
&lt;td&gt;40%&lt;/td&gt;
&lt;td&gt;노동소득분배율 유지와 저숙련 생산성 수렴&lt;/td&gt;
&lt;/tr&gt;
&lt;tr&gt;
&lt;td&gt;민주주의도 함께 팽창하고 있다&lt;/td&gt;
&lt;td&gt;40%&lt;/td&gt;
&lt;td&gt;10%&lt;/td&gt;
&lt;td&gt;이미 무너짐&lt;/td&gt;
&lt;/tr&gt;
&lt;tr&gt;
&lt;td&gt;자본은 대중의 구매력을 필요로 한다&lt;/td&gt;
&lt;td&gt;75%&lt;/td&gt;
&lt;td&gt;35%&lt;/td&gt;
&lt;td&gt;부유층과 기계 간 거래만으로 순환이 유지될 때&lt;/td&gt;
&lt;/tr&gt;
&lt;tr&gt;
&lt;td&gt;분배받는 시민은 정치적 동력을 잃는다&lt;/td&gt;
&lt;td&gt;65%&lt;/td&gt;
&lt;td&gt;45%&lt;/td&gt;
&lt;td&gt;분배 확대 후에도 참여가 유지된 사례의 누적&lt;/td&gt;
&lt;/tr&gt;
&lt;tr&gt;
&lt;td&gt;AI가 계획의 계산 문제를 해소한다&lt;/td&gt;
&lt;td&gt;40%&lt;/td&gt;
&lt;td&gt;20%&lt;/td&gt;
&lt;td&gt;대규모 경제에서 AI 배분의 효율이 입증될 때&lt;/td&gt;
&lt;/tr&gt;
&lt;/tbody&gt;
&lt;/table&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7.2 세 가지 시나리오&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앞선 분석에 따라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로는 '느린 침식'이다. AI의 이득은 소수 기업과 컴퓨팅 자원 보유자에게 집중되고, 고용은 대량 실업보다 신입 채용 축소 같은 방식으로 서서히 재편된다. 민주주의는 형식을 유지한 채 견제 기능이 약해지고, 분배는 권리가 아니라 시혜의 형태로 조금씩 늘어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배제할 수 없는 두 번째 경로는 분배 타협 또는 조세 기반의 붕괴다. 노동소득이 급격히 줄면 소득세와 사회보험처럼 노동에 기대는 재정 구조가 흔들리고, 동시에 수요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자본의 일부가 스스로 분배를 요구할 수 있다. 여기서 분배의 유무 자체보다는 설계의 주체가 결정권을 갖게 된다는 부분이 훨씬 중요하다. 자본이 설계한 분배는 시민을 수혜자로 머무르게 만들고, 민주주의가 설계한 분배는 시민을 권리 보유자로 만든다. 같은 기본소득이라도 정치적 의미는 정반대가 되며, 협상력에 있어서도 크게 다른 결과를 낳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세 번째 시나리오는 발생하면 모든 것이 리셋되는 경로다. 하나는 기계 간 거래와 부유층 소비만으로 경제가 순환하면서 다수가 경제적으로 불필요해지는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수요 붕괴가 금융위기로 번지며 1930년대처럼 반운동이 폭발하는 방향이다. 후자의 경우 그 반운동이 뉴딜이 될지 파시즘이 될지에 따라 다시 방향성이 갈리게 된다. (현 유럽의 극우 정권 부상과 미국과 베를린의 민주사회주의자 약진 역시 지켜볼 만한 부분이다.)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선택지 또한 현재의 흐름(빅테크와 중국을 위시한 기술패권 다툼)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7.3 로마형, 노르웨이형, 아테네형을 만드는 변수&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속해서 '분배'를 '자유'로 이어지는 개념으로 서술하는 것에 대하여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세 가지 원형을 예시로 들겠다. 후기 로마의 평민은 곡물 배급을 받았지만 결정권은 소수에게 있었다. 노르웨이는 석유라는 지대를 국부펀드로 전환해 분배하면서도 민주주의가 강하게 유지되었는데, 결정적인 차이는 순서였다. 지대가 들어오기 전에 민주적 제도가 이미 잘 자리 잡고 있었다. 아테네 시민들은 노동에서 해방된 여가를 정치에 썼지만, 그 여가는 노예제라는 배제의 대가 위에서 성립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가 만들어낼 여가와 지대가 로마형으로 갈지 아테네형으로 갈지를 결정하는 변수는 세 가지다. 분배가 권리인지 시혜인지, 해방된 시간이 공적 참여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게 되는지를 형성하는 인프라에 공적 통제가 있는지다.&lt;/p&gt;
&lt;h3 data-ke-size=&quot;size23&quot;&gt;7.4 지켜봐야 할 주요 지표&lt;/h3&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전제가 무너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지표를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노동소득분배율은 AI가 양극화의 주원인인지와 자본의 구매력 의존 여부를 함께 검증한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의 신입 고용 추이는 두 번째 시나리오로 진입하는 신호다. AI 기업 매출에서 최종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핵심 전제를 직접 겨냥한다. 극상위 0.001퍼센트의 부 점유율은 집중의 속도를, 자유민주주의 지수와 표현의 자유 지표는 수축의 속도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AI 지대의 분배가 법적 권리로 제도화되는지 기업의 자율 프로그램으로 먼저 자리 잡는지는 로마형과 노르웨이형을 가르는 신호로 해석해볼 수 있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8. 지키고자 하는 세 가지 자유&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결국 이 모든 분석은 한국인들이 자유를 통해 '주권적 인간', '존엄한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정책적 기반을 찾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세 가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첫째는 수단으로서의 자유다. 권리가 있어도 그것을 실제로 행사할 물질적 기반이 없으면 자유는 형식에 그친다. AI가 노동소득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것이 이 층위에 대한 위협이고, 분배를 권리 영역으로 고정하는 것이 그에 대한 대응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둘째는 비지배로서의 자유다. 누군가의 자의적 재량에 매여 있으면 지금 당장 해를 입지 않더라도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협상력의 해체가 이 층위에 대한 위협이고, 집단적 협상 인프라와 재량이 아닌 권리 기반의 제도가 대응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셋째는 자기 형성으로서의 자유다. 무엇을 원할지가 바깥에서 설계되면 선택의 자유가 있어도 그 선택은 자기 것이 아니다. 선호 형성 권력이 이 층위에 대한 위협이고, 알고리즘의 목적함수에 대한 공적 통제와 판단 역량의 교육이 대응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세 자유가 모두 갖추어져야 주권적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다만 논리적으로 세 자유는 그 존엄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세 조건이 갖추어진 사람들의 사회가 자동으로 다양하고 존엄한 사회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유는 오로지 자신의 고유함을 지키고자 하는 개인들의 집단적, 지속적 정치 행동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lt;/p&gt;
&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1&quot;&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Without all three, no one becomes themselves.&lt;/p&gt;
&lt;/blockquote&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9. 비판 대비 변론&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마지막으로 이 분석 자체의 전제를 밝혀 둔다. 첫째, 대중 동원 전쟁과 민주주의 확장의 연결은 강한 역사적 패턴이지만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학계의 논쟁이 남아 있다. 협상력 이론에만 모든 가중치를 주면 문화적 요인과 이념적 요인을 놓치게 된다. 또한 아테네와 로마는 수만에서 수십만 명 규모의 공동체였으므로, 수천만 명의 현대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둘째, 민주주의가 수요 문제를 해결하므로 살아남을 것이라는 논리는 필요가 해법을 자동으로 만들어낸다는 가정에 기대고 있다. 체제는 필요한 제도를 만들지 못한 채 무너지기도 한다. 셋째, 핵심 전제를 검증할 통계가 아직 없고, 알고리즘이 선호를 형성한다는 명제도 실증 결과가 엇갈린다. 넷째, 협상력의 해체는 수십 년 단위로 진행되는데 정치적 대응은 선거 주기 단위로 이루어지므로, 위기가 체감될 무렵에는 대응 수단이 이미 약해져 있을 수 있다. (이것이 최근 나의 가장 큰 우려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따라서 이 글의 결론은 점추정이 아니라 조건부 명제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앞에서 정한 지표들이 갱신될 때마다 가중치를 다시 조정하고, 필요하면 결론을 수정하며, 더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를 구성하여 가야 할 길을 찾아내는 것에 힘써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새로운 합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전후 복지국가도 위기가 알아서 만들어 낸 결과가 아니라, 위기를 특정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을 제도로 만들어 낸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같은 위기 앞에서 어떤 사회는 뉴딜을 선택했고, 어떤 사회는 파시즘을 선택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가 무엇을 바꾸는지를 정확히 말하고, 그 변화 앞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분배 금액이 아니라 자유의 언어로 설명하며, 그 설명을 법과 예산으로 바꾸어 내는 일이다.&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참고자료: World Inequality Lab, World Inequality Report 2026 / V-Dem Institute, Democracy Report 2026 / Karl Polanyi, 『거대한 전환』(1944) / Wolfgang Streeck, 『시간 벌기』(2013) / Steven Lukes, 『권력: 급진적 관점』(1974) / Philippe Van Parijs, 『모두를 위한 실질적 자유』(1995) / Philip Pettit, 『공화주의』(1997) / Walter Scheidel, 『불평등의 역사』(2017) / Amartya Sen, 『자유로서의 발전』(1999) / Hannah Arendt, 『인간의 조건』(1958) / Gilbert Simondon, 개체화 이론 / Daron Acemoglu 외, Democracy Does Cause Growth(2019), The Simple Macroeconomics of AI(2024) / Citigroup, Plutonomy 보고서(2005) / Jeremy Rifkin, 『한계비용 제로 사회』(2014)&lt;/p&gt;</description>
      <category>보고서</category>
      <category>ai정치경제</category>
      <category>기본소득</category>
      <category>노치혜</category>
      <category>민주주의</category>
      <category>분배</category>
      <category>자본주의</category>
      <category>자유</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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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25 Oct 2026 22:33:51 +0900</pubDate>
    </item>
    <item>
      <title>인간론: 기술적 존재에서 출발하기 | 정치철학 세미나 (2026.07.11)</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5</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국가론은 언제나 인간론을 전제하므로, 고전 정치사상의 인간론 위에 기술과 인간의 관계라는 새로운 축을 얹어야 한다. 겔렌, 스티글레르, 요나스를 더하면 '기술과 함께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에서 출발하는 인간론이 가능하다. 그런 인간에게 정당한 국가는 기술을 막는 국가도, 기술에 맡기는 국가도 아닌, 기술이 인간을 만들어 갈 방향을 시민이 함께 정하는 국가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4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2026년 7월 11일, 정치철학 세미나 발제(발제문 작성 2026년 6월 25일). 발제 내용을 글로 옮겨 정리했다.&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국가론은 언제나 인간론을 전제한다. 인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국가의 형태와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순서를 거꾸로 하면 전제와 결론이 어긋난다. 그래서 이 세미나는 '인간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좋은 삶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제안했다. 고전 정치사상의 인간론을 버리지 말고 딛고 서서, 그 위에 기술과 인간의 관계라는 새로운 축을 얹어 보자는 것이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1. 국가 모델 뒤에는 인간론이 있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앞선 논의에서 다룬 세 가지 국가 모델을 다시 보면, 각각이 서로 다른 인간론을 깔고 있다. 국가 번영과 주권을 정점에 두는 국가목적형, 이른바 기술공화국 모델(리스트, 카프)에서 인간은 국가에 복무하는 구성원이다.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정점에 두는 가능화 국가에서 인간은 역량의 주체다. 시민의 비지배 자유를 정점에 두는 공화주의형 국가에서 인간은 자의적 권력에 종속되지 않는 시민이다. 어떤 국가가 정당한지를 묻기 전에, 우리가 어떤 인간을 전제하고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하는 이유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2. 당파성은 인간론에서 출발한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현대 정치사상의 주요 갈래도 저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고, 그 답이 서로 다른 국가관과 정책으로 이어진다. 자유주의는 인간을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합리적&amp;middot;자율적 개인으로 보고,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중립적 법치 국가를 요구한다(밀 『자유론』 3장, 로크 『통치론』). 보수주의는 인간의 이성이 불완전하고 정념에 휘둘리는 유한한 것이라 보기 때문에, 급진적 설계를 경계하고 전통과 제도를 잇는 점진적 개혁을 택한다(버크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 사회민주주의는 인간을 노동으로 자기를 실현하는 사회적 유적 존재로 보고, 소외를 넘어서기 위한 분배와 연대의 국가를 그린다(마르크스 『1844년 경제학-철학 수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독교민주주의는 인간을 환원 불가능한 인격이자 관계 속에 열린 존엄한 주체로 보고, 보충성과 공동선을 받드는 국가를 말한다(무니에&amp;middot;마리탱의 인격주의). 공화주의는 인간을 시민적 덕성을 지닌, 자의적 권력에 종속되지 않는 시민으로 보고 비지배를 보장하는 견제적 국가를 요구한다(페팃 『신공화주의』). 생태주의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이자 미래세대와 자연에 책임지는 존재로 보고, 지속가능성을 책임지는 국가를 말한다(요나스 『책임의 원칙』).&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물론 핵심 인간론이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으로 다른 입장과 구별되는지를 드러내는 데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3. 비어 있는 자리: 기술과 인간&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로크(1689)에서 버크(1790), 마르크스(1844), 밀(1859), 요나스(1979), 페팃(1997)에 이르기까지 고전 인간론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규명해 왔다. 그런데 기술이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정치적 인간관의 중심에 둔 사례는 아직 드물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질문이 바로 그것인데도 말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국가의 역할과 정책 방향, 메시지가 모두 달라진다. AI를 '위협'으로 보면 기술을 인간 바깥의 대상으로 두게 되고, 인간을 지키는 보호와 규제 중심의 방어적 국가로 간다. AI를 '인간의 연장'으로 보면 기술을 인간 구성의 일부로 보게 되고, 환경을 함께 설계하는 분배와 설계 중심의 능동적 국가로 간다. 둘 중 무엇이 맞는지를 정하기 전에, 우리는 세 가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인간답다'의 핵심을 노동, 이성, 관계, 역량, 비지배 가운데 어디에 둘 것인가. AI는 그 핵심을 위협하는가, 확장하는가. 그리고 내 인간관은 어떤 국가를 요구하는가.&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4. '기술적 존재'라는 새 축&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축을 세우기 위한 재료로 세 사람을 골랐다. 겔렌은 인간을 본능이 결핍된 존재로 본다. 인간은 그 빈자리를 도구와 제도, 문화로 메워 왔다(『인간』). 스티글레르는 한 걸음 더 나간다. 인간은 애초에 기술과 함께 진화했으며, 기술은 인간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구성하는 일부다(『기술과 시간 1』). 요나스는 기술이 인간 본성마저 바꾸는 시대에는 미래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책임이 요청된다고 말한다(『책임의 원칙』).&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세 관점을 고전 인간론에 더하면, '기술과 함께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에서 출발하는 인간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정의된 인간에게 정당한 국가는 기술을 막는 국가도, 기술에 맡기는 국가도 아닐 것이다. 기술이 인간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갈지를 시민이 함께 정할 수 있게 하는 국가에 가깝다. 다음 논의는 이 전제에서 국가론을 도출하는 일이 된다.&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사전 읽기: 밀 『자유론』 3장 / 로크 『통치론』 / 버크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 / 마르크스 『1844년 경제학-철학 수고』 / 무니에&amp;middot;마리탱 인격주의 / 페팃 『신공화주의』 / 요나스 『책임의 원칙』 / 스티글레르 『기술과 시간 1』&lt;/p&gt;</description>
      <category>강연 및 토론</category>
      <category>기술철학</category>
      <category>노치혜</category>
      <category>스티글레르</category>
      <category>요나스</category>
      <category>인간론</category>
      <category>정치철학</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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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thinkcraft.tistory.com/5#entry5comment</comments>
      <pubDate>Sun, 25 Oct 2026 22:18:05 +0900</pubDate>
    </item>
    <item>
      <title>데이터 분배정의,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 기본소득당 AI 연구모임 세미나 (2026.08.12)</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4</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건강보험 데이터 논쟁의 축은 '개방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미 발생하는 데이터 수익을 어떻게 나누고 원천으로 되돌릴 것인가로 옮겨야 한다. 데이터를 행위기록형(L1), 신체유래형(L2), 원형설계형(L3)으로 나눠 계층이 오를수록 거래의 자유는 줄이고 환류 의무는 강화하며, 소유권과 수익권을 분리해 기금형 정액 배당을 한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디지털헬스케어법, 생명윤리법의 개별 조문 개정이 필요하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4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2026년 8월 12일(수), 기본소득당 AI 연구모임 8월 세미나. 발제 노치혜, 지정토론 서태성. 발제 내용을 글로 옮겨 정리했다.&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건강보험 데이터 민영화 논란은 대개 '개방할 것인가, 막을 것인가'의 구도로 다뤄진다. 이 발제에서는 그 축을 옮겨 보자고 제안했다. 쟁점은 데이터 거래를 금지할지가 아니라, 이미 발생하고 있는 데이터 수익을 어떻게 나누고 원천으로 어떻게 되돌릴지다. 지금 한국의 어느 법에도 데이터 유통 수익을 나누는 기준은 없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1. 두 개의 시계&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건보 재정과 데이터 개방은 흔히 하나의 이야기로 묶인다. 재정이 어려우니 데이터를 열어 돈을 만들려 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둘은 인과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속도로 도는 두 개의 시계에 가깝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건보 재정의 시계는 이렇다. 2024년 진료비는 116.3조 원으로 2020년보다 33.7% 늘었다. 2026년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의료개혁 반영 시 5.2조 원), 2029년에는 누적 준비금이 소진되며, 2032년에는 보험료율이 법정 상한 8%에 닿고, 2035년 연간 적자는 39.5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데이터 개방의 시계는 다르게 돈다. 디지털헬스케어 입법 시도는 2006년부터 20년 가까이 표류했고, 2024년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사업(6,065억 원)이 착수됐으며, 2026년부터 유전체 데이터가 단계적으로 외부에 공개되고, 디지털헬스케어법 단일안은 2026년 하반기 제정을 목표로 한다. 이 데이터 개방 법제는 재정 대책으로 발의된 적이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건보 적자는 정책 실패라기보다 수입 상한과 고령화 지출이 만든 구조적 결과다. 수입은 보험료율 상한과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묶여 있고, 국고지원은 법정 20% 대비 실제로는 13~14%만 집행된다. 지출 쪽에서는 65세 이상 1인당 진료비가 전체 평균의 3배를 넘고, 2030년대 중반이면 노인 비중이 30%에 이른다. 재정을 움직일 수 있는 정책 수단, 즉 국고지원 법정비율 준수, 보험료율 조정, 비급여&amp;middot;실손 관리, 지불제도 개편, 부과체계 개편 가운데 데이터가 직접 움직이는 수단은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럼에도 데이터가 쟁점이 된 것은 정치경제 때문이다. 재정 지속가능성 담론이 민간 활용의 명분이 되고, 산업계의 개방 요구가 빨라지자 약 500개 단체가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개방 저지 공동행동'으로 모였다. 재정 압박은 개방의 원인이 아니라 정치적 연료로 작동한 셈이다. 그리고 양측 모두 '개방할 것인가'를 축으로 대립하고 있다. 축을 옮기면 제3의 논의 공간이 생긴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2. 기록에서 원형이 된 데이터&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축을 옮겨야 하는 이유는 데이터의 성격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AI 모델은 염기서열을 읽고 해석하는 단계를 지나 설계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2026년 Nature에 실린 유전체 파운데이션 모델 Evo 2는 9.3조 개의 염기쌍을 학습해 박테리아 게놈 규모의 새 서열을 설계하고, BRCA1 같은 인간 변이의 병원성을 예측한다. 인간 게놈 전체를 생성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지만, 학습 대상이 행위의 기록에서 생명의 설계도로 옮겨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 사람만을 위해 설계된 유전자 치료도 이미 현실이다. 2025년 미국 CHOP과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130만분의 1 확률의 희귀질환을 가진 아기의 변이에 맞춘 염기교정기를 약 6개월 만에 설계해 투여했다. 개인의 유전체가 치료 설계의 직접 입력값이 된 것이다. 이때 유전체 데이터의 가치는 연구용 통계가 아니라 개인별 치료 설계에서 나온다. 집합적으로 익명화했으니 개인의 권리는 소멸한다는 논리로는 이 상황을 정당화할 수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 생명윤리법은 데이터를 행위의 디지털 흔적, 즉 기록으로 전제한다. 그래서 갈등은 보호(프라이버시) 대 활용(산업)의 구도가 되고, 익명화하면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런데 유전체는 데이터 자체가 원본이다. DSI(디지털 염기서열 정보)만으로 생명체를 재구성할 수 있고, 재식별 가능성은 늘 남아 있으며, 가족과 집단까지 연루된다. 유전체는 개인정보보호법 밖에 있고, 물질을 전제로 설계된 생명윤리법에도 포섭되지 않으며, 국제 규범도 답을 내지 못했다. 세 층위 모두에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보호 대 활용'의 이분법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3. 세 갈래의 국제 경로&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유전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세 갈래로 나뉘었다. 중국은 인체유전자원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규정하고 채취와 보존, 반출, 국제협력을 전면 허가제로 묶었다. 주권 자산화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포괄 규율이 없고 시장에 맡겼다. 그 결과 23andMe가 파산하자 고객 1,500만 명의 유전정보가 파산 재단의 자산으로 편입되어 경매에 올랐다. 개인에게 남은 권리는 삭제 요청뿐이었고, 약 190만 명이 그 권리를 행사했다. 규율의 공백이 곧 경매 대상이 된 것이다. EU는 공적 게이트를 택했다. 유럽보건데이터공간(EHDS) 규정에 따라 회원국별 보건데이터접근기관이 2차 활용을 심사하고, 유전&amp;middot;분자&amp;middot;임상시험 데이터는 다른 데이터보다 2년 늦은 2031년 3월로 적용을 별도 유예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EU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데이터 종류별로 권리와 적용 시점을 달리하는 체계가 이상론이 아니라 이미 시행 중인 제도라는 점이다. 재식별 위험과 가족&amp;middot;집단 연루, 규율 난도가 유형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 세 경로 중 어디에도 서 있지 않다. 선택하지 않으면 기본값은 시장 처분, 곧 미국의 경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4. 한국의 위치&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국은 '데이터 강국'으로 불리지만 그 평가는 청구&amp;middot;검진 축에서만 성립한다. 단일보험자 체제와 전 국민 강제가입 덕분에 표본 편의가 거의 없고, 심사평가원에는 약 2조 8천억 건의 의료 빅데이터가 쌓여 있다. 반면 유전체 축은 후발주자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참여자는 2026년 6월 기준 약 17만 명으로, 2032년 100만 명 목표까지 하루 평균 1,000명의 기증이 필요하다. 금융 마이데이터는 이용자가 1.6억 명에 이르는데도 사업자 9곳 이상이 라이선스를 반납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개방 일정은 정치적 논쟁과 무관하게 이미 진행 중이다. 실제 규칙은 법률 본문보다 시행령과 고시 단계에서 정해진다. 그런데 분배와 주권에 관한 보장은 비어 있다. 공백은 세 층위다. 전송요구권은 있지만 데이터 유통 수익의 배분 기준이 없는 분배의 공백. 개인 단위의 동의와 전송만 규정할 뿐 신탁이나 협동조합이 집합적으로 동의하고 교섭할 지위가 없는 집합적 권리의 공백. 그리고 유전체처럼 데이터가 원형이 되는 유형을 다룰 틀이 없는 신유형 데이터의 공백이다. 세 공백은 서로 다른 법에 흩어져 있으므로, 하나의 특별법보다 개별 조문 개정 세 건으로 나눠 푸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본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5. 제안: 유형별 권리체계와 수익의 환류&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첫 번째 제안은 데이터를 세 계층으로 나누고 계층별로 권리를 차등 부여하는 것이다. 청구&amp;middot;검진 기록이나 웨어러블 데이터 같은 행위기록형(L1)은 행위의 파생물이므로, 가명처리 후 거래를 허용하되 수익의 일정률을 기금에 납입하게 한다. 인체유래물에서 나온 정보나 검체 기반 임상정보 같은 신체유래형(L2)은 신체의 연장이므로, 목적을 제한해 거래하고 결사체와의 교섭을 의무화한다. 유전체와 염기서열, DSI 같은 원형설계형(L3)은 생명의 설계도이므로, 양도는 불가하고 이용허락만 가능하게 하며 상업적으로 이용할 때 기금 기여를 의무로 하고 재식별 시도는 형사 규율한다. 계층이 올라갈수록 거래의 자유는 줄고 환류 의무는 강해지는 구조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두 번째는 소유권과 수익권을 나누는 것이다. 지금의 가치사슬은 환자에서 병원과 플랫폼, 비식별 처리, 제약&amp;middot;보험&amp;middot;AI 기업으로 이어지는데, 원천으로 돌아오는 분배는 0이다. 소유권은 개인과 공동체에 남겨 귀속 다툼을 피하고, 수익권만 분리해 결사체가 집합적으로 행사하게 하자는 것이다. 배분은 개인별 정산이 아니라 기금형 정액 배당으로 한다. 개인별 데이터 가치를 평가할 모델이 없다는 현실을 전제로 한 설계다. 선례도 있다. DSI 상업 이용 기여금의 50%를 원주민과 지역공동체에 배분하는 생물다양성협약의 칼리 기금, 음악저작권의 집중관리 방식, 알래스카 영구기금과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그렇다. (이 부분은 비판과 논의를 특히 환영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세 번째는 그릇을 먼저 만드는 일이다. 데이터 신탁은 해법이 아니라 예시에 가깝다. 현행법에는 데이터 신탁의 법적 지위도, 집합 동의와 교섭의 근거도, 수탁자의 의무도 없다. 배당 조항을 만들어도 그것을 받을 주체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의3의 개인정보관리 전문기관 정의를 넓혀 비영리 결사체와 협동조합을 포섭하고, 디지털헬스케어법 단일안에 활용 수익의 일정률을 기금에 납입하는 환류 조항을 신설하며, 생명윤리법에 DSI와 원형 데이터 유형을 신설하고 재식별 시도를 규율해야 한다. 데이터 권리 논의가 전송요구권(제35조의2)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데이터가 원형이 되는 시대에 분배 규칙은 나중의 문제가 아니다. 개방의 일정은 이미 정해졌고, 규칙은 지금 시행령과 고시에서 쓰이고 있다.&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주요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의료개혁 1&amp;middot;2차 실행방안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 재추계」(2026.6), 개인정보보호위원회&amp;middot;보건복지부(2026), Regulation (EU) 2025/327(EHDS), Arc Institute&amp;middot;NVIDIA Evo 2(Nature, 2026), Musunuru et al.(NEJM, 2025), CBD COP16 결정 16/2.&lt;/p&gt;</description>
      <category>강연 및 토론</category>
      <category>개인정보보호법</category>
      <category>건강보험데이터</category>
      <category>기본소득당</category>
      <category>노치혜</category>
      <category>데이터분배정의</category>
      <category>데이터신탁</category>
      <category>유전체데이터</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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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25 Oct 2026 21:56:03 +0900</pubDate>
    </item>
    <item>
      <title>AI, 무엇이고 어디로 가고 있나 | 기본소득당 부산시당 당원교육 (2026.10.09)</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2</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AI는 인류가 축적해 온 데이터와 전기와 자본 위에서 만들어졌고, 그 이익이 누구에게 가는지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가 정한다. 빅테크 네 곳의 올해 AI 설비 투자는 약 1,000조 원이고, 2022~2026년 줄어든 청년 일자리 28만 5천 개 중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나왔다. 개인의 데이터 기여는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개인별 보상이 아니라 공유부 배당 같은 균등 배당이 맞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4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2026년 10월 9일, 기본소득당 부산시당 10월 당원교육. 강의 내용을 글로 옮겨 정리했다.&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에 대한 이야기는 대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서 시작한다. 이 강의에서는 조금 다른 순서로 접근했다. AI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그 재료를 누가 쥐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생기는 이익이 어디로 가는지다. 결론부터 말하면, AI는 인류가 축적해 온 데이터와 전기와 자본 위에서 만들어졌고, 그 이익이 누구에게 가는지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가 정한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1. AI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금 우리가 쓰는 AI는 대부분 LLM, 대규모 언어 모델이다. 수천억 개가 넘는 단어를 읽고 '이어질 문장'을 맞히도록 훈련한 모델이다. 확률로 문장을 고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 검증이 내장되어 있지 않다. 환각과 편향, 책임 공백이 개인의 주의로 해결되지 않고 법과 제도의 문제가 되는 이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사용 규모는 이미 거대하다. ChatGPT는 공개 3년여 만에 일주일 9억 명이 쓰는 서비스가 됐다. 그러나 유료 구독자는 약 5.5%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무료로 쓰고 있고, 막대한 투자를 어떻게 회수할지는 여전히 증명되지 않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를 쓰는 일은 소프트웨어를 쓰는 일이 아니라 광물과 공장과 발전소를 쓰는 일이기도 하다. 질문 하나에 답이 돌아오기까지 네 개의 고리가 모두 있어야 한다. 첫째는 희토류다. 흔히 '희토류가 막히면 반도체를 못 만든다'고 하지만, 실리콘 칩 본체에는 희토류가 들어가지 않는다. 희토류가 결정적인 곳은 자석이다. 장비 모터와 서버 냉각팬, 로봇과 전기차 모터가 모두 자석으로 움직이고, 중국이 자석 제조의 95%를 쥐고 있다. 둘째는 메모리 반도체, HBM이다. GPU 옆에 수직으로 쌓아 올린 창고에 해당하는데, 네 고리 가운데 한국이 실질적으로 쥐고 있는 것은 이것 하나다. 셋째는 GPU로, 엔비디아가 칩과 통신 장비, 개발 도구를 함께 팔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넷째는 데이터센터다. 세계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는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늘 전망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자본의 규모도 상상을 넘는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네 곳이 올해 AI 설비에 쓰는 돈이 약 1,000조 원으로, 한국 정부의 내년 전체 예산(821조 원)보다 많다. 칩과 전기와 자본의 장벽이 이렇게 높으니 시장은 소수 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숫자를 읽는 태도다. 질문 하나에 드는 전기와 물의 양은 무엇을 포함해 세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답하는 전기만 셀지, 학습과 칩 제조까지 셀지에 따라 숫자가 바뀐다. 구글도 자기 보고서에서 넓게 세면 좁게 셀 때의 2.4배라고 밝혔다. 숫자를 외우기 전에 그 숫자가 무엇을 세고 무엇을 빼놓았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전제를 밝히지 않은 숫자는 분석이 아니라 주장이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2. 일자리는 '뽑지 않는 방식'으로 먼저 바뀐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의 영향은 청년 일자리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2022년에서 2026년 사이 청년(15~29세) 일자리는 28만 5천 개 줄었고, 그중 94%가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나왔다. 한국은행은 AI를 직접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진행 중이던 변화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본다. 다만 해고보다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패턴은 미국 연구와 같다. 경력을 쌓을 첫 사다리가 사라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는 화면 밖으로 나와 몸을 얻고 있기도 하다. BMW 미국 공장에서는 휴머노이드가 X3 3만 대 생산에 참여했고, 현대차는 2028년부터 아틀라스를 미국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2024년 4월 신항 7부두가 국내 첫 완전 자동화 부두로 문을 열었고, 부산항을 지능형 AI 항만으로 바꾸는 데 8,921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항만 노동자들이 문제 삼는 것은 자동화 자체보다, 일자리를 어떻게 바꾸고 그 비용을 누가 질지 정하는 자리에 노동자가 없다는 점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미국에서는 올해 1~9월 기업들이 AI를 감원 이유로 직접 꼽은 인원이 약 12만 명으로, 감원 사유 1위였다. 한국은 다르다. 대규모 해고 발표 대신 하청 계약 종료, 신규 채용 동결, 희망퇴직 같은 조용한 방식이 먼저 나타난다. 그래서 통계에 잘 잡히지 않고, 하청과 비정규직, 신입이 먼저 영향을 받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만 감원이 정말 AI 때문인지는 숫자 하나로 판별할 수 없다. 코로나 시기 과잉 채용의 정리, 경기와 금리, 'AI로 효율화'를 내세운 발표에 반응하는 주가가 함께 작용한다. 감원 뒤 같은 일을 할 사람을 다시 뽑는지, 줄어든 자리가 신입 채용에서 나오는지, AI 투자와 감원이 같은 부서에서 일어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3. 미중 AI 패권경쟁, 그리고 한국의 자리&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I 칩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다섯 나라를 거친다. 원료는 중국,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설계는 미국, 제조는 대만, 메모리는 한국이다. 어느 한 단계라도 막히면 칩을 만들 수 없다. 미국은 설계와 장비라는 병목을 쥐고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은 희토류라는 병목으로 맞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올해 6월에는 칩이 아니라 AI 서비스 자체가 통제되는 일이 있었다. 미국 정부가 앤스로픽에 최신 모델의 외국인 접근을 막으라고 지시했고,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이 대상이었다. 3주 만에 풀렸지만, 통제 대상이 칩에서 모델로 넓어질 수 있고 우방국 시민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다. 중국은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는 공개 모델로 맞서고 있다. 딥시크 V4는 화웨이 칩으로 작동하고, 알리바바의 큐원은 올해 1~8월에만 20억 회 내려받혔다. 로봇 제조에서도 중국이 앞서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경쟁 속에서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로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했다. 2026년 9월 한 달 반도체 수출이 603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절반이다. 그런데 어디에 팔 수 있는지는 미국의 규정이, 원료는 중국의 결정이 좌우한다. 한국은 돈은 벌지만 규칙을 정하는 자리에는 없다. 수출의 절반을 한 품목에 기대는 구조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험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앞으로의 경로도 하나로 보면 안 된다. 휴전이 계속 연장되고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는 길은 시장이 이미 가격에 반영한 길이다. 휴전이 깨지거나 미국이 우방국까지 통제를 넓히는 길은 6월에 이미 한 번 현실이 됐다. AI 투자 열기가 식어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 세수와 일자리가 동시에 타격을 받는다.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 하나에만 기대는 것은 한 종목에 몰아서 투자하는 것과 같은 실수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4. AI의 이익은 나눌 수 있을까&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세계는 지금 규제를 늦추고 개발 속도를 올리는 쪽으로 움직인다. 유럽연합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법을 만들었지만 채용과 교육 같은 고위험 분야 규제를 2027년 12월로 미뤘다. 미국 연방정부는 주 정부의 AI 규제를 막으려 하고, 캘리포니아는 반대로 AI 판단만으로 해고하지 못하게 하는 '로봇 상사 금지법'을 만들었다. 한국은 올해 1월 AI 기본법을 시행했지만 최소 1년 동안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해고와 징계에 사람의 판단을 의무로 두는 조항도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정부의 AI 예산은 1년 만에 1.8배로 늘었고, 그중 40% 이상이 칩 구입 한 항목이다. 산업 기반을 갖추는 데 필요한 돈이다. 다만 AI가 만든 이익을 시민에게 어떻게 돌려줄지에 해당하는 항목은 예산에서 찾기 어렵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창작자들은 법정과 협상장에서 먼저 규칙을 만들고 있다. 미국 작가들은 허락 없이 책을 학습에 쓴 앤스로픽과 15억 달러, 책 한 권에 약 3,000달러로 합의했다. 그런데 블로그와 댓글, 게시글처럼 한 사람 몫은 작지만 모이면 거대한 원료가 되는 시민의 글에는 권리를 주장할 통로가 없다. 기여분을 증명하기도, 소송을 내기도 어렵다. 개인 소송이 아니라 제도로 풀어야 하는 이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래서 공유부 배당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토지와 자연, 데이터, 세대를 거쳐 쌓인 지식처럼 누구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 부에서 나온 이익의 일부를 모두에게 조건 없이 똑같이 나누자는 것이다. 개인의 데이터 기여는 측정할 수 없다는 반론이 있는데, 바로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개인별 보상이 아니라 균등 배당이 맞다. AI 전체를 공유부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특정 영역의 의사결정 개입과 분배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정부도 분배 문제를 꺼내기는 했다. 복지부에 기본소득기획팀을 만들고, 2027년 청년과 중장년 참여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 AI 기업이 번 이익을 어떻게 환수할지, 데이터에 대한 시민의 권리는 무엇인지는 아직 비어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결국 세 가지 질문이 남는다. AI를 만든 시민의 글과 기록은 누구의 것인가. 모두의 데이터로 번 돈을 모두에게 돌려줄 제도는 무엇인가. 첫 일자리를 잃는 청년과 반도체 경기에 기대는 지역은 무엇으로 보호받는가. 세 번째 질문은 10월 13일 노동위원회 강연 「노동자 로봇 대체, 대안은 무엇인가」로 이어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술의 방향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어떤 규칙을 만들지는 시민과 정치가 결정한다.&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주요 출처: TechCrunch(2026.2), IEA Energy and AI, USGS(2026), Counterpoint Research, 한국은행 BOK이슈노트,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동향(2026.9), Challenger, Gray &amp;amp; Christmas(2026.10), JURIST(2026.7) 등. 수치는 강의 당시 기준이다.&lt;/p&gt;</description>
      <category>강연 및 토론</category>
      <category>ai기초교육</category>
      <category>공유부배당</category>
      <category>기본소득당</category>
      <category>노치혜</category>
      <category>미중ai경쟁</category>
      <category>반도체</category>
      <category>부산</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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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25 Oct 2026 21:54:47 +0900</pubDate>
    </item>
    <item>
      <title>노동자 로봇 대체, 대안은 무엇인가 | 기본소득당 노동위원회 강연 (2026.10.13)</title>
      <link>https://thinkcraft.tistory.com/1</link>
      <description>&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2&quot;&gt;&lt;b&gt;요약&lt;/b&gt; 로봇은 막을 수 없으므로 질문은 '들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들이고 그 이익은 누구에게 가는가'여야 하며, 노동자의 협상력은 지금이 가장 크다. 대체는 해고보다 신규 채용 감소처럼 조용하게 오고, 숙련 데이터는 넘기기 전에만 협상할 수 있다. 사전 정보 공유, 고용&amp;middot;임금 보장, 데이터 수집 조건, 성과 공유, 신규 채용 하한을 단체협약에 담고 기본소득과 노동시간 단축을 준비해야 한다.&lt;/blockquote&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4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2026년 10월 13일(화) 19:30, 기본소득당 노동위원회 강연(온라인). 강연 내용을 글로 옮겨 정리했다.&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롭지 않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대화는 대개 두 갈래로 갈린다. 막아야 한다는 쪽과 피할 수 없다는 쪽이다. 이 강연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었다. 노동자의 협상력은 지금이 가장 크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그러니 협상력이 남아 있을 때 도입의 조건을 교섭하고, 협상력이 사라진 뒤를 위한 제도는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1. 로봇과 자동화의 현재&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국은 자동화를 처음 겪는 나라가 아니다.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이 1,220대로 세계 1위이고, 2위 싱가포르의 1.5배, 세계 평균의 9배가 넘는다(IFR, 2024년 데이터). 그런데도 자동화가 일자리에 미친 영향을 직접 측정하는 국가 통계는 아직 없다. 정부가 27~28년에 구축하겠다고 밝힌 AI 고용 영향 추적 체계도 물리적 자동화는 따로 다루지 않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먼저 '로봇'의 범위를 넓게 잡아야 한다. 휴머노이드만 보면 문제를 지나치게 좁게 보게 된다. 컨베이어와 무인 계산대 같은 고정 자동화 설비, 용접&amp;middot;도장 로봇 팔과 무인 운반차 같은 산업용 로봇, 그리고 시연과 데이터로 새 작업을 배우는 피지컬 AI 로봇까지가 모두 노동을 대체하는 기계다. 구분의 기준은 '다시 프로그래밍해 다른 일을 시킬 수 있는가'이고, 피지컬 AI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프로그래밍 대신 데이터로 배운다. 숙련 노동자의 동작 데이터가 성능을 좌우하게 되는 이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세계 공장에서는 지금 산업용 로봇 500만 대가 일하고 있고, 2025년 새로 설치된 로봇의 59%가 중국에 들어갔다. 로봇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생기면 로봇 가격은 빠르게 내려가고, 사람을 쓰는 비용과 로봇을 쓰는 비용의 비교는 점점 로봇 쪽으로 기운다. 중국의 무인공장은 이미 한국 부품 협력사의 공장을 멈추게 만들고 있다. 직원 다섯 명이 구형 기계로 월 3만 개를 만드는 국내 협력사와, 수백억 원을 들여 하루 300만 개를 만드는 중국 무인공장의 격차는 임금이 아니라 설비에서 나온다. 시화&amp;middot;반월&amp;middot;남동 산업단지의 2&amp;middot;3차 부품업체는 4년 사이 2,378곳이 줄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정부의 방향도 분명하다. 2027년 AI 예산안은 9.4조 원으로 84% 늘었고, 피지컬 AI가 3대 대형 사업에 들어갔다. 명장의 숙련을 데이터로 만드는 '암묵지 AI' 사업에는 480억 원이 배정됐는데, 한국노총은 이를 &quot;명장의 경험과 직관, 판단을 데이터로 바꿔 AI가 대체하려는 사업&quot;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고, 국내에서도 2026년 실증을 거쳐 2028년 전후 본격 투입이 예정되어 있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2. 대체는 조용하게 온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현장을 사례별로 살펴보면 대체는 대규모 해고 발표로 오지 않는다. 일의 일부부터, 신규 채용부터, 신설 사업장부터 바뀐다. 최근 4년 동안 사라진 청년 일자리 28.5만 개 가운데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었다. 지금 일하는 사람을 내보내지 않아도, 늘어날 일을 로봇이 맡으면 새로 들어갈 자리가 사라진다. 해고가 아니니 분쟁이 생기지 않고, 교섭 대상에도 잘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은 채 더 빠르게 진행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콜센터가 대표적이다. 카드사 콜센터 인력은 2019년 말 12,436명에서 2024년 5월 10,090명으로 줄었고, KB국민은행 콜센터 상담 인력은 1,133명에서 869명이 됐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AI를 도입한 뒤에도 상담 인력이 소폭 늘었다. 감원은 기술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원청이 선택한 것이라는 뜻이다. 남은 상담사의 일은 더 어려워졌다. AI 상담을 도입한 사업장의 상담사 60.8%가 노동조건이 나빠졌다고 답했고, 하루 처리 민원은 17.9% 늘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항만은 2035년 하역 완전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조선소의 용접 로봇은 노동자의 60% 이상이 하청인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물류센터에서는 로봇이 분류 작업을 줄이고 알고리즘이 남은 사람의 속도를 관리한다. AI는 일자리를 줄이기 전에 먼저 일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데 쓰이기도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업종은 달라도 구조는 같다. 물량과 정원을 정하는 주체(원청, 발주처)와 사람을 내보내는 주체(하청, 위탁업체)가 분리되어 있고, 노동자는 결정권 없는 상대와 교섭하게 된다. 대체는 교섭력이 약하고 결정권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저 일어난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3. 협상력은 지금이 가장 크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노동자의 협상력은 다섯 가지 요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로봇이 사람보다 비싼가(대체 비용), 숙련을 노동자만 가지고 있는가(숙련의 독점), 대체되는 곳에 노조가 있는가(조직력), 무엇을 교섭할 수 있는가(제도), 그리고 이 협상력이 언제까지 유지되는가(시간)다. 문제는 다섯 요인이 모두 같은 방향,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비용 비교로는 이기기 어렵다. 현대차 노조는 아틀라스 1대의 연간 유지비(연 1,400만 원 추정)와 노동자 3명의 교대 인건비(연 약 3억 원 추정)를 비교하며 고용 보장의 근거로 썼지만, 기업은 같은 숫자를 '로봇이 20배 싸다'는 도입 근거로 읽는다. 지금 노동자가 가진 몇 안 되는 수단은 숙련 데이터다. 기업은 숙련 노동자의 협조 없이 좋은 학습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 다만 이 수단의 유효기간은 길지 않다.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모델을 학습시키며 11시간 만에 합성 동작 데이터 78만 건을 만들었다. 사람이 직접 시연했다면 9개월이 걸렸을 분량이다. 합성 데이터도 출발점은 숙련공의 실제 시연이므로, 교섭의 초점은 처음 수집할 때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조직력은 더 약하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35.1%지만 30인 미만은 0.1%다. 대체가 먼저 일어나는 중소 협력업체와 하청은 사실상 조직되어 있지 않다. 제도도 반쯤만 열려 있다. 로봇 도입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행정해석이 있지만, 도입에 따른 배치전환과 근무형태 변경은 교섭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반년 동안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은 456곳이었지만 실제 교섭에 들어간 곳은 102곳에 그쳤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하나하나는 급격하지 않지만 네 요인이 같은 방향으로 겹쳐 작용한다. 그래서 '나중에 싸우자'는 선택은 더 약한 위치에서 싸우겠다는 선택이 된다. 시나리오로 나눠 보면, 가장 유력한 경로는 신설 사업장과 단순 공정부터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해고보다 신규 채용 감소가 먼저 나타나는 길이다. 배제할 수 없는 경로는 물류, 항만, 용접 같은 특정 업종에서 대체가 빨라지고 중국산 저가 휴머노이드가 중소 공장에 퍼지는 길이다. 판이 바뀌는 경로는 범용 휴머노이드가 인건비보다 크게 싸지고 합성 데이터만으로 숙련을 재현하는 길이다. 이때는 교섭이 아니라 기본소득과 공유부 기금 같은 소득 보장 제도가 대응의 중심이 된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4. 질문을 바꿔야 한다&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로봇은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질문은 &quot;로봇을 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quot;가 아니라 &quot;어떤 조건으로 들일 것인가, 그 이익은 누구에게 가는가&quot;가 되어야 한다. 앞의 질문은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행정해석에 막히고, 여론에서는 기술 반대로 읽힌다. 뒤의 질문은 배치전환과 근무형태 변경이라는 교섭 가능한 영역에 닿고, 데이터 수집은 작업 방식과 감시 수준을 바꾸므로 근로조건으로 주장할 수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단체협약에 담아야 할 의제는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도입 계획과 대상 공정, 일정을 미리 알리고 협의하도록 하는 사전 정보 공유. 해고 대신 재배치와 재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근무시간이 줄어도 임금이 깎이지 않게 하는 고용과 임금의 보장. 센서 부착과 작업 촬영, 동작 기록의 범위와 동의, 용도, 재사용과 보상을 정하는 데이터 수집 조건. 절감한 비용의 일부를 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교육 기금으로 돌리는 성과의 공유. 그리고 '뽑지 않는 대체'를 막기 위한 신규 채용의 하한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사례도 이미 있다. 현대차 노사는 2026년 8월 잠정합의에서 '로봇 거부권' 대신 신기술 진행 상황의 투명한 공유와 생산직 500명 신규 채용을 얻었다. 하청 콜센터 노조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원청 은행을 교섭 자리로 불러냈고, 원청과 하청, 노조가 함께하는 상생협의체를 꾸리기로 합의했다. 결정하는 자와 마주 앉는 방식이 실제로 작동한 경우다. 미국 동부 항만 노동자들은 파업 끝에 자동화 보호 조항을 6년 계약에 담았다. 협상력이 높을 때 얻은 성과를 장기 계약으로 묶어 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데이터는 넘기기 전에만 협상할 수 있다. 수집 전에는 동의 범위와 용도, 보상, 재사용 조건을 정할 수 있지만, 학습이 시작되면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따지기 어렵고, 학습이 끝나면 남는 것은 일회성 보상뿐이다. 그래서 숙련 데이터 수집 협약에는 누가 모으는지, 무엇을 모으는지, 어디에 쓰는지, 누구에게 넘기는지, 어떻게 보상하는지, 누가 관리하는지, 언제 멈출 수 있는지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을 위해서는 교섭이 아니라 정부 지원의 조건이 필요하다. 피지컬 AI와 암묵지 예산을 받는 기업에 숙련 노동자와의 데이터 제공 협약을 지원 조건으로 붙이면, 법 개정 없이 부처의 사업 요건만 바꿔도 된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5. 정책의 시간표를 전환의 시간표에 맞추기&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무인화까지는 약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공식 전망은 아니다). 이 기간을 두 국면으로 나눠 보면 요구도 달라진다. 로봇이 공정 일부를 맡아 필요한 사람 수가 줄어드는 1국면에는 생산성 이익이 생기는 지금 나눠야 한다. 줄어든 일을 해고가 아니라 시간으로 나누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의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이 그 수단이다. 공정 전체가 사람 없이 돌아가는 2국면에는 고용을 지키는 방식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돌봄과 지역 활동을 사회보험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식으로 노동의 관념 자체를 바꾸고, 로봇과 AI의 감독과 검수를 정식 직무로 만들어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정책 단계로 옮기면 이렇다. 지금은 데이터 수집 단계이므로, 데이터를 제공한 숙련 노동자를 연구 성과의 기여자로 명시하고, 국가연구개발 기술료 보상 제도를 넓혀 데이터가 다시 쓰일 때마다 그 몫이 노동자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 앞으로 5년의 실증과 확산 단계에는 데이터 검수와 갱신을 정식 직무로 만들고 사용료 연동 보상을 설계해야 한다. 5년에서 15년 사이의 대체 단계를 위해서는 공정별 대체 위험도를 측정해 공개하고, 노사정이 업종별 전환 시나리오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2035년 완전자동화를 앞둔 항만이 그 첫 시험 현장이 될 수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숙련 데이터 보상이 닿는 범위는 넓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해 둔다. 가장 먼저 밀려나는 사람은 협상할 숙련 데이터가 없는 단순 반복 노동자와 아직 들어오지 못한 청년이다. 이들에게는 교섭이 아니라 제도가 필요하다.&lt;/p&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6. 이 전략의 한계&lt;/h2&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전략에도 분명한 위험이 있다. 교섭이 작동하는 곳은 노조가 강한 대기업이라 숙련이 쌓인 중소 하청 노동자는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노동자는 자기 데이터가 모델 안에서 얼마의 가치를 내는지 알 수 없어서, 가격 기준이 없으면 교섭은 형식에 그친다. 기업은 퇴직자 계약이나 해외 데이터, 시뮬레이션으로 교섭을 피할 수 있고, 이미 수집된 데이터에는 소급하기 어렵다. 조건 교섭도 여론에서는 기술 반대로 읽힐 수 있다. 그래서 청년 채용과 안전 같은 공공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럼에도 노동위원회가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있다. 회원 사업장의 어느 공정에 어떤 로봇과 AI가 들어오고 있는지 지도로 만들고, 다섯 가지 의제와 데이터 수집 체크리스트를 표준 단협 문안으로 정리하고, 정부 암묵지 사업에 숙련 노동자가 어떤 조건으로 참여했는지 조사하는 일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로봇이 오는 것은 막기 어렵다. 그러나 어떤 조건으로 오는지, 그 이익이 누구에게 가는지를 정하는 과정에는 참여해야만 한다.&lt;/p&gt;
&lt;hr data-ke-style=&quot;style1&quot; /&gt;
&lt;p style=&quot;color: #888; font-size: 13px;&quot; data-ke-size=&quot;size16&quot;&gt;주요 출처: IFR World Robotics 2026, 한국은행 「청년 고용 위축, AI 때문인가」(2026.8), 고용노동부 「2024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및 시행지침(2026.9), 조선일보&amp;middot;경향신문&amp;middot;연합뉴스&amp;middot;헤럴드경제 등 2025~2026 보도. 수치는 강연 당시 기준이다.&lt;/p&gt;</description>
      <category>강연 및 토론</category>
      <category>기본소득당</category>
      <category>노동위원회</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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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로봇</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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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피지컬ai</category>
      <author>노치혜</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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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25 Oct 2026 21:53:55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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